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폴리 주변 얼음조각 전 후 화단 투기
“장시간 녹지 않아 식물에 ‘냉해’ 위험”
주최측 “순수한 얼음, 별도 처분지침 없어”

▲ 19일 오후 눈 조각전 행사가 끝난 후 문화전당 주변 화단과 배수로에 버려진 얼음 조각들. <김향득 작가 제공>
광주 폴리 일대에서 ‘눈 조각전’이 진행된 후 사용된 얼음들이 인근 화단에 녹지 않은 채로 버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를 본 시민들은 “더위에 적응해있는 식물들이 얼음과 접촉해 냉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했다.

특히 “얼음이 잘 녹지 않도록 하는 화학물질을 첨가됐다면, 식물들에 직접적인 해가 될 수 있다”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19일 오후 눈 조각전 행사가 끝난 후 문화전당 주변 화단에 버려진 얼음 조각들. <김향득 작가 제공>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광주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폴리Ⅰ(광주사랑방) 주변에서 ‘한 여름밤의 눈 조각전’이 열렸다.

이 행사는 크라운해태가 주최·주관하고,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가 후원해 기획된 것으로 이번 시범행사를 거쳐 내년부터 정례한다는 계획.

이번 행사에선 1mX1mX1.5m 크기의 대형 눈 조각 9점이 현장에서 제작·전시됐다.

광주폴리 측에 따르면, 행사의 취지는 광주폴리를 비롯해 지역의 문화콘텐츠와 눈 조각전을 연계해 홍보 효과를 높이고,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즐길거리,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19일 오후6시 이후엔 채 녹지 않은 얼음만큼이나 냉랭한 반응이 돌아왔다.

얼음 철거 및 사후처리 업무를 담당한 광주폴리 측이 행사에 사용된 얼음을 수거해가지 않고, 얼음을 조각조각 부숴 인근 배수로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배수로와 인접한 화단에도 얼음 조각들이 투기됐다.

옛 전남도청 등 5·18사적지를 찍어온 사진작가 김향득 씨는 “정원에 있는 나무나 꽃은 생명력이 없는 것인가”라며 “갑자기 찬 얼음을 식물들과 접촉시키면 냉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만약 얼음이 순수한 물이 아니고 다른 성분이 들어있을 경우 냉해에 그치지 않고 치명적인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광주생명의숲 김세진 사무처장은 “이미 무더운 폭염에 적응해서 자란 식물들이 차가운 얼음에 갑작스레 노출되면 식물의 세포나 기공은 냉해 피해를 입게 된다”며, “보통 냉해에 따른 피해는 일주일 후부터 서서히 시드는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여름밤의 눈 조각전’ 홍보 현수막. <김향득 작가 제공>

김 사무처장에 따르면, 계절상의 변화에 따른 무더위나 추위의 경우 식물들이 지면복사열과 직사광선, 온도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해 극복해간다.

얼음 철거 업무를 맡은 광주폴리 관계자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한 문제”라며 재발 방지를 검토키로 했다.

이 관계자는 “순수 얼음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녹으면 배수로를 통해 처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화단 등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수거 등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보가 확인 결과, 얼음을 제공한 크라운해태는 “해당 행사에 사용된 얼음은 계곡 물을 그대로 얼려서 사용한 것으로 다른 첨가물은 들어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광주폴리 관계자는 “예정보다 하루 이상 길어진 전시일정에 따라 행사를 마친 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얼음을 빨리 철거해 처리하려다 다른 것은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다음에 행사를 기획할 때는 마지막 얼음을 처리하는 방법을 신중히 고민해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여름밤의 눈 조각전’은 크라운해태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회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2019년부턴 다각적인 기획으로 활성화 될 계획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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