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기억하라’ 이정국 감독 인터뷰

▲ 영화 촬영중인 이정국 감독(오른쪽).<희망문화협동조합 제공>
 “암매장 추정지 발굴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어요. 영화 제작이 거의 다 끝난 시점이었거든요. 시기가 맞물려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5·18 행방불명자’ 관련 영화 제작을 마친 이정국 감독(세종대 교수)은 시사회를 앞두고 만감이 교차 중이다. 영화로 외치고 싶었던 ‘기억하라’는 메시지가 실제 상황에서 선명한 울림을 전하고 있기 때문.

 영화 홍보를 위해 광주를 찾은 이 감독을 지난 16일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영화에서 조연으로 참여한 오주섭 씨와 프로듀서를 맡은 임준형 희망문화협동조합 이사장이 동행했다.

 이 감독은 무등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5·18 행방불명자에 관한 단편극영화(24분) ‘기억하라’를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촬영했다. 광주문화재단의 지역문화예술 특성화 지원 사업으로 1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제작된 영화다.

 영화 촬영에는 60~70대로 구성된 ‘광주영상미디어클럽’과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주축이 된 ‘희망문화협동조합’이 함께 참여했고, 오는 12월15일 시사회가 열린다.

 그런데 영화가 세상에 공개되기 전 5·18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암매장 추정지인 광주교도소 발굴이 시작되면서 당시 공수부대 증언이 나오는 등 진실규명에 한 걸음 다가선 것.

 “영화가 5·18 진실규명의 동력이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맞닿아 있거든요. 이제 37년간 묻혀 있는 진실을 찾기 위해선 가해자들의 반성이 필요합니다.”

 영화는 5·18민중항쟁 당시 한 고등학생을 사살한 뒤 무등산에 암매장하고 죄의식으로 살아가는 전직 공수부대원 주인공이 시신을 찾아 나서면서 겪는 이야기다. 무등산은 감독이 의도한 상징적인 장소로서 무등산 중봉 아래 소나무가 오월 광주의 ‘목격자’로 등장한다.

 “영화에 5·18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이 등장시켰어요. 그동안 많은 작품이 피해자의 시선에서 5·18을 기억해왔다면, 이제 가해자의 기억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사자들의 반성이 없다면, 역사는 반쪽만 존재하는 거죠.”

 배우 송영창 씨가 과거를 찾아 나선 공수부대원을 연기했다. 이 감독과 대학 동기인 송 씨는 저예산 제작임을 감안해 전액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편지·블루 같은 상업영화 연출가로 잘 알려진 이 감독이 5·18을 영화 소재로 삼은 건 처음이 아니다. 5·18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국내 첫 극장개봉영화, ‘부활의 노래(1991)’로 이 감독은 제30회 백상예술대상에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5·18 땐 군대에 있었지만, 고등학교까지 광주에서 보냈어요. 늘 가슴 한 켠에 5·18을 담고 있죠. 앞으로 5·18을 주제로 한 장편영화도 구상 중이에요. 외부자의 시선이 아닌 10일 간의 항쟁을 현장성 있게 담아낸 영화를 제작하고 싶습니다.”

 이번 영화 제작과정에 참여한 스텝 및 배우들의 5·18에 대한 기억을 인터뷰 식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40분)’이 함께 제작됐다.

 이번 ‘기억하라’ 시사회는 오는 12월15일 오후 5시 광주극장에서 무료 시사회를 연다. 영화 취지에 동감한 광주극장 측이 무료로 대관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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