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도리 법으로 강제하는 중국
한국, 노인 부양 국가적 책임 외면

▲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중국에서 효도법이 시행된다고 한다. 자녀가 정기적으로 부모를 찾아가거나 금전적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법이다. ‘뭐 이런 법까지 제정될까’ 싶어 황당하기는 하지만, 나름 중국의 급증하는 고령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현재 60세 이상 노인이 중국인구의 14%에 달하고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노인부양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의 도리를 법으로 강제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개탄이나 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에 앞서, 고령인구 부양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불효자 단속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따져 묻는 것이 필요하다.

 효도법은 노인을 한 가정의 부모로만 규정하는 관점이다. 노인을 부양할 의무 역시 자식들인 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노인을 한 가정의 부모로만 여기는 것은 부적절하다. 노인들은 부모일 수도(그렇지 않을 수도)있겠지만, 평생을 노동하면서 사회를 일궈온 구성원이기도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나이가 들어 노동하며 스스로를 부양하기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 그들에 대한 책임은 사회전체에도 있다. 따라서 노인부양은 자식들이 효도 하는 문제에 그칠 수 없으며, 평생을 사회에 공헌한 세대가 그 공로를 인정받고 존엄을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중국의 효도법은 노인부양의 문제를 ‘내 부모 잘 모시기’ 수준으로 만들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효도법이라는 외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회적 불효를 자행하는 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의 모습과 얼마나 다를지 자문해 봐야한다. 불행하게도 한국 역시 사회적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 중국처럼 불효자를 처벌하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부양을 책임지는 사회제도가 취약하다. 대표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들 수 있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부양의무자 기준은 ‘효도 간주법’으로 작용한다. 자식과 연락이 두절되었지만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난한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자식이 가난한 할머니를 부양하고 있을 것이라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전형적으로 노인부양을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하는 제도다.

 이처럼 부실한 제도 속에서 한국의 노인들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률은 45%에 육박해 OECD 가입 국가 중 1위다. 앞으로 노인인구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되는 가운데, 노인부양의 문제는 제도적으로 정비되고 보다 확충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정부는 가뜩이나 취약한 노후대책 제도를 후퇴시키려 한다. 후보시절 모든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을 파기하고,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노후생활을 보장하기에 부족한 국민연금을 보완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위해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기초연금 수령액이 너무 적어서 실질적인 소득보전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러한 문제에 착안해 ‘모든 어르신들에게 기초연금 두 배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결국 ‘어르신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기초연금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만을 수급 대상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제도인 기초연금이 도리어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위협하게 되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일정시기를 넘기면 기초연금 수령액이 줄어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법은 노인부양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회피하는 사회적 불효다. 어르신들에게 죄송할 일은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노인부양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공약을 파기하고 퇴행적 조치를 강행한다면, 노후대책을 국민들의 효도로 대신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유미<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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