최저가 좌석도 11만 원부터…타 지역은 3만 원
“광주시 지원 줄자 기업 공동주최…주도권 상실”
같은 달 조성진 공연 최저가 5만 원과도 큰 차이
광주예당 “사기업 함께 임윤찬·조성진 다 유치”
광주예술의전당(광주예당·옛 광주문화예술회관)의 기획공연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티켓 비용이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싸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윤찬 공연은 오는 6월 전국 6곳에서 순회하며 진행되는데, 현재까지 티켓 가격이 공개된 4곳 가운데 광주의 모든 좌석의 가장 비싸기 때문이다. 가장 저렴한 좌석 기준 타 지역과 많게는 8만 원 이상 차이가 나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냐?’며 내막을 알려달라는 제보가 본보에 접수됐다.
취재 결과 광주시의 광주예당에 대한 예산 지원이 감소하면서 ‘수익성’ 차원에서 사기업과 공동 주최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광주시의 예산 지원 삭감이 시민 부담으로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국내 공연인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이 오는 6월 6개 지역(서울, 천안, 대구, 통영, 부천, 광주)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임윤찬은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연주자로 우승 전 광주시향과 협업이 이뤄져 더 관심을 받기도 했다.
임윤찬의 공연 소식에 많은 시민들이 티켓팅 공지를 기다렸는데, 광주의 경우 티켓 가격은 A석 11만 원, S석 12만 원, R석 13만 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대구는 B석 5만 원·A석 7만 원·S석 10만 원·R석 12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통영은 B석 3만 원·A석 5만 원·S석 8만 원·R석 10만 원 수준이다. 천안은 B석 6만 원, A석 8만 원, S석 10만 원, R석 12만 원으로 서울과 부천의 경우 아직 티켓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처럼 같은 공연임에도 티켓 비용은 천차만별이며, 광주는 현재까지 공개된 4개 지역 중 모든 좌석이 최고가다. 가장 저렴한 좌석도 10만 원 을 넘어선 곳은 유일했다. 최저가 좌석이 3만 원부터 시작하는 통영과 비교하면 8만 원 이상의 차이가 나면서 높게 책정되면서 해당 공연을 기다려온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본보에 이 같은 정황을 토로한 제보자 A 씨는 “임윤찬 공연이라면 몇십 초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고 암표도 거래될 정도”라면서 “저렴한 좌석 한 석이라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 올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임윤찬 공연의 티켓팅 가격 공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임윤찬과 마찬가지로 탑 급의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의 공연은 같은 달 같은 곳에서 진행돼 최저가가 5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임윤찬 공연의 경우 최저가가 11만 원부터 시작했다”라면서 “가장 저렴한 좌석이 10만 원대를 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두 예술가 모두 같은 탑 급의 피아니스트인데 금액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광주예당이 임윤찬 공연과 같은 달인 6월에 여는 조성진 공연은 역시 공동주최임에도 티켓 최저가격이 5만 원이어서 큰 차이가 난다.
그러면서 “대구 또한 똑같은 공연을 하는데 가장 저렴한 좌석이 5만 원부터 시작한다”며 “광주보다 더 큰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같은 공연임에도 비용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예술가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라고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윤찬의 비결 중 하나인 ‘세상에 때묻지 않는 순수함’이 그의 아이콘인데, 예술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느낌”이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표라도 없어서 아쉬운 것은 맞지만 광주만 유독 높게 책정된 가격에 불쾌함은 감출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예술의전당 측은 올해 광주시로부터 지원 받은 예산이 줄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말한다. 수익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데, 임윤찬 리사이틀 등 기획공연 일부를 사기업(언론사)과 ‘공동 주최’하면서 가격 결정권 등을 독자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
본보가 확인한 올해 예술의전당이 광주시로부터 편성 받은 총예산은 460억 원이다.
지난해 376억 원에 비해 총량은 늘었지만, 이중 120억 원은 지난해 전당 리모델링에 따른 지방채 원금 상환액이라는 맹점이 있다. 때문에 실제 예술의전당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340억 원으로, 작년과 비교하면 36억 원이 줄어든 셈이다.
이 가운데 ‘임윤찬 리사이틀’ 같은 기획공연을 유치하기 위한 예산은 올해 9억 원 정도다. 지난해 11억 7000만 원에 비해 2억 7000만 원이 감소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공공의 공연장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우선 생각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사기업과 공동주최하면서 여러 제약이 많았고, 예산도 삭감되면서 6월 2건(조성진, 임윤찬)의 공연에 대해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예산상으로는 둘 다 진행하기는 어려웠는데 시민들에게 두 공연 다 보여드리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결과 사기업과 공동주최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공동 주최의 경우 약 25% 정도가 홍보 등 비용이 발생하고, 티켓 판매 수수료 등을 제외한 수익도 보장해야 해 다른 공연장에 비해 높게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 주최로 여러 제한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단독으로 진행해 저렴한 가격에 광주시민들께 문화향유기회를 드리면 좋으나 이번에는 어렵게 됐다”면서 “다음 공연 진행 시에는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석 등급이 세분화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좌석을 세분화했을 때 최고가가 더 올라가게 된다”며 “ 때문에 최고가를 최대한 낮추려고 하다 보니 좌석 등급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주최로 인한 제한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료회원(VIP, GOLD)에 제공하는 무료 관람권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무료 관람권을 사용하게 되면 그 할당된 티켓만큼 판매를 할 수 없다”며 “이 부분 또한 공동주최 협의로 결정된 건으로, 제한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광주공연 예매는 5월 9일 오전 10시 유료회원 (VIP, GOLD, BLUE, GREEN)이 선예매를 시작하며, 이어 10일에는 일반, 비회원의 예매가 시작되며, 공연은 6월 19일(수)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