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 경기도에 본격 조성 작업

▲ 민주공원을 경기도 이천에 조성하고 이에 따른 기본계획이 확정된 지난 1월 말 유가협 회원들이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 앞에서 민주공원 입지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제공>

 이 땅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죽임을 당했거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박종철·전태일·이한열·강경대·이철규 등 100명 이상의 열사가 안장될 ‘민주공원’이 경기도 이천시에 들어서는데, 지난달 1월 기본계획과 설계가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시와 경합을 벌여온 광주시 유치가 최종 무산된 것인데, 일제강점기 학생독립운동부터 5·18민중항쟁으로 이어져 온 ‘민주화 성지’의 역사성이 퇴색하게 됐다.

 하지만 광주지역 민주열사 유가족들은 “이천 민주공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 옛 망월묘역에 안장된 40여 열사 가족들은 ‘이천 민주공원이 조성돼도 이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민주열사 묘지가 양분될 처지에 놓여 있다.

 8일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광주전남추모사업회 연대회의(이하 추모연대)에 따르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심위)가 지난 1월 31일 이천 민주공원 조성계획과 기본설계를 승인했다.

 당시 유가협 회원들은 ‘졸속적인 민주공원 부지 결정을 재검토하라’면서 일주일간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보심위가 회의 당일 경찰력을 동원, 유가족을 봉쇄한 뒤 조성계획을 승인했다”는 게 유가협의 주장이다.

 이렇게 해서 민주공원 부지는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13만 933㎡)으로 확정됐다. 이곳엔 국비 497억 원이 투입돼 분묘 120기, 봉안소와 기념관 등 추모시설, 녹지휴게공간 등이 조성되고 2013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유가협 측은 “민주공원 추진 과정이 죽은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지난 1월,  유가협 측이 낸 성명에 이같은 주장이 적시돼 있다. “우리는 민주공원의 시행주체인 지방자치단체(경기도 이천시)가 죽어간 이들의 삶과 정신을 얼마나 존중하고, 민주공원 조성을 위해 자신의 노력을 얼마나 쏟을 것인지 등의 의지를 확인하고자 공청회 개최를 수없이 촉구했다. 하지만 보심위는 이를 철저히 거부했고, 오히려 ‘공청회를 하자’는 우리의 주장을 ‘민주공원을 광주로 끌고 가려고 한다’고 호도하면서 이천시의 졸속 사업 추진을 보장했다.”

 때문에 유가협 측은 ‘민주공원이 조성돼도 묘지를 이천으로 이장하지 않겠다’는 데 서명, 정부에 제출했다.

 여기엔 유가협 회원 41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옛 망월묘역에 안장된 40명 중에선 3명을 제외한 37명의 민주열사 가족이 ‘이장 반대’를 천명했다.

 ‘이장 반대’에 이어 이들은 이천 민주공원에 ‘가묘도 만들지 않겠다’고 했고, ‘표석도 세우지 않겠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면 민주공원이 조성돼도 전국에 흩어진 민주열사 묘지는 한데 모이기 어렵게 되는 건데, “본래 취지에 맞는 기념시설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 사업을 주관하는 보심위 관계자는 “민주공원 부지는 유가족간 의견이 갈려 투표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면서 “이미 조성작업이 시작됐고, 예산이 투입된 상황이라 재검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한편 전국 100명이 넘는 민주화유공자 가족 단체는 유가협과 여기서 떨어져 나간 (사)유가협으로 양분된다. 회원 40여 명인 유가협은 호남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나머지는 (사)유가협 회원이다. (사)유가협은 수도권과 가깝다는 이유로 민주공원 부지로 이천시를 선호해 왔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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