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헌장선포 1주 기념식…인권활동가들 “자축 씁쓸”

▲ 21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광주인권헌장 선포 1주년 기념식에서 강운태 광주시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인권헌장 전문을 낭독하고 있다.
 “광주인권헌장은 여기 계신 시민 모두가 만든 것입니다.” 광주인권헌장 선포 1년. 21일 광주시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광주시가 인권헌장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정책과 예산 집행에 있어 인권은 뒤로 밀려나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는 남구 구동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제48회 시민의날 기념식과 함께 광주인권헌장 선포 1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강운태 광주시장, 조호권 광주시의회의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각 자치구 시민대표 5명이 함께 ‘광주인권헌장 전문’을 낭독하고, 이를 축하하는 공연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광주지역 인권활동가들은 일제히 “현실 속 광주지역 인권실태는 나아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도연 활동가는 “인권을 말하는 광주시청 내에서도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일 광주시청에서 ‘장애인 차별철폐요구안’과 관련해 시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던 그는 “시가 준비한 자료는 시각 장애인이 볼 수 없는 것이었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도 많은 불편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에 요구안을 전달한 지 한 달이 넘도록 광주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고, 힘들게 성사된 간담회 자리에서도 장애인 이동권이나 활동보조 등 8대 요구안에 대해 어떤 것도 분명히 해주겠다는 답을 내놓지도 않았다”며 “이런 현실이 수년 째 되풀이 되는 상황에서 광주시가 인권헌장을 선포하고, 인권지표를 만들어 측정한다는 건 광주시의 허례허식으로 비춰질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헌장·인권지표는 애초부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의 요구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광주시가 ‘세계속의 인권평화도시’를 기치로 내걸면서 뭔가 보여주기 위해 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잘못된 출발이 현실에서 인권문제로 아우성치는 사람들과의 괴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말하는 ‘인권도시’의 허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완욱 광주인권운동센터 운영위원장은 “인권헌장은 광주시가 인권도시이고자 선언을 하고, 인권을 기본적 가치와 규범으로 삼아 인권정책을 실천하겠다는 선언이다”며 “중요한 것은 과연 광주시가 인권에 기반한 인권정책과 예산을 펼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인권선언헌장의 전과 후로 따지면, 광주시 행정조직이 재구성됐거나, 인권이 정책·예산 집행의 우선순위가 되지도 않았다”며 “실제 광주시의 ‘인권실천’은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개소한 CCTV통합관제센터를 예로 들며 “광주시가 인권영향평가를 통한 안전조치나 정책의 수정도 없이 행정을 처리한 것만 봐도 인권이 광주시가 추진하는 정책의 중심이 아니라는 게 보인다”고 그는 꼬집었다.

 그는 “인권에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가 하는 과정이다. ‘인권행정’은 실질적인 당사자들이 본래 주체로 참여해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면서 “현재 광주시는 인권에 대해 의무주체가 아닌 ‘권리주체’인 듯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박고형준 활동가는 인권지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권지표는 광주시가 인권을 ‘정량평가’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데 집착한 결과물이다”면서 “100개 지표 중에는 적절치 못한 게 많고, 일부 적절한 지표도 평가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헌장이나 지표 모두 결국은 과시욕에서 나온 전시행정의 일부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도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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