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먹고 싶으면’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수박이 먹고 싶으면 / 줄기가 힘을 모을수 있게 / 마디마다 돋는 곁순 똑똑 따주고 / 벌 나비 수박꽃에 날아들도록 / 뽑아내고 돌아보면 또 돋는 잡풀 / 훑어내고 돌아보면 또 생겨난 진딧물 / 일일이 손으로 뽑고 훑으며 짠땀이 뚝뚝 떨어지는 / 고단한 노동을 마다지 않아야 한다 / 그러나 그러다가도 너무 지치거나 더위를 먹지는 않게 / 가끔 원두막 그늘에 올라 시원한 미숫가루 한 사발 들이마시고 낮잠 한 숨 잘 줄도 알아야 한다. - ‘수박을 먹고 싶으면’ 중에서(김장성 글, 유리 그림 : 이야기꽃)
우리 작은책방도 에어컨을 간간히 틀다가 요즘은 온종일이다. 너무 많이 틀었나 싶어 끌라치면 어느새 공기가 후끈해진다. 별 수 없이 다시 전원을 켜야 한다. 마음은 쳐지고 몸은 자꾸 차가워지니 참 갑갑한 상황이다. 그럴 땐 시원한 여름 그림책 하나 골라 들고 읽는 것이 제격이다. 너무 길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 없으면서도 활기찬 그림과 내용에 어느새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그래서 여름이 오면 서가에 내어 놓는 그림책도 시원한 그림을 고르게 된다. 비 오는 날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책부터 구구절절한 문장 하나 없어도 한 폭의 그림으로 온 맘이 시원해지는 책,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상상의 세계에나 있을법한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어느새 ‘나도 그러고 싶다’하게 되는 책, 책들.
이런 책을 만나면 작가에게 참 고맙다. ‘딱’ 이럴 때 ‘꼭’ 필요한 이야기와 그림으로 우리를 순식간에 ‘슝’ 다른 세계로 데려가 주니 말이다.
“아휴, 덥다. 옆 동네 코코넛 수영장도 개장했다던데, 지금쯤이면 수박 수영장도 개장했겠지요?” “그러게요. 올해 수박 수영장은 어떠려나? 작년에는 씨가 너무 많아서 수영하기 힘들었는데.”-‘수박 수영장’ 중에서(안녕달 그림책 : 창비)
이야기는 그렇게,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이끌어 준다. 비록 여름은 이제 시작이고 감당해야 할 일들은 날마다 찾아오지만, 이야기와 그림으로 잠시라도 마음 한 켠 쉴 수 있다면 길고 무더운 여름도 지낼 만 하리라.
바람 한 점 없는 오후입니다. 소라안으로 들어갔다 온 메리의 몸에서 바다 냄새가 났습니다. 옛날 수영복, 커다란 양산, 가벼운 돗자리, 수박 반쪽을 들고 할머니와 메리는 소라 안으로 들어갔어요. -‘할머니의 여름휴가’ 중에서(안녕달 그림책 : 창비)
요즘같이 덥지만 전기세가 걱정되어 에어컨을 켜고 끄기를 반복하게 되는 날, 이제 곧 시작될 여름방학동안 아이들과 어떻게 복닥이며 이 뜨거운 계절을 지날까 고민하는 날, 근처 도서관으로 동네책방으로 마실 오시라. 한 대의 에어컨으로 여러 사람이 시원할 수 있으니 경제적이요, 책 구경하다가 마음이 탁 트이는 책을 만나면 한동안 이 땡볕 더위도 견딜만 해 질테니 말이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동네책방 숨 대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그림책
‘수박을 먹고 싶으면’(김장성 글, 유리 그림 : 이야기꽃)
‘파도야 놀자’(이수지 그림책 : 비룡소)
‘참방 참방 비오는 날’(모로 카오리 그림, 후시카 에츠코 글 : 키다리)
‘할머니의 여름휴가’(안녕달 그림책 : 창비)
‘수박 수영장’(안녕달 그림책 : 창비)
‘맴’(장현정 글그림 : 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