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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의 일기 “열악한 환경, 막중한 책임감”
김성영
기사 게재일 : 2018-07-11 06:05:01
▲ “수고했어요. 별 문제는 없었어요?”라는 말과 함께 제일 중요한 택배 확인을 한다. 좁은 경비실 공간에 택배 직원들은 막무가내 바쁘다는 핑계로 택배짐을 맡기고 가버린다. 택배가 몇 개인지, 부피가 큰 것들은 지하실에 보관돼 있는 것까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 경비원을 퇴직한 독자 A씨가 본보에 보내온 글 중 일부다. 환경은 열악한데 책임감은 막중한 일상의 고충을 토로했다. 사진은 한 아파트 경비원이 단지를 청소하고 있는 모습. <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9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고 최근 퇴직한 김성영 씨가 ‘광주드림’ 편집국으로 기고글을 보내왔다. 광주드림 독자라고 밝힌 그는 일터에서 생긴 일들과 하루 하루의 단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일지에 기록해 왔다고 했다. 누구보다 경비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잘 안다는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경비원들의 노고에 격려의 심정을 담아 글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오늘도 알람시계는 새벽 5시를 알린다. 나는 부족한 잠을 설치며 벌떡 일어난다. 가벼운 세수를 하고 거울을 쳐다보며 표정관리를 한다. 옷을 갈아입고 5시50분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에 승차하면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오늘 할 업무를 생각한다. 버스는 6시40분 경에 일터에 도착한다.

 정문 앞을 들어서면서부터 입주민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다. 심지어는 애견을 만져주며 예쁘다는 말로 아부한다. 경비실에 도착하면 어제 수고하신 근무자와 인수인계를 한다.

 “수고했어요. 별 문제는 없었어요?”라는 말과 함께 제일 중요한 택배 확인을 한다. 좁은 경비실 공간에 택배 직원들은 막무가내 바쁘다는 핑계로 택배짐을 맡기고 가버린다. 택배가 몇 개인지, 부피가 큰 것들은 지하실에 보관돼 있는 것까지 확인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 택배 확인
 
 이후 정복을 갈아입는다. 오늘은 수도검침 날이다. 구역을 나우어 약 2시간 걸쳐 마치고 노인정과 사무실 출입문을 개방한다.

 오전 9시 경, 관리사무소에서 아침조회를 한다. 관리소장은 하루에 해야 할 업무를 지시한다. 나는 중요한 것은 메모한다. 확실하게 기억해두지 않으면, 간혹 민원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관리소장과 별도로 면담을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해하기 힘든 민원도 있다. 예를 들면 접촉사고가 발생했을 때 CCTV 판독을 요구하거나 겨울철 추위에 눈이 얼면 새벽에 얼음을 깨달라고 하거나 새벽에 주민의 차를 빼달라는 민원이 들어오는 등 경비원에게 들어오는 민원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불법주차 단속을 할 때는 고민을 많이 해야한다.

 입사한 지 몇 개월 되던 때 단지 내 스티커도 없는 차량 한 대가 새벽부터 아침 9시10분까지 주차해 주차 스티커를 부착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되레 화를 내면서 항의를 했고 관리사무소에 민원까지 넣었다. 나는 관리소장과 면담을 했고 사실대로 설명하니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고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다.

 아침 조회 후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한다. 빠르게 아침을 먹은 후, 담당구역 청소를 시작한다. 구석구석 휴지는 물론 담배꽁초까지 수거한다. 사람인지라 하다보면 태만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관리소장에게 지적받기 싫어 다시 돌아가 꼼꼼히 청소를 한다. 아침에 쓰레기 차가 와서 음식물을 수거해가면 나는 음식물 수거 용기함을 깨끗이 청소하고 생활 쓰레기도 분리수거 한다. 입주민이 폐기물을 무책임하게 버리면 수거해가는 업제 전화번호까지 주면서 폐기물까지 처리해야 한다.
 
▲막무가내·적반하장 주민 수발
 
 단지 내 안전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보슬비가 내리는 어느 초겨울, 새벽 4시 경에 ‘꽝’하는 큰 소리에 잠에서 깼다. 책임감이 앞서 손전등을 들고 소리가 난 근처로 뛰어 가보았다. 아파트 화단 앞에서 젊은 사람이 피투성이가 돼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급히 119를 불러 다친 사람을 전대병원으로 후송했고 112지구대 경찰이 함께 확인한 결과 아파트 11층 입구에서 화단 쪽으로 투신했다고 했다. 후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안심이 됐고 한 생명을 구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게 됐다.

 오늘도 열악한 경비구역에서 고생하시는 경비원님들에게 수고한다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계시는 동안 막중한 책임감으로 주민들에게 봉사해주시길 바라본다.
김성영<전 아파트 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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