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생들 “벽화밑에 새겨진 글씨 복원 과정 사라져”
복원추진위 “수소문했지만 출처 확인 불가…작업 배제”

▲ 복원된 민중항쟁도. 오른쪽은 북원 전 그림으로 하단에 `청춘만세’가 들어가 있다. <복원추진위 제공>
 5·18 광주민중항쟁을 주제로 한 최초의 벽화 `광주민중항쟁도’가 27년 만에 복원된 가운데, 그림과 함께 남아있던 글자 일부가 사라진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됐다.

 전남대 민주동우회는 2일 전남대 사범대 1호관 벽면에 그려진 광주민중항쟁도 복원 제막식을 열었다. 5·18 역사의 기록을 보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남대 민주동우회 등이 나서 지난 5월부터 광주민중항쟁도 복원을 추진한 것.

 하지만, 민중항쟁도 하단부에 커다랗게 적힌 `청춘 만세’라는 문구는 복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벽면에 새겨진 일부 글귀들도 사라졌다.
 이에 지난 14일 전남대 대나무숲(SNS)에는 “그림만 남겨두고 글자들을 지운 이유가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여기저기 여러 글씨 사라졌다”
 해당 글은 “평소에 사범대 1호관 근처를 자주 지나치는 학생”이라는 소개로 시작해 “근처를 다니면서 벽화가 감명 깊어서 자주 멈춰서 감상하곤 했다”며 “이번 복원에 대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런데 (복원된) 벽화를 보다가 벽화 밑에 `청춘만세’라는 글씨가 아주 커다랗게 있었고, 그 외에도 여기저기 파란색 글씨들이 있었는데, 복원된 후엔 모조리 사라졌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은 “당시에 함께 써진 것이 아니라서 지운 건지, 보기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지운 건지, 낙서라고 생각해서 지운건지”라고 물은 뒤, “사정을 모르니 그림만 중요하고 다른 흔적들은 중요하지 않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벽화는 가로 10m, 세로 16m 크기의 총을 들고 왼손을 힘차게 뻗은 청년과 군용 지프를 탄 시민군의 모습을 통해 1980년 5·18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청춘만세’ 글자는 벽화 하단부 1m 이상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글자는 복원 과정에서 어두운 녹색 페인트칠로 가려졌다.

 이에 본보가 광주민중항쟁도 복원추진위 준비단(이하 복원추진위)에 확인한 결과, 해당 글자들은 `출처 미확인’ 등의 이유로 복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원추진위 측은 “1990년 벽화 제작 당시 참여한 작가들에게 수소문 해봤지만, 누구에 의해 어떤 연유로 글자가 새겨졌는지 확인이 불가했다”며 “출처가 확인됐다면, 제작자 측에 양해를 구해 복원 등 다른 방법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원 취지 설명 `새김돌’ 설치 예정
 복원추진위 측은 “글자가 새겨진 시기는 벽화 제작 시기인 1990년 이후로 추정된다”면서 “지금이라도 글자를 새긴 제작자와 배경이 밝혀지면 더욱 뜻깊은 마무리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복원추진위에 따르면, `청춘만세’ 글자가 있었던 벽화 하단부에 벽화 복원 과정과 취지를 설명하는 새김돌이 설치될 예정이다. 900여 명의 벽화 추진 위원의 이름을 적은 새김판도 준비 중이다.

 한편 벽화 복원 추진위원 900여 명이 성금 2600여 만 원을 모으는 등 시민사회의 관심에 힘입어 벽화추진이 이뤄졌다.

 복원을 위해 20여 명의 화가와 일반인 400여 명이 채색작업에 동참했다. 작업은 지난달 19일 안전기원제를 시작으로 8월28일 복원이 완료됐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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