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보상물품’을 광주시민들에게 저가로 공급한다는 광고로 소비자들을 유인한 이 매장은 저품질 상품을 진열해 놓고 `박리다매’를 취한 뒤 영업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폐업’ 위장에서 공장 ‘화재’까지…소비자들 유혹
-광고한 브랜드 신뢰도 떨어져, 저 품질 ‘박리다매’
-한 달 ‘깔세 매장’ 운영 후 이전…환불·A/S 불가능

 광주의 한 전봇대 위 커다란 불길이 일고 있는 사진을 배경으로 ‘화재보상 물품 공매처분’이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가 붙었다. 전단지는 ‘제조공장화재로 인해 제 값에 팔 수 없게 된 250억 원 어치의 상품을 광주시민들에게 보상한다’는 내용으로 ‘보상물품 무조건 1만 원’ 등의 문구를 명시해 광고효과를 극대화했다. 과연 광고를 있는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1년 미만 단기 임차를 해 속전속결로 상품을 팔고 문을 닫는 점포를 ‘깔세 매장’이라 부른다. 이런 점포들은 고품질의 재고품을 ‘땡처리’하는 것처럼 파격할인 광고를 내걸고 영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제3국가에서 수입한 물건을 싼값에 들여와 ‘한탕 장사’로 박리다매를 취하려는 도매상들이 지역과 점포를 이동해가며 영업을 하는 수법으로 통한다.

 전단지에 광고를 낸 매장을 찾아가보니 여느 ‘깔세 매장’과 다르지 않았다. 1000㎡(300평) 정도의 면적의 매장은 오는 20일까지 한 달간 영업을 하는 곳으로 십 수명의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단기 고용돼 있었다.



 1만 원으로 유인, 상품은 10만 원

 ‘화재보상 물품’이라 홍보된 물품은 브랜드가치가 거의 없는 한 아웃도어 업체의 물품이었는데, ‘무조건 1만 원’이라 광고된 것과 달리 10만 원을 호가하는 상품까지 진열됐다.

 1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상품도 주의사항을 표기한 태그만 달려있을 뿐 제조국을 비롯해 제조사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요즘 `중국산’도 가격을 쳐주는 추세기 때문에 제조비가 더 적게 드는 인도네시아나 네팔 등지에서 만들어온 상품일 것”고 답했다.

 상품의 품질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을 실감케 할 정도로 딱 보기에도 평균 이하였다. 독일 브랜드로 홍보된 기능성 등산화의 경우 본드 등으로 처리한 마감이 표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어 지저분한 느낌을 주었고, 겨울용 점퍼 등도 솜이 들어있긴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두께가 얇았다.

 하자가 있더라도 괜찮은 품질의 상품을 찾아 발품을 판 소비자들은 실제 진열된 상품이 `저질의 땡처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쉬운 대로 1만 원짜리 상품을 몇 개 챙기거나 아예 발길을 돌려버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매장에서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화가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직접 확인한 상품의 품질이 “진품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시민 A씨는 “TV 광고에서 유명 연예인이 매장을 홍보하더라”며, “(깔세매장 과장광고에 대해)의심은 했지만 연예인이 홍보하기에 믿고 매장을 찾았는데, 사려는 운동화의 질이 너무 좋지 않아 줘도 신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며 매장을 둘러보자마자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한 직원이 “이럴 거면 `정품’ 매장에 가서 사라”고 되레 큰 소리를 쳐 A씨를 당황케 했다.

 매장에 진열된 화재보상 물품뿐만 아니라 브랜드 마크를 단 상품들은 모두 환불과 A/S처리가 불가능하다.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는 대신 품질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자 서울 본사에서 파견됐다는 매장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하면 3일 간의 교환기간을 두고 있으니 문제가 안 된다”고 답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매장 대표는 땡처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도매상으로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전국 각지를 돌며 이 같은 판매수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현재 이 매장에는 본사 직원 몇 명을 포함해 아르바이트로 단기 채용된 직원 열 명 정도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이어 홍보한 아웃도어 물품은 소량에 불과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저가 상품만 대부분임을 지적하자 “이렇게(화재보상물품 처리 등) 홍보를 해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 아니냐”며 “사실상 거의 1만 원짜리 상품만 팔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귀엣말했다.

 

 헛걸음 소비자들 “또, 속았다”

  매장 관리자급인 이 관계자는 화재보상이 어느 지역에서 발생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얼마 전까지 서울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영업한 적이 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폐업정리’ `한정수량 대 처분’ 등의 광고 문구를 내걸고 치고 빠지는 `한탕 장사’를 벌이다 보니 한 곳에서 오래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이 `깔세 매장’의 특징 중 하나다.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영업을 한다 해서 이들을 `메뚜기 상인’으로도 부른다.

 이처럼 `폐업’ 등 불확실한 정보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매장들은 허위 또는 과장 광고를 통해 유명 브랜드를 도용하거나 저품질의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와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방치할 수 없는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이 워낙 저렴한데다, `땡처리’임을 소비자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뚜기 상인’들을 처벌할 행정처분의 기준이 애매한 상황.

 따라서 소비자들 스스로 `떳다방’식의 영업방식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 소비자원 관계자는 “흔히 폐업정리라고 하면 거래관념상 소비자들도 염가로 구매하고 교환과 환불이 어렵다고 인식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감안해 사회문제로 인식해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정상적인 브랜드가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판매될 시 소비자들이 이를 의심하고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한편 표시·광고에 관한 공정거래 지침에 따르면 할인특매가 아니면서 매장 대부분이 할인특매를 실시하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제품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이나 내용을 생략, 은폐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제품선택을 저해하는 광고는 부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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