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임대보증금 인상
건설사-입주민 법적 소송전

▲ 임대보증금 인상을 놓고 주민과 건설사간 법적 분쟁이 벌어진 H임대아파트. “갑질에 못 살겠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광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입주민과 건설사가 보증금 인상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가 소송에 참여한 입주민들에 ‘임대료 납부’를 요구하며 “납부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를 원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법적 판단도 나오기 전에 계약 갱신과 임대료 납부를 요구하는 것은 횡포다”고 반발하는 반면, 건설사 측은 “올해 초로 만료된 계약을 갱신하는 당연한 절차”라고 맞서며 양측의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곳은 2015년 1월 입주가 시작된 H임대아파트로 219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21일 이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에 따르면, H건설은 입주 1년차인 지난해 초 임대보증금 700만 원을 인상했다. 당시 주민들은 “인상 폭이 너무 크다”며 반발했지만, 건설사가 “주변 시세와 물가가 상승해 법적 근거에 따라 인상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일단 인상된 보증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됐다.

 다만, 이를 계기로 임차인 대표회의와 H건설은 “향후 보증금 인상시 납부 3개월 전에 공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협의서를 지난해 2월22일 체결했다. 이 협의서에는 광산구청 열린민원실장도 서명을 했다.

 

주민들 “임대조건 소송 중 임대료 안 냈다고 해지 압박”

 

 그런데 H건설이 지난 1월에 또 다시 임대보증금 600만 원(인상전환보증금 300만 원, 월임대료 전환보증금 300만 원) 인상을 공고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주민들은 “H건설이 ‘납구 3개월 전 공지’ 등 협의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 지난 3월 건설사를 상대로 임대보증금 인상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H건설은 이번에도 주변 시세나 물가 등을 이유로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지난해 1년간 일부 아파트의 경우 시세가 떨어지는 등 H건설이 제시한 인상 근거는 잘못됐다”며 임대보증금의 동결 내지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소 제기 당시 원고로 참여한 주민은 155세대(전체 세대 중 70%)였다.

 이후 재판이 진행돼 다음 달 말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주민들은 “법적 판단에 따라 임대보증금 문제가 정리되면 계약갱신 등 후속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인데, H건설은 입장이 달랐다.

 지난 1월 임대보증금 인상 공고 후 올해 계약갱신 조건에 따른 임대료 납부기간을 4월2일로 연장한 H건설은 이후 최종 납부기간을 5월20일까지 한 차례 더 연장했다.

 그리고 지난 5월 “5월20일까지 갱신 조건에 따른 월임대료 대체합의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은 세대에 대해서는 월임대료를 보증금으로 전환하려는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한다”며 “5월31일까지 3월부터 현재까지의 월 임대료를 납부하기 바라며, 5월31일까지도 월임대료를 납부하지 않는 세대의 경우에는 임대차계약해지를 원하는 세대로 간주하여, 당사에서는 새로운 입주자를 모집하여 대체할 예정이다”고 통보했다.

 이어 “고지된 월임대료를 납부하지 않는 세대에서는 2017년 8월31일까지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시기 바란다”는 내용도 안내했다.

 이에 대해 임차인대표회의는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인상에 관한 견해차이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묵시적 계약 갱신’ 상태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H건설의 통보에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인상 요구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법적으로 다투고 있는 것인데, 납부의사가 없다, 계약갱신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집을 비우라고 하는 것은 횡포”라고 주장했다.

 

대출연장도 막혀…19% 연체이자 물어야 할 판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대출연장’ 문제까지 얽혔다.

 임차인대표회의 한 관계자 A씨는 “지난 5월 대출연장을 신청한 사람은 다 연장이 됐는데, 6월이 되면서 연장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초 대출연장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은행에서는 H건설이 ‘권리침해확인서’ 열람을 거부한다는 이유를 들었다가 나중에는 (임대아파트의)‘재계약서’를 요구하며 대출연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당 대출 금액은 7000만~8000만 원으로, A씨는 “대출연장이 막히면서 19%에 달하는 연체이자를 물어야 할 판이다”며 “건설사의 갑질이 해도해도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주민들은 ‘대출연장’과 관련해서도 “은행에 대한 H건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H건설에서 허락한 자만 대출이 가능하다네요”라는 은행과의 통화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H건설 관계자는 “대출연장과 관련해 은행 쪽에 입김을 넣거나 한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권리침해확인서’ 열람 거부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는 단지 법적 의무에 따라 해당 은행 쪽에 올해 계약 체결이 안 되고 있는 사실 확인을 해준 것밖엔 없다”고 말했다.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 전 ‘임대보증금 및 월임대료 납부’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기존 계약이 지난 1월31일로 만료가 됐기 때문에 이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임대료를 납부하라는 당연한 요구를 한 것이다”며 “당장 임대아파트는 계약 유지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건설사 “계약갱신 별개 문제, 일단 계약은 유지 돼야”

 

 H건설은 진행 중인 소송과 올해 계약갱신과 관련한 문제가 ‘별개’라는 것을 전제로 이러한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해 임차인대표회의와 체결한 협의서를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3개월 전 통보를 하려면 그 3~4개월 전부터 주변 시세나 물가를 조사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나중에 갑자기 시세가 떨어지는 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납부기간(1차 2월28일) 1개월 전에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사전에 왜 협의서의 내용을 임차인대표회의와 논의해 수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현실에 맞지 않는 협의서 내용을)고쳤어야 했는데, 그 부분을 챙기지 못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H건설 관계자는 “올해 1월 임대보증금 인상을 안내하는 등기를 발송하고, 그 다음주 임차인대표자로부터 연락이 와 인상률이 2.86%로 법적 상한선(임대보증금 및 임대료의 5%)보다 낮고, 주변 시세나 물가로 봤을 때 인상해야 한다는 부분을 유선상으로 설명했다”며 “임차인대표회의 측에서 이후 협의를 하자는 등의 연락을 주지 않아 서로 이해가 된 것으로 알았었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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