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일터인 장애학생들, 사회로 한 발짝
학교안 ‘카페 쉼표’ 등 ‘교내 일자리’ 활성화

▲ 광주선우학교 교내 카페인 ‘카페 쉼표’. 전공과 학생들이 직접 카페 운영을 맡고 있다.
 “어서 오세요. ‘카페 쉼표’입니다.”

 광주선우학교엔 장애 학생들의 일터이자 꿈터인 ‘카페 쉼표’가 있다.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며, 손님을 응대하는 이들은 모두 선우학교 ‘전공과’ 학생들.

 이곳에서 학생들은 여느 카페의 직원과 다름없다. 다만, 울타리가 되어주는 학교와 든든한 지원군 교사들이 있어 학생들의 표정에 자부심이 충만하다.

 ‘전공과’ 교육과정은 장애 학생들이 재학 중인 특수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 진로·직업교육을 받는 과정이다.

 광주선우학교 역시 2년제의 전공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43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교내 카페인 ‘카페 쉼표’는 전공과 학생들의 ‘체험형 실습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커피 만들고 계산하고, 뒷정리도 하고 있어요. 메뉴판에 있는 음료는 다 만들 수 있고요. 열심히 만들어서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실 때가 가장 행복해요.”

 카페 쉼표에서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선우학교 2학년 김선 학생의 말이다. 교사들과 친구들이 쉬어가는 카페에서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

 카페에선 전공과 2학년 학생들이 총괄매니저를 맡고, 1학년 학생들은 메뉴 제조, 주방 관리를 맡는 분업 시스템이 정착했다. 또 학생들은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고 있다.
 
▲현장형 직무교육·모의면접으로 취업대비 탄탄
 
 카페 쉼표는 정식으로 사업장 등록이 되지 않은 실습장이지만, 실제 카페를 옮겨 놓은 듯 하다. 학교의 지원으로 아늑한 카페 인테리어를 갖췄고, 주 고객인 교직원들 덕에 음료의 재료비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선우학교에는 교내에서 직업 훈련이 가능한 ‘교내 일자리’가 활발하다. 교내카페, 초등학교교실(학습도우미), 교재연구실(이동청소서비스), 급식실, 교내도서관(사서보조) 등 학교 곳곳이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꿈터’인 것.
광주선우학교 교내 카페인 ‘카페 쉼표’. 전공과 학생들이 직접 카페 운영을 맡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등교와 일터로의 출근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교내 일자리는 정부의 장애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선우학교 교내에 마련됐고, 전공과 학생들 중 18명이 참여하고 있다.

 “장애 학생들의 특성에 맡게 직무지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교내 일자리의 장점입니다. 학생들은 직무를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릴 뿐 배우면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학교라는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서 교직원들의 세심한 관심으로 실습 효과가 더 큰 것 같아요.”

 선우학교 전공과 교사들은 교내 일자리를 ‘꿈의 일자리’라고 표현한다. 교내 일자리는 학생들이 직업인으로서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면서 ‘맞춤형 직업 교육과정’이 이뤄질 수 있는 최적의 훈련장이라는 의미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하루 3~4시간 근무를 하고 최저 시급을 받는다.

 선우학교의 실습 교과목 중에서도 바리스타 수업의 비중이 높다. 교내 카페가 운영돼 실습이 가능한데다, 카페 관련 직무가 직업 생활 전반에 필요한 기초적인 수행능력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서비스교육이라고 하면, 손님 응대와 복장, 위생관리, 판매 과정까지 교육이 모두 포함됩니다. 금전관리를 위한 회계처리, 기자재 관리도 빠질 수 없죠. 바리스타 실습실이 따로 있어서 메뉴 제조 실습을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처음엔 여느 카페에서처럼 청소와 설거지부터 시작하고요.”
광주선우학교 교내에서 운영 중인 실습실 ‘바리스타실’.

 카페 실습은 무엇보다 장애 학생들에게 필요한 대인관계 기술 습득에 큰 도움이 된다. 손님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가 하나의 도전이다.

 이번 2학기부터는 인근의 살레시오고 학생들이 자원봉사활동으로 선우학교 카페를 찾게 되면서 비장애 학생들과의 접점이 생겼다. 살레시오 학생들은 카페 관련 일에 일손을 보탤 뿐 아니라 선우학교 전공과 학생들에게 카페 메뉴 제조에 대해 교육을 받고, 카페 관리에 대한 지도를 받게 된다.

 카페 업무에 익숙한 장애 학생들과 소통을 시도한 비장애 학생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다.

 “일반적으로 장애 학생들은 비장애인들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장애 학생들도 타인과 협력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비장애 학생들과의 만남이 기존의 편견을 깨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광주선우학교 교내에서 운영 중인 실습실 ‘바리스타실’.
 
▲살레시오고와 교류 확대…“학교 밖 접점 넓혀”
 
 광주선우학교 이미진 혁신부장은 ‘카페 쉼표’라는 매개를 통해 학생들이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선우학교는 직무교육을 넘어 취업교육까지 공을 들인다.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는 모의 면접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교육청에서 장애인 특별 전형으로 선발하는 교육공무직종 8개 영역(사서·청소·보호작업장·급식·간호보조·요양보호 등)을 특성에 따라 구분해 면접 실습을 진행한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작성이나 직무에 필요한 자격증 상담도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전공과 교사들 역시 학생들 못지않게 새로운 도전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취업 시장의 추세에 맞춰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전수하기 위한 기술과 전문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이미진 혁신부장은 “전공과 교육과정 속에서 교사는 교실 안 교사의 역할만 수행하지 않고 직무지도원, 생활지도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능동적인 교사들의 노력이 있어 직업교육이 내실 있게 안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빛고을 혁신학교 7년차인 선우학교는 2013년에 개교한 청각장애와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다. 247여 명 학생이 유·초·중·고·전공과 과정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선우학교는 지역사회훈련실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성 특별실과 제빵실 등 수요자 요구를 반영한 직업교육실, 언어청능훈련실과 같은 장애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지원실 등을 갖추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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