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탁기관 변기엔 밀걸레가…

▲ 제보를 받은 한 정부 위탁기관 내 장애인 화장실 모습.
 장애인·노약자 등 이동약자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장애인화장실이 제도적·사회적 무방비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장애인편의법 상 시설주에게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토록 의무화했으나, 만들어 놓고도 사용유지 및 관리가 안 되고 오히려 이용조차 할 수 없게 방해하는 사례까지 확인되는 것.

 본보는 지난해 11월 ‘장애인화장실이 창고로…’(30일자)를 보도한 바 있는데, 이후 또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광주의 또 다른 건물 장애인화장실이 창고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본보가 직접 확인해보니 해당 장애인화장실은 변기와 지지손잡이 사이에 1m가 넘는 밀걸레를 끼워둔 상태였다.

 이 건물은 건강 검진과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등 보건 관련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관이 관리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장애인화장실에 설치된 기저귀교환대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대형 손부채가 끼워져 있고, 화장실 구석에도 박스 여러 개가 포개져 있어 어수선하다.
 
▲“단속·처벌 어려운 한계, 약자들만 피해”

 장애인화장실의 이같은 장면을 목격한 시민 A씨는 “어쩌다 한 번 본 장면이라기보다 늘상 이렇게 돼 있을 법하게 물건들이 이곳저곳에 들어차 있었다”면서 “다른 곳도 아니고 정부 위탁 기관인데 이런 수준이다. 그렇다면 다른 민간영역은 얼마나 관리가 안 되고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변기에 밀걸레가 끼워져 있다면, 누구라도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면서 “장애인도 편의시설을 정당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는데도 청소도구함 같은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방치하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 건물 관리 기관 관계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화장실 유지관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청소용역 파견노동자가 간혹 청소물품을 장애인화장실에 보관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준 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화장실 이용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지정된 청소보관함을 안내하는 등 다시 한 번 주의를 당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장애인화장실을 만들어 놓고도 관리를 방치한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화장실 설치는 의무지만, 사용 유지·관리에 대한 강제는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박찬동 관장은 “관련법에 따라 장애인화장실이 필수로 설치돼야 하는 경우, 만들어 놓고 유지·관리엔 손을 놓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하지만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도 명백히 법률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주차 단속처럼 어플 등 대책 필요”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약칭 장애인편의법) 9조에 따르면, 시설주는 대상시설을 설치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부분을 변경하는 때에는 장애인 등이 항상 대상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규정에 적합하게 설치하고 이를 유지·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관리감독 기관인 자치구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행강제금 부과 후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벌금형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자치구의 지도·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5년에 한 번 편의시설 설치 유무를 전수조사하고 할 뿐 사용 유지·관리에 대한 모니터링은 전무하다.

 이는 장애인주차구역 방해에 대해 벌금 50만 원을 부과하는 조치와 대비돼 미흡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측은 “장애인 주차구역의 경우 즉각적인 신고가 가능하도록 어플이 운영되고 있다”면서 “이를 편의시설로 확대해 장애인 화장실에도 적용하면, 시민들의 관심과 시설 개선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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