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행사위 공동체 상영서
강상우 감독과의 대화
“4년 작업 무거운 책임감
5·18 진심 잘 전달되길”

▲ 지난 22일 5·18행사위원회의 영화 ‘김군’ 공동체상영 후 임종수 전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오른쪽)의 사회로 강상우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5·18을 잘 아는 분들보다 잘 모르는, 태어나지 않은 미래 관객을 생각하며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어요. 5·18 생존자들의 진심이 영화를 통해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5·18민중항쟁 당시 한 이름 없는 시민군에 대한 진실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강상우 감독의 말이다.

 지난 22일 ‘오늘을 밝히는 오월, 진실로! 평화로!’ 제39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3에서 영화 ‘김군’의 공동체상영회를 가졌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임종수 전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감독에게 묻는다’ 시간에서 강 감독은 영화 제작 배경,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시민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공개했다.

 강 감독은 “2014년 공연 촬영 차 광주에 왔다 주옥 선생님을 알게 됐는데 그 다음해 주옥 선생님이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다녀오신 뒤 ‘같은 동네 살던 청년 사진이 걸려있더라’고 했다”며 “알고 보니 지만원이 ‘광수 1호’로 지목한 시민군 사진이었다”고 밝혔다.

 이 사진이 바로 영화 ‘김군’의 출발점이 됐는데, 강 감독은 “이 사진 한장에 대한 상반된 기억과 주장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4년 작업 무거운 책임감”

 그는 “처음엔 사명감이나 책임감이 전혀 없이 5·18을 전혀 모르는 젊은 사람 입장에서 출발했다”며 “하지만 지난 4년간 5·18 생존자 100여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게 얼마나 막중한 작업인지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영화가 완성되고 난 뒤에는 오히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5·18 당사자 등 당시 직접 5·18을 겪은 이들은 영화에서 다루는 내용의 깊이가 약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나타냈지만 강 감독은 “처음부터 ‘김군’ 한 명만 찾는 작업에 집중하다보니 영화에서 5·18을 다루는 폭이나 깊이는 훨씬 얕을 수밖에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았다.

 85분의 상영시간 동안 차분함을 유지한 채 흘러가는 이 영화는 5·18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사진 한 장에 담긴 진실을 추적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죽지 못해 산자’의 부채의식,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직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트라우마도 올곧게 담아냈다.

 어떤 영화적 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 아픔과 고통의 감정들을 보여주는 영화는 막판 그토록 찾던 진실에 가까워진 순간에도 분노나 흥분을 드러내지 않는다. ‘제1광수’라는 지만원의 헛된 주장을 완벽하게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퍼즐을 찾지만, 어떤 결론을 내거나 지만원에 ‘반박’하지도 않는다.

 임종수 전 소장은 “이 영화는 분노하거나 감정을 싣지 않고 차분하게 이어가는데 마음 속에 큰 감동이 일어난다”며 “이게 젊은 세대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게 다큐영화의 힘인 것 같다”고 극찬했다.
지난 22일 5·18행사위원회의 영화 ‘김군’ 공동체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만원 5·18왜곡, 생계형이란 생각 들어”

 강 감독은 “‘김군’은 처음부터 뭔가 보여주겠다가 아닌 왜 시민군이 총을 들었는지, 계엄군에 의해 구타나 죽음을 당한 분들의 고통이나 아픔이 무엇인지 제작진과 관객이 함께 알아가는 영화다”며 “무엇보다 80년 5월 이후 태어난, 5·18을 모르고 자란 젊은 세대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강 감독에게 ‘고향’을 묻는 이들이 많은 것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서울에서 태어나 용인에 살고 있는 그는 “영화를 찍고 나니 고향이 물어보는 분이 많다”며 “‘틀림 없이 전라도 사람이다’라는 댓글을 보고 고향이 도대체 뭐가 중요한지 아직도 저런 식의 생각을 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지만원과의 인터뷰도 담겨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 일부 시민은 지만원을 어떻게 인터뷰했는지, 영화 개봉 후 지만원의 반응을 묻기도 했다.

 강 감독은 “지만원 씨에게는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 콘셉트’로 인터뷰를 요청했었다(웃음)”면서 “영화 개봉 후 따로 연락은 안했는데, 내용이 노출되고 나서 지만원 씨로부터 ‘소설 쓰느라 고생 많았다. 영화는 안 보겠다’ 이렇게 연락이 오긴 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지만원이 명예훼손 고소한다거나 하진 않았나”고 물었는데, 강 감독은 “사실 지민원 씨가 우리 영화 ‘홍보대사’였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안 보겠다고 선언하고 별 대응을 안 했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실 아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지만원 씨는 ‘북한군 투입설’에 대해 확신에 가득 차있는데,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분석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며 “집회나 행사에서 후원자, 지지자들이 100만 원짜리 수표를 건네면서 화이팅 하는 걸 보면서는 (북한군 투입설 주장이)어떤 의미에선 그에겐 생계형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5·18행사위원회의 영화 ‘김군’ 공동체상영 후 임종수 전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오른쪽)의 사회로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강상우 감독(왼쪽)이 제작 배경 등을 밝히고 있는 모습.
 
▲5개 자치구 행사위도 공동체 상영 준비

 영화가 끝난 뒤 많은 시민들은 강 감독에게 후속작 계획을 묻거나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이에 대해선 명확한 답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쌓여진 자료나 경험이 이후 다른 영화 제작이나 5·18진실찾기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강 감독은 “영화 속에 담지 못한 생존자들의 증언이나 인터뷰는 연구자들과의 공유 등 어떤 식으로든 소중한 자료, 공공재로 공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5·18 관련)다른 작업을 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을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4년간 100여 분의 생존자들을 만나 아픈 기억을 들추면서 이 작업이 상처만 건드리는 작업이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도움을 주신 모든 생존자분들의 덕분에 영화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생존자들의 진심이 영화를 통해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5·18행사위는 이번 공동체상영에 이어 앞으로 광주 5개 자치구 행사위를 통해서도 영화 ‘김군’의 공동체상영을 준비 중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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