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종료·범대본 해체 후 더 커진 상실감·박탈감
소방·의료지원 끊긴 지 오래 임시거쳐 유지도 불안

▲ 세월호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팽목항 조립식 주택촌.<출처=팽목항 페이스북>

 2015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지만, 진도 팽목항의 시간은 아직도 2014년 4월16일에 멈춰있다. 어쩌면 흘러만가는 시간의 물살에서 `그 날’을 힘겹게 붙잡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월호 가족(실종자 가족, 유가족, 생존자 가족)’들은 지난 11월20일 진도실내체육관을 떠나 팽목항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 줄곧 이곳을 지키고 있다.

 매일 팽목항을 지키는 이들은 상주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 돌아가며 팽목항을 찾는 유가족·실종자 가족, 소수 자원봉사자 등 20~30명 정도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아주겠다”던 정부는 아예 팽목항에서 철수한 지 오래다.

 이와 관련, 세월호 참사 발생 209일만인 11월12일 실종자 수색작업이 공식 종료되고,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이하 범대본)도 지난 11월18일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이후 각종 취재차량, 지원시설, 자원봉사자들이 넘쳤던 팽목항엔 조립식 주택 8동과 식당, 비품 창고 등으로 쓰이는 컨테이너 시설만 남았다.

 

범대본·의료팀·소방팀 모두 철수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 가족들을 지원하던 의료팀·소방팀 등도 일찌감치 철수했다. 팽목항을 지키던 가족들이 아프거나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가 어려운 상황인 것. 세월호 가족들의 식사도 전국 곳곳에서 보내준 후원으로 이어가고 있다.

 조립식 주택과 컨테이너 시설 임대료 등도 진도군에서 특별교부세를 활용해 지원해 왔지만 교부세가 전액 소진돼 남은 일부 시설의 철거가 우려된다. 지난 26일에는 약국으로 쓰던 컨테이너가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군은 “가족들이 떠나기 전까지 팽목항의 시설을 철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정부가 진도군의 지원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진도군의 지원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뜻있는 시민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고, `기다림의 버스’도 계속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팽목항의 쓸쓸함과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참 지옥이 있다면 지금의 팽목항이 아닐까?” 29일 `4·16세월호참사가족대책협의회’의 한 활동가는 지금의 팽목항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수색 작업을 했을 땐 세월호 가족들에게 `일과’란 게 있었다. 범대본이 있을 땐 그래도 오전과 오후 브리핑을 통해 그날 그날 상황을 설명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은 우리 아이가 나올까?” 기대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수색이 종료된 지금 세월호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건 팽목항을 지키는 것 뿐이다.

 “(가족들은)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앉아 계세요. 그러다 괴로우시면 나가서 막 돌아다니세요. 컨테이너에 있을 때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다가 (가족분이)등대 쪽으로 가면 경찰이 따라 붙어요. 바다에 뛰어들까봐….”

 세월호 가족들에겐 팽목항에 다시 간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고통이다. 그럼에도 가족들에겐 다시 팽목항에 가야만 하는, 지켜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세월호 인양때까지 팽목항 지킬 것” 

 이와 관련, 범대본 해체 소식에 지난 11월18일 팽목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세월호 가족들은 “세월호가 제대로 인양될 때까지 팽목항을 떠나지 않을 것”을 선언했었다.

 세월호 가족들에게 팽목항은 정부가 선체를 인양해 남은 실종자들을 찾아주기를 요구하고 기다리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팽목항을 사수해야 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내 가족이 바다에 있으니까 지키는 거죠. 사실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세월호 관련 모든 분들에게 팽목항은 세상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죠. 유가족이나 생존자 가족은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것도 있지만, 그 상처를 아직 추스리지 못해서 팽목항을 가려고도 하세요. 너무 힘들지만 갔다오면 진실을 밝혀야 겠다는 오기가 든다구요.”

 팽목항 앞에 펼치진 바다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고통스런 질문. “왜 우리 아들, 딸이 돌아오지 못했나?” 아무도 이에 대한 답을 해주지 않고 있기에 세월호 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억의 힘’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팽목항이란 얘기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팽목항 세월호 가족들에 힘을 보태고 싶다면?

팽목항 주소: (우)539-842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길 101 팽목마을 `세월호희생자 가족식당’

연락처: 진도분과위원장 010-2562-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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