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어르신 방송국 ‘빛고을 메아리’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작년 7월 개국

▲ ‘빛고을 메아리’ 이양자 회장.
 “어제 아침엔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렸었죠, 창밖을 보라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하면서 어린시절을 떠올렸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함께하는 DJ 이양자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하겠습니다”

 12시 점심시간. 식당으로 향하는 이들 사이로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이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식당으로 향하는 이들과 정원에서 커피 한잔 하는 이들, 담배 한 개피 태우는 이들에게 기분좋은 분위기를 선물한다.

 광주 남구 노대동에 위치한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송국 ‘빛고을 메아리’ 팀을 소개한다.

광장 한 켠에 마련된 방송부실.

 노인들이 매일 타운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오전 8시.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야외스피커에는 아침을 깨우는 힘찬 음악이 울려퍼지고, 점심시간이면 잔잔한 클래식음악이 나온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 공식 방송국 ‘빛고을 메아리’ 멤버들이 매일 방송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 대본, 진행 모두 어르신이
 
 빛고을 메아리는 지난해 7월 개국했다. 이 방송국은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노인방송국이다.

 회원 11명이 일주일에 한 차례 씩 음악을 트는 엔지니어 역할, 원고를 쓰고 읽으며 사연을 받는 DJ 역할까지 돌아가면서 맡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출근시간대 방송하고, 점심시간때면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방송에 몰두한다.

 좋은 소식이 있을 때면, 방송에서 반가운 소식을 만나기도 한다. 같은 타운 내 문인반 어르신들이 시를 작성하면, 방송을 통해 시낭송 시간을 갖기도 한다.

 최신가요는 없다. 대신 흘러간 노래들, 분위기를 내는 가곡, 세미클래식, 민요, 가요, 팝송같은 어르신들을 위한 ‘취향저격’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방송원고.

 이처럼 방송국을 꾸리고 운영할 수 있었던 건 타운 내 ‘전문가’들이 있어서였다.

 아침방송을 주로 진행하는 김유태 어르신은 30여년 간 MBC 방송국에 몸담은 ‘전문DJ’다.

 여기에 KBS에서 36년 간 근무하며 제작부장까지 지낸 이양자 회장이 뜻을 모았다.

 두 어르신의 합심으로 방송국이 조직되기 시작했고, 초보자들을 모집해 교육을 거쳐 실제 방송이 이뤄지게 된 것.

 이양자 회장은 “은퇴하기전 방송국에서 36년 동안 단 하루 결근할 정도로 정말 열정적으로 일을 했었다”며 “은퇴 후에도 여기에서 방송을 통해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어 너무나 좋다”고 밝혔다.

라디오 엔지니어까지 어르신들이 직접 맡는다.
 
▲KBS 제작부장 출신 이양자 회장 역할 톡톡
 
 그는 다른 어르신들에게서 사연을 받고, “목소리 좋다”는 반응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일에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CD도 집에 있는 걸 가져와서 틀고, 우리 방송국은 점심값 정도 지원받을 뿐 완전히 자원봉사와 재능기부로 한다”며 “기계실 등이 너무 미비해 아쉽다. 보상보다도 미비한 시설들에 대한 보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지금은 야외에만 방송이 나가고 있는데,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야외에 사람이 많이 없다”며 “그 시기엔 실내에 맞는 음악들을 선정해 실내에도 방송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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