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내버스노조 55곳 대상 실태조사 실시
“방치된 곳 개선…시·사업조합 전수조사부터”

▲ 광주 상무지구 회차지는 버스 회사 이전으로 있던 휴게시설조차 제 기능을 잃었다.
 광주지역 시내버스 운전사들이 회차지에서 쉬는 동안, 화장실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차량을 운행 중일 때도 생리적 현상을 참기 일쑤인 운전사들이 휴식시간조차 화장실을 갈 수 없는 처지인 것.

 시계 외 노선을 몰며 ‘허허벌판’ 회차지에 정차하는 운전사들은 인근에도 화장실을 찾기 어려워 노상방뇨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광주시가 파악한 22곳의 주요 회차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60여 곳의 회차지에 대해선 휴게시설은 물론 화장실의 유무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주요 회차지엔 버스가 최대 223대까지 정차해 휴게시설 개선이 이뤄져 왔다.

 문제는 사각지대에 위치한 회차지들. 사업조합 측에서 부지를 마련할 경우 주차장이라도 갖추면 다행이지만, 일부 회차지는 노상에서 주차를 하고 운전사들은 열기 가득한 차량 내부에서 휴식을 하거나 그늘을 찾아 나서야 하는 신세다.

 이에 광주지역버스노동조합은 지난 8월 회차지 54곳(주요 회차지 제외)에 대한 화장실 설치 실태 파악에 나섰다. 시내버스 운전사 과로사 사건 이후 운전사들의 생리적 문제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노조 측에서 직접 회차지를 돌며 ‘화장실 유무’를 파악한 결과, 54곳의 회차지 중 화장실이 있는 곳은 11곳(8월11일 기준)에 불과했다. 화장실이 파악됐던 광천동 회차지는 최근 재개발 공사를 이유로 화장실이 폐쇄되면서 동네슈퍼를 임시이용하고 있다.

 박상복 광주지역버스노조 위원장은 화장실 실태조사에 대해 “충격적인 결과”라며 “외곽 노선은 장시간 운행으로 휴게시설이 절실한데도 1~2개 노선만 정차한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었다”고 분개했다.

 이어 “화장실이 없는 곳에선 운전사들이 사람들 눈을 피해 노상방뇨를 할 수밖에 없고 인근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개방 시간이나 거리 상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운전사들 스스로 제대로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또 “노조 측이 파악한 회차지 외에 다른 회차지가 더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광주시와 사업조합이 적극 나서서 전수조사 및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전사 건강관리 TF 팀을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선 광주시는 최근 회차지 개선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본보 확인 결과, 시는 버스 회차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정확한 회차지 실태를 제시하지 못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주요 회차지 22곳 외에 80여 곳의 회차지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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