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계열사·부품사 생산공정,
사내하청으로 채워”
현대위아 광주·평택·서산공장
동희오토, 만도헬라 등

 현대기아차 그룹이 계열사, 부품사를 중심으로 ‘정규직 제로공장’을 확산시켜 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생산공정에 인력파견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산공정 전체를 사내하청으로 채우고 있는 공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

 22일 전국금속노조에 따르면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12개공장 중 8개 공장이 비정규직 공장이다. 금속노조가 전국 12개 공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사내하청) 비율을 확인한 결과 사내하청 노동자가 생산직 중 58%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12개 공장 중에서 울산물류, 광주, 창원, 진천 등 4개 공장을 제외한 8개 공장은 비정규직 비율이 74%~95%까지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나타났다. 특히 울산, 이화, 아산, 서산공장 등은 정규직은 관리직이고, 사실상 비정규직만으로 운영되는 ‘비정규직 공장’이다.

 현대모비스가 인수한 정규직 중심의 공장 창원(카스코), 진천(기아) 공장과 울산물류센타, 광주물류센타를 제외한 8개 공장의 비정규직 비율은 87.38%였다. 이는 100명 중 정규직은 13명, 비정규직은 87명이라는 뜻으로, 소수의 정규직이 관리하는 비정규직 공장이라는 것이다.

 현대위아 역시 창원공장을 제외한 광주, 포승, 반월공장이 생산직은 관리직뿐이고, 생산공정은 전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만으로 운영되는 사실상의 비정규직공장이다. 4개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중 사내하청 비율은 자그마치 86%가 넘는다. 모닝과 레이를 만드는 기아차 서산공장 동희오토도 비정규직 공장이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정규직 제로 공장에 가깝다. 현대글로비스는 부품 제조부터 물류까지 현대기아차 관련 광범위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물류기사는 물론 부품사까지 비정규직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동희오토, 현대모비스 등에서 시작된 ‘정규직 제로 공장’이 자동차를 넘어 다른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고 유관 산업과 회사에 악영향을 미쳐 비정규직 공장을 더욱 확산시킨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현대기아차 그룹이 완성차(동희오토)에서부터 부품사까지 비정규직 공장을 확산함에 따라 정규직 제로 공장이 부품사까지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파워텍, 현대비엔지스틸 등도 비정규직 공장을 세웠고, 현대다이모스도 노사합의로 비정규직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한라그룹 핵심 부품사인 만도헬라도 비정규직 공장이다. 만도헬라 정규직 323명은 사무직, 공장관리인 등이고, 실제 생산 라인에 투입된 노동자 354명 전부가 비정규직이다.

 금속노조는 “이러한 정규직제로공장에 일하는 간접고용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만성적 고용물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또한, 자신의 권리를 찾기위해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실현하려 해도 법, 제도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상황”이라면서 “원청회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정리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지킬 필요없이 업체의 계약·재계약을 활용해 노동유연성 100%를 실현하고, 노조를 만들면 역시 업체를 없애버리는 방식을 공식처럼 사용하고 있으며 근로계약의 직접당사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의무, 산업안전등 노동법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안져도 되며, 쟁의시 대체인력을 투입해도 법위반이 아니라는 면죄부를 받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금속노조는 “정규직제로공장은 경제논리, 성장논리에 편승해 갈때까지 간 최악의 고용형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앞정서서 이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잡아야 할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12년이상 현대차에서 1만명, 기아차에서 5000명 이상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는데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규직 제로공장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 계열사 및 부품사 동희오토, 현대위아, 만도헬라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지난 21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규직 제로공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이들은 “현대기아차가 생산 공정 일부에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생산공정 전체를 비정규직으로 채워버린다”고 비판했다.

 현대위아 광주부품사비정규직지회 정준현 지회장은 “안산, 평택, 서산, 광주 공장도 100% 비정규직으로 소수 정규직은 관리, 시설 보수, 자재 조달의 역할만 할 뿐, 비정규직 노동자만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지회장은 “현대위아 광주공장의 경우 1년 매출이 적게는 1조 4000억 원 많게는 2조 원에 달하지만 현대 위아 이윤율은 낮은데 비정규직 370명이 노동으로 만들어 낸 이윤 대부분을 그룹 본사가 가져간다”면서 “그룹은 계열사를 쥐어짜고, 계열사는 다시 하청을 쥐어짜고, 다시 하청 노동자를 쥐어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노조파괴, 불법파견, 정규직 제로공장 확산의 책임을 물어 정몽구 회장부터 구속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노동적폐 청산의 시작”이라면서 △정몽구 회장 구속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 판결 기준에 맞게 노동부 파견과 도급구분 지침 변경 및 강력한 현장조사와 처벌 △간접고용 사용규제를 위한 상시업무 정규직 원칙과 사용자 개념 확대를 통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을 위한 법-제도 개선 △원청의 노조파괴 행위에 대한 국정조사와 엄중처벌 등을 촉구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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