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결 청년
-토론 노하우를 상품으로 만들다
-첨예한 입장 대립의 장…협상력은 경쟁력

윤 결(27세)이라는 청년을 만났습니다. 고교 졸업 후 미국에서의 짧은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22살 때 어렸을 적 꿈이었던 식당을 오픈하게 됩니다. 점포를 운영하는 법, 고객을 대하는 법 등을 배운 뒤 서울에 취직을 하지만 학생시절 배웠던 토론의 맛을 못 잊고 다시 광주로 내려와 토론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청년기업 스토리박스에서는 토론교육자로, (사)광주학교에선 광주 속 컨텐츠 알리미로, 청년챌린저팀인 멜론 머스크에서는 ‘토닥 프로젝트’ 기획자로 사회에 온기를 전달하고 있는 참 다양한 경험과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 식당을 운영했다고 했는데 너무 일찍 시작한 것은 아닌가요? 22살, 식당 창업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식당을 운영하셨던 부모님의 영향인지 요리사가 돼서 제 식당을 차리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습니다. 중학교를 마치고 제가 희망했던 부산조리고등학교를 가는지 알았지만, 새벽부터 저를 깨워 동네를 3시간 동안 차로 돌아 결국엔 인근 인문계고에 내려주신 부모님의 치밀한 작전(?) 때문에 요리사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정말 당황스럽고 그런 부모님들이 야속했지만, 나중엔 이해가 갔습니다. 아마도 부모님들께서는 자신인 제게 본인과 똑같은 고생길을 걷게 하기 싫으셨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돈키호테같은 제 의지는 쉽게 꺾일 수 없었죠. 유학을 다녀와서 다짜고짜 알바를 하고, 대출을 해서 삼겹살집을 차렸습니다. 어찌나 맛있던지 가게 문을 닫고 알바생과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힘들었지만 사람에 대해 가장 많이 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청년이 운영하는 쿨한 가게였기에 술취한 아저씨들의 단골집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사연을 듣다보니 어느새 가게문을 열고 들어오는 ‘저 손님은 오늘 하루가 어땠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 보는 눈이 길러진거죠.

▶‘솔로몬의 반지’의 마법

- 식당이 수익적으로 성공했는지 여부는 민감할 수 있으니 묻지않겠습니다. 하하~ 그런데, 직접 수제맥주도 만들고 있다고 들었는데 술에 대한 각별한 철학이 있나요?
△ 우리나라도 규제가 풀리면서 이제 일반인들도 일정한 조건만 갖추면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되어서 저도 한번 시도를 해 보고 있습니다. 일단 맥주를 가끔 만들어 마시긴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술고래는 아닙니다. 또한 철학이라고 말 할 만큼 의미부여하면서 먹었던 기억도 별로 없지만 식당 운영했을 때 자주오던 아저씨들이 있었어요. 남훈아저씨, 병철아저씨, 상민아저씨 세 분이죠. 술고래는 정말 이런 분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꼭 들러서 저에게 자식 자랑, 신세 한탄, 고민 상담 등을 하고 가셨습니다. 한번은 이 사람들이 술을 찾는 이유가 뭘까 하고 세 아저씨들을 모아놓고 토론한 적이 있습니다. 안주를 제공한다는 조건에서 세 분 모두 모일 수 있었습니다. 장장 6시간 이상의 취중토론 끝에 결론이 났습니다. 아저씨들은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기쁘거나 힘들 때 술을 찾는 이유는 술이 그 ‘문제들을 해결해줘서’가 아닌 ‘시간을 빨리 가게 해줘서’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안주처럼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술맛이 배로 좋아진다고 합니다. 제가 술주정뱅이 아저씨들의 안주였던 것이죠. 이야기를 마치고 우리가게 매상은 제 술주정 듣기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해 저도 병나발 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날 이후로 제가 술에 붙인 비유가 ‘솔로몬의 반지’입니다. “이것도 곧 지나가리라”라고 적혀있던 바로 그 반지 말입니다. 아무튼, 그런 술을 직접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을 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 토론이라는 것이 좀 따분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재미없게 느껴지는데, 본인이 토론강의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 굳이 말씀드린다면 저의 게으름, 그리고 노하우 전달의 필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남들만큼 스펙을 쌓아서 고된 면접 준비를 하고 싶지 않았고, 차라리 그 시간에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책을 한권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죠. 학생시절 취업이란 단어를 모르고 토론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다 학생들 사이에서 토론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저에겐 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 도약이 내 토론 노하우를 상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품으로 지금은 광주·전남 뿐 아니라 전국에서 불러주는 인문학·토론강사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한평생 말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집단·사회 간에 토론을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죠. 이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협상테이블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미 우리 삶은 토론과는 뗄 수 없습니다. 사실상 토론능력은 이시대의 경쟁력이며 많은 친구들이 이 경쟁력을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 그런 인문학과 토론 강의를 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수업이나 제자가 있는지?
△ 기억에 남았던 제자는 전남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2016년도에는 대학생 1학년이 될 ‘강귀문’ 학생입니다. 독서열차라는 행사에서부터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죠. 이 친구가 토론을 잘하거나, 뛰어난 말솜씨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과의 소통에서 공감이 중요하단 것을 깨우쳐준 친구입니다. 토론은 논리적인 스포츠이지만 그걸 듣고 있는 사람은 감성적인 동물입니다. 저와 얘기를 할 때면 그 친구의 상담을 위해서 만난 자리였지만 어느새 역으로 제 상담을 해주고 있는 상황에 놀란 적도 있습니다. ‘강귀문’ 학생의 꿈은 정치인이라고 합니다. 공감으로 소통하는 친구가 정치인이 된다니... 생각만 해도 참 멋지겠죠~^^

▶ 이 땅 모든 프리랜서 응원굚 파이팅!

-‘멜론 머스크’라는 청년챌린저팀을 만들어서 소방관 기부사업 토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사업이고, 어떻게 해서 진행하게 되었나요?
△ TODAK은 청년들이 만들어낸 우수한 상품을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판로개척을 돕고, 발생한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의 손길, 발길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모임입니다. 또한 창의적이고 이색적인 기부아이템을 발굴해 즐거운 기부문화를 만들어냅니다. 첫 시작은 청년도전사업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광주청년센터the숲에서 지원받은 도전사업인 만큼 광주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감전 사고를 당하신 한 소방대원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우리나라 소방대원들의 열악한 환경과 그 희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기부금이나 물품을 전달하는 방법 보다는 문화운동 겸 기부사업을 벌일 수 없을까하고 고민하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게되었습니다. 12월 17일 ‘노석훈’ 대원에게 1달 동안 토닥 프로젝트로 모인 기부금 300만원을 전달예정입니다.

- 이 지면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프리랜서 분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저는 토론교육자입니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묻곤 합니다. 프리랜서인가요? 그래서 불안하진 않나요? 우선 프리랜서는 맞습니다. 하지만 불안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프리랜서의 어원만 보더라도 랜서는 창기병입니다. 프리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하죠. 프리랜서는 일종의 용병입니다. 옛날에도 하루하루 생명을 담보로 고소득을 벌어들이는 용병이었을 겁니다. 현대에는 불안한 프리랜서와 당당한 프리랜서가 존재하죠. 우선 불안한 프리랜서든 당당한 프리랜서든 둘 다 일할 전문적인 능력은 있습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기획능력, 영업능력, 관계유지의 차이입니다. 스스로가 수업을 연구하고 커리큘럼 짠 뒤, 거래처를 찾아 상품을 PR하고, 영업이 끝난 뒤에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프리랜서가 아닌 1인 기업이 되는 겁니다. 프리랜서가 불안한 이유는 바로 이런 능력들을 회사에게 맡기려고 해서 불안한 겁니다. 우선 여러분이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노하우를 모아서 상품화 시킨다면 여러분은 훌륭한 1인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프리랜서를 응원합니다. 파이팅!
윤 결 청년을 만나는 방법: www.fb.com/yunkyul
서일권_옹달샘 <광주청년센터the숲 대표 숲지기>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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