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광주역 공동화 승객 급감하자 노선 변경 추진
“승객 편익” “영업 침해” 갈등 속 22일부터 ‘999번’ 운행

▲ 나주시내버스 광주노선 확대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단 광주시내버스들.
“농어촌버스의 광주 진입, 운행을 반대한다.” “승객들의 편익을 위한 것이다.” 나주시내버스의 광주지역 노선 확대를 놓고 지역이 시끌시끌하다.

18일 광주시와 나주시에 따르면, 22일부터 나주 농어촌버스 123번이 ‘999번’ 버스로 운행을 시작한다.

특히, 기점인 영산포에서 나주, 혁신도시, 남평, 광주대, 백운동, 롯데백화점을 거쳐 광주역까지 운행하던 노선도 대폭 변경된다.

광주지역 내 노선 확대가 핵심이다.

999번의 노선은 백운동까지는 기존과 비슷하고 그 이후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산수오거리, 동강대 후문, 전남대 후문으로 이어진다.

이 버스는 총 30대가 하루 편도 120회(왕복 240회)를 운행할 예정이다.

광주시내버스 회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용수요가 많은 ‘황금노선’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광주 시내버스는 나주시내버스의 광주구간 노선 확대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달고 운행하고 있다.

나주시는 이전부터 광주구간 내 노선 변경을 추진해왔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시대가 열리고 광주시가 혁신도시를 연결할 대중교통망 신설을 추진할 당시 나주시는 광천터미널과 주요 대학병원 및 대학교를 잇는 노선을 추진했다.

광주시는 새롭게 신설한 02번 좌석버스를 혁신도시까지 연결하길 원했고, 나주시는 송정리를 거쳐 광천터미널까지 가는 노선과 대학병원 및 대학교를 연결하는 2개 노선을 주장했다.

양측의 실무협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광주시는 국토교통부에 노선 조정신청을 했다. 시내버스가 각 지자체의 경계를 넘나들 땐 각 지자체의 협의가 우선이나 이게 잘 안 되면 국토교통부의 조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강제 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조정위원회는 광주시의 혁신도시 노선 조정신청을 인용 결정했고, 02번 버스는 이후 11월28일부터 혁신도시 연장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주시가 원했던 2개 노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주시는 광주구간 노선 확대를 계속 시도했다.

현재 나주시내버스의 종점인 광주역의 극심한 공동화현상 때문이다.

지난해 호남고속철 개통과 광주역 KTX 운행 중단 이후 유동인구가 줄고, 상권이 쇠락하면서 자연스레 나주시내버스 이용객도 급감한 것이다.

나주시는 “광주역이 죽고 나서 백운동에서 광주역으로 가는 승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며 “이에 백운동에서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조선대, 전남대학교를 잇는 노선을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주시는 올해 다시 국토부에 노선 조정신청을 했다. 이번엔 광천터미널 노선을 뺀 대학병원 및 대학교를 골자로 한 노선만 신청했고, 지난 7월7일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여 강제조정안을 내놨다.

광주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번 노선 변경이 혁신도시와 광주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면 모르겠지만, 사실상 광주역 기능 쇠퇴로 인한 수익감소의 대안으로 광주에서 영업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이유다.

실제 나주시내버스는 이번 노선 변경과 함께 혁신도시를 경유하는 노선 비중을 3분의 2 정도로 줄이고, 3분의 1은 혁신도시 경유 없이 영산포-나주-남평-광주로 이어지는 ‘간선’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나주시내버스의 영업난을 이유로 광주시내버스의 ‘영업지역’을 침범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광주 시내버스 업체들의 입장이다.

반면 나주시는 “교통약자라 할 수 있는 노인이나 청소년, 청년 승객의 편익을 고려해 대학병원과 대학교를 위주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나주시민들이 광주 왕래가 편해지면 광주에서의 소비 증대 등 오히려 광주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광주 02번 버스는 혁신도시를 오가는데, 나주버스는 광주에 오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광주 02번 좌석버스는 20대 이상이 투입돼 혁신도시까지 하루 편도 157회를 운행하고 있다.

광주 시내버스 업체들은 나주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광주지역버스노동조합은 ‘나주교통 999번의 광주도심 운행’에 반대하며 19일 오후 2시 한국은행 광주지역본부 사거리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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