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장흥 부용산 (611m)
소등섬 연계한 굴 구이 별미산행지로도 인기

소등섬.
소등섬.

 전남 장흥 부용산(芙蓉山·611m)은 우리나라 최남단 정남진(正南津) 천관산(723.1m) 옆에 있는 숨은 명산이다. 포근한 육산으로 사계절 어느 때나 산행하기 좋지만 겨울철에도 편안하고 회귀산행을 할 수 있다. 산은 들어가 봐야 제 맛을 안다고 했다. 부용산은 평범해 보이는 산세와 달리 암릉이 힘차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매력이 많다. 정상에 올라서면 강진만과 보성만, 다도해 섬이 조망되며 날이 맑은 날은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영화 ‘축제’의 촬영 현장인 소등섬에서는 날씨가 추워지는 12월에서 3월 초까지 싱싱한 굴구이를 먹을 수 있어 별미산행지로 겸하면 알맞다.

부용산 들머리.
부용산 들머리.

 바닷바람에 약초 많이 나는 산

 부용산의 부용은 불교용어 같지만 사실은 무궁화와 비슷한 관상용 약용식물의 이름이다. 야트막한 함평의 군유산(403m)이 희귀한 명품란을 많이 품고 있듯이 부용산도 바닷가에 인접해 있어 바람이 잘 통해 갖가지 약용식물이 자란다.

 약초 향기에 취해서 내려오게 된다고 할 정도로 약초가 많이 자생하며 봄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더러 산삼도 채취가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어떤이들은 부용산을 ‘약다산(藥多山)’이라 부르기도 한다. 게다가 산 곳곳에 물이 많고 8부 능선까지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정상.
정상.

 산행 들머리는 쇠똥구리마을로 잘 알려진 운주리다. 쇠똥구리는 청정지역이 아니면 살지 않는다고 한다. 운주리에서 생산되는 ‘적토미’는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토종 쌀이라 전한다. 한때 한가마(80kg)당 2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 명품 쌀이다. 적토미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쇠똥구리가 2004년 이곳에서 발견되면서 운주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운주리 입구에 400년 된 당산나무와 산행 개념도가 함께 있다. 돌담장을 끼고 마을 안으로 들어서 5분 정도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부용사1.8km’ 이정표가 보인다. 연달아 나타나는 이정표에서 부용사 방향으로 계속 직진한다. 우측으로 운주저수지를 지나 ‘부용사 1.2km’ 가 적힌 석조물을 지나면 100여m 우측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용샘.
용샘.

 다리 건너에 있는 ‘웰빙(Well-being) 숲길’ 이정표는 저수지 방향으로 가는 숲길 안내도다. 부용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와는 전혀 다르므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정상은 왼쪽 계곡을 따라 곧장 오르면 된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고 어깨 높이만한 산죽과 삼나무 그늘이 좋다. 인적이 많지 않은 곳이라 굴참나무 낙엽이 카펫처럼 수북하게 쌓여있다.

 15분 정도 걸으면 큼직한 바위 계곡을 건넌다. 오래된 이정표는 무시하고 계곡에서 우측 황량해 보이는 언덕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안부에 도착하면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부용산 암릉지대.
부용산 암릉지대.

 색다른 즐거움 주는 암릉길

 능선에 올라서면 부용산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다. 안전 로프도 설치되어 있고 암릉의 조화도 적당하다. 커다란 석벽을 두세 번 우회해야 할 만큼 오르막도 만만치 않다.

 아직은 미답지 수준이어서 나무에 묶여있는 빨간 리본과 오래된 표지기가 길을 안내한다.

 조망바위에 올라서면 멀리 제암산과 수인산, 강진 우두봉까지 조망되어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왼쪽으로 수리봉(554m)을 바라보며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헬기장 터에서 50m만 더 가면 용샘이다. 바위 사이로 항상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른다고 한다. 안부에서 용샘까지 45분 정도 소요된다. 정상까지는 0.1km를 가리키며 부용사까지는 0.7km 거리다.

굴찜.
굴찜.

 부용사는 고려시대 때 창건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자그마한 암자로 남았다.

 혜원 주지는 “20년 전 용산면사무소 소재지에는 커다란 석탑이 있었고 동국여지승람을 근거로 그곳이 부용사의 입구로 추정한다”고 했다. 절의 규모가 작아진 데 대해서는 “동학 혁명 때 호남의 최후의 격전지 석대들에서 패한 동학군이 이곳 부용산에서 집결했고, 그 화를 피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실 연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예전에는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조망바위.
조망바위.

 용샘에서 정상까지 가파르게 오르는 길에도 산죽이 울창하다. 정상은 배구 코트 2개 정도 넓이다. 주변에 잡목이 있어 시야가 탁 트이는 것은 아니지만 강진만의 작은 섬들과 천관산의 고고한 자태, 사방으로 수인산, 고흥 팔영산, 해남 두륜산까지 보인다. 수리봉으로 향하는 주 능선은 천관산을 계속 바라보며 걷게 된다.

굴구이.
굴구이.

 고도차는 별로 나지 않지만 바위들이 조금은 사납게 돌출돼 있고 지형의 분위기도 다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툭 떨어지는 암석구간도 있다. 하지만 암릉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철쭉이 뒤덮다시피 하고. 얼레지 군락지와 보춘화가 눈에 많이 띈다. 수리봉은 뾰족한 바위로 이루어져 두어 명이 서 있기도 힘들지만 다도해 섬들의 풍경만큼은 어디에도 부럽지 않을 만큼 시야가 좋다.

 수리봉 암벽 아래쪽에 강진만이 보이는 멋진 조망처를 지난다.

 산불감시탑에서 10분 정도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 갈림길이 있다. 녹슨 이정표엔 ‘운주마을 1.8km, 오두재 0.7km’를 가리킨다. 오도저수지를 지나 농로를 20여 분 따라가면 운주리에 도착한다.

장흥 부용산 개념도.
장흥 부용산 개념도.

 ▲산행 길잡이

 운주리-사방댐-계곡갈림길-안부-조망바위-헬기장-용샘-정상-수리봉-조망바위-갈림길-오두재-임도-오도저수지-운주리 (약 8.6km 4시간 소요)

 ▲먹거리

 소등섬으로 알려진 남포마을에 정남진 표지석이 있다. 소등섬은 해맞이 일출의 명소다. 소등섬을 중심으로 해안 쪽에 굴구이를 먹을 수 있는 집들이 여럿 있다. 자연산 굴 1망에 3만 5000원 한다. 장갑과 칼을 준다. 연탄불에 굴을 구워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번거로우면 굴찜도 좋다. 후식으로 굴 떡국, 굴 라면으로 마무리한다. 1그릇 5000원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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