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시장역 10여년째 그대로…장애인 이동시 사고 위험
“엘리베이터 설치해야”…공사측 “주변 재개발 맞춰 개선”

 지난해 10월, 휠체어를 탄 장애인 A씨는 서울 신길역에서 지하철을 환승하려다 10여 미터 계단 밑으로 떨어지고 만다. ‘휠체어리프트’로 이동하려다 일어난 사고였다. 지난 2001년에는 오이도역에서 리프트 와이어가 끊어져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처럼 시설 이용 장애인들이 중상·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장애인 이동시설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고를 부르는 리프트는 폐쇄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구체적인 주문이다.

 한편 휠체어리프트는 광주 지하철 역사에서도 운행되고 있다. 서구 양동시장역 3번 출구인데, 현재 27미터 길이의 휠체어리프트 1대가 운행 중이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를 선언한 바 있는데, 양동시장역 시설이 이같은 선언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휠체어리프트는 지상과 지하 1층 대합실까지 연결하는 이동수단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양동시장역에 출입하기 위해선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광주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는 광주도시철도공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 역사에 장애인엘리베이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노약자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물론 양동시장역에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을 지상에서 대합실로 이동시키는 수단은 리프트밖에 없다.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 대합실과 지하 3층 승강장까지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지상 인도폭 좁아 설치 안돼”
 
 2002년 광주 지하철 계획 당시 광주시 지하철건설본부는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지상 인도폭이 좁아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지상공간 확보가 어렵다”라는 이유로 양동시장역만 예외로 했다.

 대신 리프트 1개를 설치하고 향후 시장현대화사업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추가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그럼에도 지하철 개통 1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엘리베이터는 설치되지 않았다.

 문제는 휠체어리프트의 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양동시장역에 설치된 리프트는 계단 측면 난간을 따라 설치된 ‘경사형’이다. 경사형 리프트는 급격한 경사로 바로 옆에서 탑승해야 하는 특성상 이용자들의 안전 문제가 늘 지적돼온 시설이다.

 서울 신길역 사고의 경우, 한쪽 팔의 운동기능이 저하된 장애인이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발생한 사고였다. 호출 버튼과 계단의 거리가 짧고 추락방지장치 등 안전장치가 미흡했던 게 사고를 부른 것.

 양동시장역의 경우도 호출버튼과 계단과의 거리가 1미터 내외로 매우 짧았다. 또한 진입 금지나 추락방지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다. 10여 미터에 달하는 리프트의 높이와 경사도는 “사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경사형 리프트는 전국적으로 사고 요주의 대상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경사형 리프트에서만 모두 1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자 대부분은 사망 또는 중상을 입었다.

 보건복지부는 안전문제와 함께 △비장애인의 계단이용 방해 △작동 시 이목집중으로 인한 인권침해 등의 이유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올 4월부터는 신규 시설에 경사형 휠체어리프트 설치가 제한되고 승강기 형태인 ‘수직형 리프트’가 권장된다. 또한 기존 경사형 리프트시설은 금지 또는 교체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처럼 사고 위험성이 큰 휠체어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 설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년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인에게 제공돼야 할 ‘정당한 편의’로 볼 수 없다”는 권고를 내놓은 바 있다. △사용방법과 절차가 까다로워장애인 혼자서 이용할 수 없는 점 △추락사고 취약 △전동스쿠터·전동휠체어 이용불가 등의 이유였다.
 
▲“양동시장역, 비장애인도 이동 버거워”
 
 인권위는 “장애인의 이동권 및 시설물 접근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도연 활동가는 “장애인들에게 휠체어리프트는 십수년 동안 수많은 장애인들을 다치거나 죽게 한 기계”라며 “광주지하철 건설 당시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양동시장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하루빨리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광주지하철 1호선 20개 역사 중 유일하게 지상 엘리베이터가 없는 양동시장역은 비장애인들에게도 불만이다. 전통시장과 연결된 역 특성 상 짐을 든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동시장역에서 만난 동구 학동 주민 임호진 씨는 “시장보러 지하철을 이용할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면서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와서 엘리베이터로 ‘환승’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광주도시철도공사는 “2020년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역사 인근에 추진되고 있는 양동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맞춰 설치하겠다는 것.

 광주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양동시장역의 경우, 엘리베이터 구조물 설치를 위한 부지매입에 어려움이 있어 설치가 늦어졌다. 재개발 사업 추진일정에 맞춰 설치토록 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1건의 안전사고 없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1년에는 노후화로 인해 시설을 교체하는 등 안전에 만반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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