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현실 정확히 직시한 정책을
여성의 헌신을 강요않는 사회로

 다음 주면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취임식을 가진다. 국민의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를 앞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정부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는 여성사안과 직결되고, 대통령 본인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과거정부들보다 진전된 정책을 제시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올바른 정책방향의 제시는 여성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가능하다. 오늘날의 여성들, 특히 엄마들의 현실은 고달프다. 은퇴도 없고 퇴근도 없이 직장과 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취업전선으로 뛰어드는 5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20~30대 여성들의 취업률을 앞지를 정도로 많은 50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는다. 남편은 은퇴하고 자녀들은 아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문제는 그녀들을 받아주는 곳 대다수가 보수가 적고 고용이 불안정한 직종이라는 점이다.

 취업전선에 나서지 않은 중년 여성들이라고 해서 편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맞벌이하는 자녀들이 손자 손녀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자식들 다 키워서 시집장가 보냈으니까 이제 육아에서 해방된 줄 알았지만 자식들의 자녀를 돌보는 육아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게다가 병든 부모나 배우자를 수발하는 것도 그녀들의 몫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거동 불편한 노인 10명 중 7명 가족이 수발하고 있다고 한다. 노인의 배우자 또는 며느리나 딸인 중년의 여성들이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년 여성들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돌보며 평생 가족 돌보기에서 은퇴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젊은 엄마들은 어떨까. 그녀들의 어머니 세대가 도와주고, 국가에서는 과거와 다르게 무상보육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니 살만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일단 젊은 여성들은 아이를 낳기까지도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교사 공무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은 육아휴직이고 어렵고, 비정규직이라면 재계약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맞벌이를 해도 살림살이 빠듯한데 임신하면 직장에서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출산이냐 직장이냐 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게다가 무상보육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우선 부모들에게 시설 이용비용을 지원 한다하더라도 보육시설 자체가 턱 없이 부족해서 어린이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보육시설 100개 중 공공보육시설은 5개에 불과한데, 민간보육시설들은 돈벌이에 급급하다보니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본비용 이외 추가비용을 요구한다. 각종 특별활동비라는 명목으로 십 수만 원씩 내라고 하니, 무상보육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육교사의 근무조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보육의 질이 보장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 대소변 못 가리고 이제 밥알 씹는 아이를 보육교사 혼자 5명에서 7명까지 돌보게 하면서 안전사고 없이 높은 수준의 돌봄을 바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보육교사의 인성과 자질만 탓하고 있는 현실이다. 퇴근해서 집에 와도 밀린 집안일에 아이들 돌보기까지 맡아야 하다 보니, 퇴근을 해도 퇴근한 것이 아닌 직장맘들의 고충을 덜어주기에는 보육정책이 여전히 부족하다.

 살펴본 것처럼 여성들은 세대별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사회의 차세대 구성원을 키우고, 노인을 돌보는 일은 개인들의 몫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전히 여성들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노동을 가계수입을 보충하는 정도로만 인식하여 저임금에 비정규직 일자리가 주어지고 있어 더욱 힘겹게 한다. 그럼에도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를 단순히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한계적인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아니라, 집에 있던 여성들은 직장으로 나오고 아이를 더 많이 낳으라고 다그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동, 노인, 병자와 같이 돌봄이 필요한 사회구성원들에게 공적인 서비스를 확대하여 여성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상보육의 경우도 공공시설의 확충과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 같은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국정운영이라고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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