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 이수영 학생, 교육법 개정 청원
“학생회 활동하며 현실적 한계 분명히 느껴”

▲ 이수영 학생.<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학교 운영위원회에 학생들을 참여시켜달라는 한 고등학생의 청원이 화제다.

 학교의 주체인 학생이 학교생활과 밀접한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현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번엔 학생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법 개정을 요구한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광주 운남고 1학년 이수영 학생은 지난해 12월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 운영위원회의 학생 참여 의무화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청원했다. 한 달 간 진행 중인 이 청원은 13일 기준 329명이 청원에 동의 표를 던졌다.

 광주드림이 발행하는 청소년신문 ‘길’의 청소년기자로 활동 중인 이수영 학생은 “(청소년기자로서) 항상 취재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언론의 인터뷰와 취재 요청을 받게 돼 얼떨떨하고 신기하다”며 운을 뗐다.
 
▲학생회도 무시당하는 학교, 대안 주목

 그러면서 “많은 관심과 동의를 얻어 학생들이 학교 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에 꼭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도 표했다. 이 양은 국민청원뿐 아니라 국민신문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같은 민원을 제기했다.

 이 양이 목소리를 낸 건 학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학생회가 학교에 제시한 의견은 ‘학사일정을 수립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것, ‘학생들 사이에서 급식이 맛없다는 불평이 나온다’는 것, ‘정수기 물맛이 이상하니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세 가지 안 중 어느 것도 적극적인 학교의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에겐 학교생활의 질을 결정할 중요한 문제인데도 학교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학생들을 대표하는 자치기구인 학생회의 제안이 묵살된 것이어서 좌절감은 더했다.

 “이럴 거면 학생회는 왜 존재하는 걸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교내 인문학 강의를 듣게 됐는데, 이 강의에서 학운위에 학생이 참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학생회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학생들의 의견 자체가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 양은 프로젝트 수업시간 중 ‘청원 올리기’ 활동의 일환으로 학운위 학생 참여 의무화를 제안했다.

 국민청원을 통해 이 양은 “각 학교마다 학생회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실제 학교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학생의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지 않다”며 “학생의 의견을 반영토록 한 규정이 있지만, 내용이 불분명에 학생 참여권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하면서 교육법 개정을 촉구했다.

 초·중등 교육법 제31조 2항의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요건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현행법상 학운위엔 학교의 교원 대표, 학부모 대표 및 지역사회 인사의 참여만 보장하고 있다.

 “학생들도 당연히 학교에 불만이 있을 때 학교 욕을 하는 등 부정적인 평가를 해요.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러한 소통을 할 통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애초에 의견을 제시해볼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마음 같아선 교장선생님과도 편하게 만나 대화하고 싶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에요.”

 이 양은 학운위의 학생 참여는 학생과 학교 간 취약한 소통 창구를 법적으로 보장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교 운영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화면.|||||

▲“일부 반대 있어…‘청소년 미성숙’ 생각이 미성숙”
 
 “학생들이 학운위에 참여하면 좀 더 수월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거예요. 또 학생들이 참여함으로써 더욱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고, 주인 의식도 생기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학교 운영 상황을 공유하게 되면 학교에 대한 신뢰가 생길 것 같아요.”

 학생의 권한 강화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학운위 학생 참여를 반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 양은 말을 이었다.

 “학생들이 아직 미성숙하다며 우려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인식 자체가 미성숙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경험하는 실질적인 교육의 주체잖아요. 적어도 학교 정책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고, 오히려 더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요. 또 이런 기회가 청소년 시기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성인이 돼서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이 양은 학운위 학생 참여 보장이 최소한의 권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학생들이 학운위에 참여한다고 해도 가장 막강한 발언권을 쥔 건 학부모와 학교 관리자들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 안에서도 학생의 권한이 가장 약할 것이란 건 저희도 잘 알아요. 그래서 더더욱 학생 참여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하루빨리 학생들도 함께 학교 정책을 협의해서 이뤄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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