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종영된 JTBC의 드라마 ‘라이프’.
 세상사에 관심 많은 의사들이 ‘어쩌다’ 뭉쳤다. 혼자서 말고 함께 모이면 ‘공부’라도 되겠지…지난 2015년 여름 첫 모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의료문제를 비롯해 시사 이슈까지 ‘도마’위에 올려 돌아보거나 내다봤다. 광주드림은 이들의 ‘토론’을 부정기적으로 지면에 중개한다. 좀더 거침없는 ‘발언’을 위해 참여자들의 이름 대신 ‘별명’으로 처리함을 양해부탁드린다. Dr. 물파스(지네에 물렸다는 호소에 ‘물파스나 바르라’는 냉정한 처방을 함), Dr. 아닌듯(정치적으로 올바르진 않지만 ‘외모 때문’), Dr. 레인맨(본인이 원함. 비하고는 상관없는 것으로 추정), Dr. 드라이(이유 없음) 등 5명의 의사들이 풀어놓는 세상사에 관한 썰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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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다. 리얼리티가 살아있었던 대목도 있었고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생각해볼 거리들도 있었다는 평이다. 어쨌든 대형병원과 의료자본의 의료상업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Dr. 드라이: 드라마에서 경영진이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미 많은 병원에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있다. 전대병원도 이미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인센티브제 하에서는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Dr. 물파스: 민간병원도 인센티브제 없는 곳이 없다. 병원 매출이 늘어다고 있다고 하지만 이윤율은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병원들은 이윤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의사숫자는 OECD 규모에 못미치지만 병원은 이미 포화상태다. 출혈경쟁으로 이윤율은 떨어지는 추세다. 그러니까 병원들이 비급여 항목들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Dr. 드라이: 국민건강보험제도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어차피 파이는 한정돼 있다. 그래서 비급여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Dr. 물파스: 소위 서울 빅(Big)5 병원들이 왜 감기환자까지 보려고 하겠나. 옛날 같으면 안 봤다. 요즘은 교수들이 환자들을 다 데리고 있다. 매출이 그 과의 파워니까.

 Dr. 드라이: 상시적으로 경영평가를 하고 있다.

 Dr. 레인맨: 의료업계가 절망적인데 그간 요양병원 때문에 10년 정도 버틴거다. 의사들도 갈 데가 점점 없어진다.

 Dr. 물파스: 병원 자체가 절망이다. 빅5도 위기다. 몇년 전부터 병원들이 다 토요일 진료를 하기 시작했다. 전대병원은 노조 반대로 아직 안하고 있지만 조대병원도 하고 있고 다 시작하는 추세다.
 
▲병원 이미 포화상태…의료 상업화 추세
 
 Dr. 드라이: 병원 원가에서 인건비가 제일 많이 들어간다.

 Dr. 물파스: 전대병원 같은 경우 환자들로 바글바글하지만 수입구조는 좋지 않다. 노동집약적인 분야다. 인건비도 상승하고. 매출은 늘지만 수입구조는 좋지 않다.

 Dr. 레인맨: 어차피 비영리인데 새로운 장비나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 빼고 적자만 아니면 되지 않나?

 Dr. 아닌듯: 도태되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나면 지역보다 서울 병원들이 환자 수술을 더 빨리 해준다.

 Dr. 물파스: 빅5는 서울이 타깃이 아니다. 규모를 키우는 이유는 지방 환자 흡수를 위해서다. 주말 진료하는 이유도 지방 환자를 받기 위한 측면도 있다. 지방 협력병원을 만들어 놓고 지방환자를 우대한다. 지역에서 서울 쪽 제휴 병원으로 환자 보내면 바로 수술 날짜 잡아준다. 서비스는 좋아지지만 의료비용은 올라가는 것이다. 예컨대 담낭 절제술 같은 경우 예전에는 절개해서 수술했지만 지금은 복강경 수술을 하게 되고 급기야 로봇 수술을 하게 되는 건데 예전에 수십만 원었던 수술비가 이렇게 되면 수백만 원으로 뛰는 거다. 로봇 수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비용 수술쪽으로 가는 거다.

 Dr. 아닌듯: 의사들이 지식을 독점하고 있으니 계속 수요를 만들 수 있다.

 Dr. 레인맨: 비영리로 묶어둔 이유다. 영리로 풀어주면 환자들을 무한정 ‘벗겨’ 먹는다.

 Dr. 아닌듯: 요즘은 원장들이 주사 놔주고 관련 책 팔고 척추에 좋다고 운동화 팔고 그런다. 피부과 가면 화장품 팔고.

 Dr. 레인맨: 요즘엔 병원 내에 상점이 있더라.

 Dr. 물파스: 영리 자회사다. 박근혜가 길을 터줬다. 시행규칙 바꿔가지고….

 Dr. 아닌듯: 박근혜가 길을 터주기 전에도 다들 이미 하고 있었다. 가족이 바로 병원 옆에서 관련 장사를 한다. 피부과 옆에 화장품, 안과 옆에 안경. 많은 병원들이 하고 있는 걸 합법화시켜준 거다.
 
▲서울 빅5의 타깃은 지방…제휴병원서 보내면 수술 더 빨라
 
 Dr. 레인맨: 드라마에서도 이동욱이 이야기한 그 고민의 지점에 동감한다. 결국 어떤 세계에서 살고 싶은가. 교육·의료 등 최소한 이것 만이라도 공공적인 걸 지켜야 한다.

 Dr. 아닌듯: 최소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응급 환자는 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환자가 갈 데가 없어 다른 지역에 간다. 이건 환자한테도 불행한 일이고 지역에도 불행한 일이다. 간단한 충수염이나 담낭염은 환자를 받는데 약간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는 복막염은 다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 그러니까 대학은 미어터지고. 전남에서 중증의 응급복구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목포 순천 광주 정도.

 Dr. 물파스: 응급이나 중증환자는 수입이 안된다.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다. 중환자실이 크면 클수록 그 병원은 손해고. 그러니까 가벼운 환자만 받으려한다. 위험성 없는 환자, 그러면서 돈되는 환자. 권역별로 지정된 응급의료센터는 그나마 정부 지원이라도 받는데 그 외 민간이든 공공이든 대부분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경우 다 적자다. 거기다 투자하면 할수록 병원은 손해다.

 Dr. 레인맨: 드라마에서 주경문 교수가 돈 안되는 환자를 계속 받는다. 주 교수가 지방의료원에 있었던 걸로 나온다. 지방의료원이 적자가 난다고 없애려고 하는데 적자가 나는 곳은 국가가 공공재원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의료원은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돈 안되는 의료수급자들, 1종환자 수급자들을 주로 받으니까.

 Dr. 물파스: 드라마에서 의사들이 무슨 문제만 나오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저수가 정책이 문제라고 하는데 모든 문제를 저수가 정책으로 환원하는 건 좀 문제가 있다.

 Dr. 드라이: 의료전달체계만 확립하면 무한경쟁이 없어진다.

 Dr. 아닌듯: 이미 뚫렸다. 김대중이 뚫어놓고.

 Dr. 레인맨: 다시 전두환이 정권잡지 않으면 힘들 듯….
 
▲“검진병원은 수요창출 자유로워”
 
 Dr. 드라이: 아산병원 병원 같은 경우 제일 새 건물은 검진센터다. 제일 돈 잘 버니까. 검진센터는 리스크가 없고 비급여니까. 돈 되는 섹터가 몇 개 있는데 미용성형이나 건강검진이다.

 Dr. 아닌듯: 검진은 아픈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니까, 검진이 좋은 게 수요창출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구매층이 엄청 넓고 또 해마다 해야되고.

 Dr. 물파스: 실제로 병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환자들이 찾아가는 병원이 아니고 검진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의료관리로 갈 수 있다. 병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건강관리는 모든 사람이 다 받아야 하는 거니까. 빅데이터나 장비들을 통해서 건강관리하겠다는 거다.

 Dr. 레인맨: 관리가 치료와 별개도 아니다 추천하는 병원으로 가게 돼 있다. 연결돼 있다. 의료 상업화의 대안은 공공병원이다. 공공병원에서 민간이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공공은 의료전달체계를 만들 수 있다. 공공의 비율을 30% 정도까지 올리면 가능하지 않을까?

 Dr. 아닌듯: 이미 늦은 것 같다. 질좋은 공공병원을 세워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해버렸다. 서울 가면 실력 좋은 의사 바로 만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Dr. 레인맨: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빅5 병원에 갔더니 홀라당 벗겨먹더라…이런 경험도 생길 거다. 서울대병원을 공공병원으로 만들고 지역에 서울대병원 지사를 만드는 방식은 어떤가.

 Dr. 아닌듯: 아산 병원이나 삼성 병원을 국가가 사야된다. 그게 더 현실적인 대안 같다.

 Dr. 레인맨: 의료계 문제는 하나를 건드리면 다 건드려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영리화 문제다.

 Dr. 드라이: 의료전달체계가 아예 미비한 상태에서 최상위 빅5부터 읍·면단위 개인 의원까지 무제한 자율 경쟁해야하는 상황이다. 해결책은 저수가에서 적정수가로 재정 확보하고 공공의료의 양적 질적인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본다,
정리=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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