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원·공공운수노조
“공공대개혁의 방향과 전망” 토론회서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막강한 관료권력을 휘둘렀던 경제부처가 제 자리를 찾도록 하고, 공공부문을 민주적으로 재편하여, 그 중심에 있는 공공기관이 그 설립 목적과 기능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공공대개혁의 방향과 전망’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송주명 사회공공연구원 원장은 “지금까지의 한국 공공부문 개혁이 신공공관리에 입각한 탈정치화 전략을 취해왔다”면서, 이를 바꾸기 위한 공공부문의 민주적·사회적 재편 방향과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성구 한신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신자유주의 극복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시장주의 재벌개혁론, 소득주도 성장정책, 그리고 기본소득론 등의 경제정책 대안들이 장기불황에 대한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장기불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사회화와 공공부문 확대·강화를 제시했다.

김성구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통해서 이미 파산한 케인스주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고용과 성장이 늘어난다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핵심적인 주장은 인과관계를 잘못 해석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자신들의 노동력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요구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임금인상을 통해 경제가 성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장주의 재벌개혁론의 경우 재벌개혁이 되면 자본주의 위기 극복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하며, 무엇보다도 시장친화적인 구조개혁으로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완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론에 대해서는 “보편적인 사회보장 정책의 확대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구분하고 있으며, 사회화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장기불황이 완화되는 게 아니라 자본의 이윤율 위기가 오히려 심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장기불황도 심화되어 기본소득을 줄 수 있는 기금도 더욱 빈약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구 교수는 “시장주의 재벌개혁론, 소득주도 성장정책, 기본소득론 등의 경제정책 대안으로는 장기불황과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없고 오히려 장차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며 재벌 규제와 임금인상/양극화 해소라든가 사회보장 강화 같은 현실의 개혁과제들도 사회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진정으로 실현가능한 개혁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발제문이 이론적인 접근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회공공연구원이 제안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민주적·사회적 재편의 과제가 바로 자신이 결론으로 제시한 사회화와 공공부문 확대/강화”라면서, “특히 단기적으로 경기안정화 프로그램의 실시, 중장기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의 작동 메커니즘을 해체하고, 그 전제로서 구조화된 과잉자본을 청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송주명 사회공공연구원 원장은 좀더 구체적으로 공공부문의 민주적·사회적 재편을 위한 정책적인 과제를 짚었다.

송 원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다양한 공공부문 개혁 정책이 제출되었지만, 그 핵심은 신공공관리(NPM: new public management) 기조에 입각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및 경영효율화였고, 나아가 전문경영체제 구축을 명분으로 공기업 경영의 탈정치화가 모색되었다”고 지적했다.

송주명 원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공공부문을 기업처럼 운영하는 신자유주의적 재구조화 양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 시기 신공공관리 개혁을 주도해왔던 기획재정부 등 관료권력 또한 여전하다.

기획재정부는 대폭적인 개편내지 해체되기는커녕 기재부 출신 관료가 장차관으로 임명되면서 적폐청산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최고의결기관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명목상 이해중립을 표방하는 관료들과 ‘중립적인 사람’의 외양을 띤 민간위원으로 구성되어 공공부문 정책 결정 과정에서 완벽하게 탈정치화를 구현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공운위의 외견상 중립적이고 탈정치적인 성격이 노정교섭이나 노정협의를 회피하도록 만들고, 기획재정부는 공운위 뒤에 숨어 공공기관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듯이 행세한다는 것이다.

송 원장은 “하지만 지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논란에서 드러난 것처럼 기획재정부는 노동-경영관계에 대한 관리 책임을 자신들로부터 떼어내 공공기관장에게 넘겨주는 탈정치화를 수행하면서도 예산편성지침과 경영평가 등을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확고히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공공부문 노동은 완전히 무시되거나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 되었다”면서 “이런 이유로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로 나서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 관료권력의 해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원장은 “공공부문의 민주적 재편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역할 축소 등을 통한 비대한 관료권력의 해체, 국민참여예산제 도입 등 토의민주주의 확대, 공운위 개편 등 노동사·시민의 참여와 통제를 통한 사회적 조절기구의 민주적 운영, 그리고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기관 내부 지배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공부문의 사회적 재편과제로서는 공공기관의 민영화 중단 및 기능조정에 대한 통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운영평가로 전환,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의 창출 및 확대 등을 제시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 박용석 전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은 송주명 원장이 제시한 공공대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담당해야 하는 공공개혁 주도세력으로서의 책무가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표 제주대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경제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사람들의 파편화, 개인화, 탈정치화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공공성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정화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좋은 일자리와 임금상승의 선순환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러한 구조가 양립 가능하도록 다양한 사회경제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하여 제기된 자회사 논란에 대해 언급하고, 노동기본권이 잘 갖추어진 좋은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 협의 구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토론에서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국유화/재공영화의 사례들을 검토하면서 재공영화를 위한 공공부문-시민사회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Co-governance)를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김성구 교수의 주요 경제정책 대안들에 대한 비판과 사회화 담론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회화 주장을 어떻게 강력한 대중담론으로 만들 것인가라며, 소득주도 성장정책 등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들을 요구하는 이들과 어떻게 함께하며, 사회화론을 확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공공부문의 민주적·사회적 재편 과제와 관련하여 공공대개혁에서 공공부문 노조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면서 공공부문 인프라의 공공화, 공공재정 확충, 공공부문 노조의 사회연대활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전국공공운수노조의 조상수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침을 내놓았지만 기재부에 막혀 한걸음도 못나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을 운영하기 위한 재정, 운영 구조를 전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사회공공연구원과 전국공공운수노조가 공동주최하고, 사회공공연구원,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의 공동주관으로 진행됐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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