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뿌리’ 불구 문재인 정부에 비협조, 그 정치성

▲ 지난 21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에 인사배제 5대 원칙 준수 여부와 관련한 해명을 요구했다.

 최근 정세는 촛불혁명-탄핵-대선의 급박한 흐름을 지나 완급을 조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이슈의 중요도에 따라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국민 다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인선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조금 더 빨리 정책이 실천되고 그에 따른 결과가 국민에게 체감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야당의 비협조를 가장 답답하게 느끼고 있다.

 자유한국당이야 대통령으로서 의지와 능력 모두가 부족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하여 국정을 동반 운영했다는 점에서 사실 ‘탄핵당한 자들’이라 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당연히 자신들을 탄핵시키고 정치의 장에서 밀어낸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게 비이성적일 정도의 적개심을 드러낼 만하다. 바른 정당과 정의당은 자신들의 이념적 관점에 따라 정책과 장관 인선 후보들에 대해 반응하고 있으며, 각 정책과 인물에 대해 지지와 반대가 나름 타당성을 보이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정책실천에 캐스팅보드를 지니고 있는 당은 국민의당이기에 많은 국민들은 국민의당에 대해 의구심과 동시에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대선 패배 여전히 불안한 감정 통제?

 야당이 굳이 여당의 지지율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자 하지 않아도 일정한 지점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는 야3당의 역할이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즉, 정당한 정책행위에 대해서 무조건적 반대만 하는 것으로 보이는 ‘발목잡기’식 행태가 싫은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반사적으로 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판에서 뼈가 굵은 정치인들 또한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어찌하여 자멸에 가까운 정치행태를 지속하는가는 의문 중 하나다. 특히, 민주당에서 분당한 그리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에서 과도한 문재인 정부 공격은 여권을 지지하는 호남시민들에게 저항감만 줄뿐인데 왜 어리석어 보이는 자충수를 계속해서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의당이 아직 안철수 대표의 대선 패배를 심리적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승리를 빼앗아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추측이다. 간단히 말하면 대선 패배 후 감정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추측은 아주 직관적이고 단편적이어서 지나친 가정이 아닌가 싶지만, 나름 타당한 면이 있다. 국민의당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2015년 민주당 문재인 대표 사퇴에 대한 논란이 중심에 있다. 그 당시 여론은 문재인 대표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고, 특히 호남의 민심은 더욱 박했다. 민주당 내 일부의원들은 문재인 대표가 총선을 이끌 리더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면서 대표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고, 민주당 다수는 이를 거부하였다. 결국 문재인 대표 사퇴를 요구하던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박주선, 권은희, 박지원 의원들은 당을 나가서 안철수 대표 중심의 당을 만들었다. 그 당시 상황으로 보았을 때 문재인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는 아주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당시 차기 대선후보로서 지지도는 문재인 대표보다 안철수 대표가 더 높았다. 민주당 내에서 새판 짜기가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당을 만들어 유력한 대선후보를 앞세워 민주당을 흡수하고, 당권과 대선에 대한 희망을 가져봄직했다. 2년여의 시간이 지닌 후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그러한 탈당의 희망은 헛된 것이라는 점이다. 탈당과 재창당의 과정에서 상호간의 불신과 패배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지고 화해하기에는 아직 대화와 시간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반문재인’ 확고한 정체성에 발목도

 첫 번째 직관적 가정이 그럴 듯 함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점은 아무리 미움이 사무친다 하더라도 다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를 정치인이 하겠는가라는 점이다. 정치인의 재생과 부활능력을 아무리 과신하더라도, 자신의 정치생명을 모두 걸어버린 듯 한 태도는 무엇 때문일까? 박지원 의원처럼 합당 혹은 민주당 재입당 등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은 듯 한 약삭빠른 수도 아니라면 무엇 때문일까?

 두 번째 가설은 ‘자기 정체성’ 가설이다. 현재 국민의 당 의원 중에서 문재인 정부에 가장 공격적인 의원으로 김동철, 이언주 의원이 오르내린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문땡큐’와 ‘문모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우호적인 제스처와 비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미래가 밝지 않기 때문에 보험을 들어놓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국민의당 의원 중 특히 박지원·박주선 등은 이념적 가치 때문에 탈당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생명에 대한 연장을 위해서 탈당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하더라도 자신들 스스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정치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비난과 욕설에 단련된 터라 복당 이후 국민들의 비난은 가볍게 흘려들을 것이며, 이후 친 문재인적 발언과 태도로 이전의 부정적 인상을 쉽게 만회하기도 할 것이다. 그 정도해야 정치인이라 하지 않겠는가! 김동철·이언주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한 것은 단순한 정치생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후보에 대한 자신들만의 확고한 판단에 근거한 것이기에 만일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보인다면, 비록 그것이 국민의당의 인기와 함께 자신들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을 가져올지라도, 스스로가 자신을 배반한 것이며, 과거에서 지금까지 자신들이 지켜온 자기 판단과 신념에 대한 당당함을 파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는 정치인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참담한 장면이 될 것이며, 비록 정치생명이 당분간 중단되더라도 양보하기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다.

 

보이콧으로 존재감, 다가올 선거서 유리?

 마지막 남은 세 번째 가설은 다음 총선과 대선에 다시 한 번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멀고 가능성이 낮아 불빛 한조각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같지만,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함께 지속적인 비판과 보이콧을 통해 정책실천을 방해한다면 국민들은 결국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귀결시킬 것이며, 과거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정부가 아닌 야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환상이 실현 가능할까?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제2의 노무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초기 정부 운영 형태를 보면, 제2의 노무현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과 복기를 해왔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일부 과거 운영의 형태와 조직을 지니고 있는 검찰, 언론, 기업 집단들이 여전히 관성을 지니고 있기에 어느 지점에서 통제불가능한 외적 상황, 정부의 실책 등과 맞물려 야3당이 희망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기회는 야3당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천운에 기대해야 할 것이다.

 총선의 시계가 움직이게 되는 시점에 국민의당의 목숨은 결정지어질 것이다. 총선의 시계가 움직일 때의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 정치생명이 정체성보다 중요한 국민의당 의원들은 회군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될 것이다. 과연 총선의 시계가 움직이는 그때 한국의 정치상황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지금 국민들이 염원하는 것처럼 다수여당이 출현할 것인가, 아니면 야당이 부활할 것인가?

정의석 <인문지행>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