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 비하면 필요성 도드라져
박근혜 정부 국민연금 흔들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시켜 드립니다.” 솔깃한 광고 문구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곧 도래 하리라는 전망 속에 노후대비는 이제 전 국민의 관심사다.

 건강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험회사의 달콤한 속삭임은 간단히 흘려들을 수 없는 제안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관심의 이면에는 노후에 대한 불안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가난에 허덕이며 비참한 노후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말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률은 45%로 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사실이 불안의 실체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민연금이 노후생활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이냐는 불신이 높아지는 실정이다. 저출산 고령사회로 인해 기금이 바닥날 것이고, 돈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적인 지적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 무용론이 제기하는 위기는 부풀려진 측면이 크고, 노후대비를 위해서 국민연금이 아닌 대안이 무엇인지 제시하지 못한다.

 우선 국민연금을 못 받거나 적게 받는 사태가 도래할 것인지 확인해 봐야한다. 돈 내는 사람은 적어지고 받는 사람은 많아져서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은 국민연금 지급불능사태가 도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금운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기금운용방식에는 기금을 쌓아두고 지급하는 방식과 적립하지 않고 그때 걷어서 그때 지출하는 방식이 있다. 후자의 방식이 실현 가능하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독일을 비롯한 다수의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하다고 말 할 수 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로 국민연금 납부자들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제도 따져봐야 한다. 젊은 세대가 감소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고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늘어난다면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가 임금노동자 가운데 65%에 불과하고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38%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저출산 고령사회라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 보장과 임금수준 인상을 통해 국민연금 수입증대가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은 노후대비에 있어 민간보험으로 대체될 수 없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민간보험과 비교해 보면 국민연금의 필요성이 보다 잘 드러난다. 민간보험은 개인이 전부 비용을 부담하지만 국민연금은 고용주에게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민간보험은 돈이 없어 납부를 중단할 경우 나중에 보험금을 받을 수 없지만, 국민연금은 납부를 중단했다가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납부할 수 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소득 대비 연금액 비중이 높아지도록 설계되어있다. 소득수준에 따라 낸 만큼 돌려받는 민간보험과 다르게 사회적 연대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노후대비를 사회적 차원에서 함께 책임지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성격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의 공적인 성격을 강화하기보다 흔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연금 계획은, 대선시기 공약으로 삼은 바 있는 기초노령연금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난한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는 기초노령연금을 적게 주고, 부자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는 기초노령연금을 더 주게 되어있다. 가난한 노인은 국민연금에 가입할 동기가 적어지고, 돈을 더 낸 사람이 그 만큼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작동하면서 소득재분배라는 국민연금의 가치는 침식된다. 결국 국민연금이 민간보험과 다를 바 없어져 민간보험 시장을 활성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기반을 축소시키는 국민행복연금계획은 결과적으로 민간보험 회사만 배불리게 될 것이다. 삼성화재가 국민연금 폐지 운동에 매월 1000만 원씩 지급했다는 사실에서도 이해관계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국민연금 흔들기 시도는 중단되어야 하며, 우리의 요구는 노후대비를 사회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책임지자는 것에 맞춰지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과 무관하게 소득 수준에 따른 급여액을 산정해야하고, 턱없이 낮은 기초노령연금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 보장과 임금수준 인상을 통해 기금수입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국민연금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안정적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버팀목으로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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