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당사자들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이국언 대표 “지역차원 의제화 고민하자”

▲ 광주시청 잔디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최근 광주에서도 각 구별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이국언 대표는 “역사청산 등 역사문제에 대한 지역 차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그 방향이 ‘소녀상 건립’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픈 상처를 기억하고 역사를 계승하는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모임은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 이금주(98) 회장이 시민모임에 맡겨둔 일기장, 사진자료 등을 디지털·전산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 교육·계승을 위한 ‘지워지지 않는 자산’으로 만들고자 함이다.

 80~90세 고령으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역 내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구술 증언 등 ‘기록화’도 고민하고 있지만, 우선은 이금주 회장 기록물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예산, 일처리를 할 인력 확보 등의 여건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소녀상 열기’ 속에서 아쉬운 점은 이런 것이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위안부)’ 문제 해결을 외치며 광주 곳곳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되는 와중에 정작 우리지역 내 아픈 역사의 흔적과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특히, 소녀상 건립과 관련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문제’에 비해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것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이 대표는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문제는 역사정의라는 큰 틀에서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기록이나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것들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개인적 생각으로 이제는 큰 의제보다 지역 문제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 구별로 추진되는 소녀상 건립에는 8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 추진위도 이에 따라 모금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비교’가 무리일 수도 있지만, 전체 소녀상 건립에 들어갈 비용의 일부만 보태도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구술 증언집 제작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의 경우도 광주에 흔적이 없지 않다”며 “그러한 사례를 들여다보려는 노력과 시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조대여고 학생들은 학교 동아리 활동을 통해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를 직접 인터뷰해 자서전을 써낸 적 있다.

 양금덕 할머니는 당시 “자식들한테도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 책을 보면 자식들도 뒤늦게라도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 같다”고 고마워했었다.

 다시 ‘소녀상 열기’가 안겨준 고민의 출발로 돌아간다.

 이 대표는 “이런 흐름들(소녀상 건립 추진)이 일시적인 것으로 끝나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역사문제와 관련해 놓치고 있던 부분을 고민하고, 이를 채우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소녀상 건립 추진 과정에서 ‘소녀상 건립 이후’에 대한 고민과 준비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곳곳의 소녀상 건립이 역사문제를 하나의 지역의 중요한 의제로 끌고가는 동력이 돼야 한다”며 “민간에서 힘이 모아지면 지자체도 움직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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