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공원서 철거 흉상, 문중이 보성에 ‘무단 설치’
시민단체들 “친일반민족행위 담은 단죄문 세워야”

▲ 2013년 광주 중외공원에서 철거됐다가 보성 죽산안씨 청년회에 의해 2014년 보성군에 다시 세워진 친일반민족행위자 안용백의 흉상.<역사정의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 제공>
광주 중외공원에서 철거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안용백 흉상이 보성 죽산안 씨 문중에 의해 보성에 옮겨 다시 세워진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단죄문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역사정의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14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전남 보성군에 친일반민족행위자 안용백의 흉상이 공공용지에 불법으로 세워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보성군은 안용백 흉상 옆에 친일반민족행위를 담은 단죄문을 즉각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1982년 광주어린이대공원(현 중외공원)에 세워진 안용백 흉상은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로 지난 2013년 7월 철거됐다.

전남도 2대 교육감을 지낸 안용백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학무국 편수서기로 재직했다. 재직 중이던 1938년 8월 친일단체인 녹기연맹의 연맹원으로, 1941년 1월 국민총력조선연맹 사무국 훈련부와 선전부 서기에 임명됐다.

학무국 편수서기로 근무하면서 ‘조선’·‘녹기’·‘내선일체’ 등의 친일 잡지에 일제의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 정책을 찬양’하고 ‘전쟁협력을 강조’하는 글을 많이 발표했다. 이러한 경력을 가진 안용백은 1941년 6월부터 경상남도 의령군수, 1942년 7월부터 하동군수를 지냈다.

2009년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안용백의 일제강점기 행위를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3호 “사회·문화 기관이나 단체를 통하여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 또는 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로 판단,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했다.

또 2009년에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되었다.

이러한 인물의 흉상이 설치됐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하필 위치가 광주어린이대공원 내 3·1운동 기념탑 앞 안중근 의사 동상과 함께 시워져 당시 상당한 문제가 됐다.

시민들의 흉상 철거운동까지 진행된 이유다.

그런데 철거돼 광주시청 창고에 방치돼 있던 흉상을 보성 죽산안씨 청년회가 2014년 보성으로 옮겨 다시 세운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흉상이 공공용지인 도로부지에 무단으로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모임은 “안용백 흉상이 보성에 다시 세워진 것을 규탄한다”며 “현행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세워놓은 안용백 흉상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후대에게 부끄러운 일이고 친일청산이라는 시대적 사명에도 역행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흉상에 새겨진 비문에는 안용백의 관직 경력과 교육자로서의 업적, 정년퇴임 후 애향 활동을 칭송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고, 흉상 어디에서도 안용백의 친일반민족행위 등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행위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며 “보성군민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후세들이 안용백의 흉상에 새겨진 글만 보고 그를 기념한다면, 진실은 숨겨지고 역사정의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아픈 역사는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며 “교육자로서 평가 받는 부분을 부정할 순 없지만 안용백의 ‘친일반민족행위’를 기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역사를 모독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201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다”며 “광주시의 ‘친일잔재전수조사 보고서’를 계기로 전국의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내 일제잔재와 친일세력들이 남긴 흔적들을 정리하고, 광주와 전남교육청을 비롯해 교육청들이 학교내 일제잔재와 친일부역자들의 흔적들을 찾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광군은 일제전범기와 비슷한 군의 깃발을 바꾸고, 광양시는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작곡한 시민의 노래를 바꾸려고 움직이는 등 전국의 광역단체와 기초자치단체들이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족정체성을 찾는데 앞장서고 있다”며 보성군에도 안용백 흉상에 대한 ‘마땅한 조치’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시민모임은 “안용백 흉상 옆에 ‘친일반민족행위’를 담은 단죄문을 설치해야 한다”며 “불법 설치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안용백의 흉상에 대한 행정조치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흉상을 다시 설치한 보성 죽산안씨 문중에도 “흉상 재건립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기리는 반역사적 행위를 중단할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모임은 보성군이 단죄문 설치에 나서지 않으면 “시민들의 이름으로 단죄문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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