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피난 시뮬레이션에
장애인·교통약자 세세히 반영 안돼

▲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전동차 탑승 승객들을 대상으로 ‘비상 시 행동요령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광주도시철도공사 제공>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의 화재 및 지진 등 대피 시나리오에서 장애인,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의 대피 경로나 방안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광주시 스스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2호선을 홍보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비상상황 발생 시 대피에 있어선 교통약자들이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

 20일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에 따르면, 2호선 1단계 구간에 설치된 20개 정거장 중 6곳에 대한 ‘정거장 피난 시뮬레이션 결과’ 대체로 국토교통부(국토부)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 지침’보다 1~2분 정도 대피시간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시뮬레이션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시민,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시민 등 교통약자, 이동약자들의 대피 상황까지 꼼꼼하게 고려됐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장애인’들을 가정한 대피시간을 측정한 것이어서 만에 하나 불상사가 생길 경우 2호선에 타고 있거나 승강장에서 대기하던 교통약자들의 대피에도 문제가 없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
 
▲“대피 시나리오에 교통약자 없어”

 국토부의 지침상 피난시설의 설계 기본원칙에서도 구체적으로 교통약자의 대피를 위한 사전 점검이나 시뮬레이션 관련 규정이 명시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도연 활동가는 “도시철도 2호선의 사고 대피 경로나 시나리오에서 교통약자가 고려되지 않았다”며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시뮬레이션 결과는 장애인, 고령자, 유모차, 영유아 등에게는 별로 의미 없는 수치일뿐이다”고 지적했다.

 사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이전부터 광주시 측에 2호선 운행 시 교통약자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내용을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광주지역 장애인단체들이 이전에 도시철도 2호선과 관련해 열었던 ‘도시철도 공공성 포럼’에서도 2호선의 무인 운영 시스템의 위험성,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교통약자의 탈출 경로 확보 등의 지적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연 활동가는 “당시 포럼에서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가 참여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가지고 대피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것은 비장애인 중심 시뮬레이션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며 “승강장이 아닌 역사와 역사 사이에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교통약자의 탈출 경로, 대피 시간 등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해선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사고가 났을 때 교통약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초기 대응이 가능한지 의문이다”며 “자구책으로 교통약자 당사자들이 스스로 탈출하려고 해도, 이를 위한 경로나 설비가 갖춰졌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다”고 밝혔다.

 도연 활동가는 “가장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교통약자를 지원할 인력이 역과 열차 안에 배치되는 것이다”며 “그런 인력과 더불어 필요한 편의시설이 같이 갖춰져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 “휠체어 이동 고려 열차 1인 동승”

 이에 대해 광주시 도시철도건설본부 박남주 본부장은 “피난 시뮬레이션에도 휠체어 이동이 고려됐다”며 “도시철도 2호선은 역사와 역사 사이에서 상황 발생 시 휠체어의 이동을 위한 통로를 확보하고, 무인 시스템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기관사 자격증을 소지한 1인이 열차에 탑승토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휠체어 이동 고려’는 시뮬레이션 관련 국토부 지침에 명시된 ‘60m/분’을 두고 한 말로, 도시철도건설본부 측은 “휠체어를 타더라도 분당 60m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도시철도 2호선의 정거장 길이 자체가 20~30m로 굉장히 작고, 승강장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비상 상황에도 누구나 대피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국토부 지침에는 ‘화재 등 비상사태 발생 시 이용하는 장애인의 대피 시설’을 설치토록 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비상벨, 비상점용등과 같은 상황 경고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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