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서울 청년·청소년들
‘여자근로정신대 그램책’ 내
“할머니들 아픔,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
경기·서울지역 청년, 청소년들이 일제강점기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손바닥 그림책을 펴냈다.
“우리 할머니의 몰랐던 이야기”라는 제목을 단 이 그림책은 근로정신대 관련 활동을 해왔던 문서연 씨(이화여대 1학년)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구상했던 것이다. 지난 17일 문 씨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림책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근로정신대 역사에 대해 알게 됐어요. 처음엔 일본군 ‘위안부(성노예)’랑 같은 건가 했는데 아니었어요. 끌려가 강제노동을 당한 분들이었는데, 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근로정신대를 잘 알고 있지 못해서 봉사활동 겸 캠페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문 씨는 한 가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캠페인만으로는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포교 활동으로 오해해 캠페인을 기피하는 반응도 있었다고.
“사람들이 좀더 친숙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책을 써보기로 했어요.”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 “모르는 사람 너무 많아 안타까웠다”
이때부터 문 씨는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 알리기’에 앞장 서고 있는 경기·서울지역 청소년연합동아리 ‘더블(Double)’에서도 자료를 구하기도 했다.
문 씨의 동생 문서린 양과 문 양의 친구 김서진·김소정·백승채 양이 같은 예술중학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됐다.
고3,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도 문 씨와 동생, 동생 친구들은 동화책을 만들어 냈다.
문 씨가 근로정신대와 관련한 이야기, 정보들을 담고, 동생과 동생 친구들이 여기에 필요한 그림을 그려 만든 것이다.
이 동화책은 지난 8월15일 손바닥 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
그림책은 좀더 크기를 줄이고, 일부 내용과 그림만 수정해 근로정신대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휴대도 간편한 형태로 제작됐다.
그림책 제작엔 ‘더블’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힘을 보탰다.
대학생이 된 후 손바닥 그림책을 받아본 문 씨는 “신기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일종의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지만 고등학교 때 너무 바빴고, 실제 ‘이게(동화책) 책으로 나온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는데, 막상 나온 걸 보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정말 책이 만들어졌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어요.”
손바닥 크기의 이 그림책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가 한 소녀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후 소녀 시절 일본에 끌려간 과정과 혹독한 강제노동의 고통과 배고픔, 고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계속된 아픔,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한 투쟁의 역사를 소개한다.
뒤편엔 여자근로정신대의 개념, 정신대와 일본군 ‘위안부’, 근로정신대의 차이점 등 용어 설명, 일본 전범기업과 그 기업들의 제품 등에 대한 정보도 있다.
▲휴대하기 좋은 크기…질실 알림이 기대
특히, 그림책에 등장하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의 이야기는 실제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양금덕 할머니를 직접 뵌 적이 있는데, 정말 ‘강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힘든 일을 겪었고,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시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죠. 그런 부분에 감명을 받아 저도 힘을 내 책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할머니들이 훨씬 힘드실 꺼고, 고된 싸움을 하고 계시니까’라는 생각이 저에겐 자극제가 된 것 같아요.”
이번에 그림책은 총 7050부가 제작됐다. 이중 다수는 시민모임에 전달됐다.
시민모임은 이 그림책들은 근로정신대 홍보 캠페인, 초·중·고 학교 강연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는 ‘더블’도 이 그림책을 펀딩에 활용할 계획이다.
문 씨는 “이 그림책들이 앞으로 학교, 도서관 등에 많이 비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당부를 남겼다.
“청소년들이 그림책을 읽고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어른들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정권 차원의 노력이 조금은 보이고 있지만 근로정신대는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했고, 여전히 피해 할머니들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어요. 제대로 된 인식이 잡히고 피해 할머니들의 한이 풀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더 걸릴지 걱정이 많이 돼요. 그림책의 형식은 가볍지만, 내용에 대해선 모두가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강경남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