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흑산면 진리에 위치한 서낭당이 있는 ‘신들의 정원’을 방문 했어요.

예전에 렛츠고신안에서 다녀온 홍도의 석촌마을의 당숲처럼 흑산도에도 선박이나 어부의 안전과 안녕을 기원하고 풍어를 비는 제의의 공간이 있답니다.

당집은 진리당과 용왕당으로 전각 두채가 나란히 서 있어요. 요즘의 선박들은 동력으로 항해가 가능하지만 옛날에는 바람에 의지하는 풍선들이 대부분 이었죠.

그래서 자연의 힘에 기대어 바다에 나서는 어부는 생과 사를 바다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바람이나 물때 처럼 선조들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지혜는 세대를 거듭하며 발전한 현대의 과학기술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해양의 전문지식이자 유산이에요.

역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런 자연 현상이나 재해를 파악하거나 몸소 경험하여 체득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유명을 달리 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오늘날의 후손들이 선대 어른들이 남겨준 귀한 유산을 활용하여 바다에 들고 나는 것은 큰 복이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신들의 정원 진리당은 문화적 ,역사적 명소에요.

귀신을 부르는 나무라고 알려진 초령목을 비롯하여 적송, 조릿대, 동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신비로움을 자아내요. 초령목은 94년에 고사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후 고사목 주변에 유목이 70여 그루가 발견되어 지난 2004년 시·도 기념물 제222로 지정되었답니다.

흑산도 진리당을 신들의 정원이라 한다고 하길래 ‘신들의 정원이라면 정말 신이 많은 걸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정원 산책길 앞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어요.

예로부터 전해오는 구전 설화가 몇가지 소개되어 있더라구요.

진리당과 연관이 있어보여서 소개해드리고 마무리 할게요.

진리당에 얽힌 ‘당각시 이야기’

먼 옛날 처녀, 총각이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죽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슬픔의 세월을 보내던 부인은 결국 바다가 보이는 소나무에 목을 매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발견하여 제를 지내고 그 자리에 당을 지어 그 원혼을 달래어주고 아내가 죽은 날에 제를 지내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였다.

‘총각화상 이야기 ’

어느 날 진리마을에 옹기를 파는 배 한 척이 들어왔다. 배에는 심부름하던 총각 선원이 타고 있었는데 선원들이 옹기를 팔기 위해 마을로 들어가면 총각은 노송에 올라가 나뭇잎 피리를 불며 시간을 보내었다. 선원들이 옹기를 모두 팔고 배가 출항하려고 하자 역풍이 불어 항해를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총각이 나무에 올라 피리를 부니 바다가 잔잔해지고 마을 어부들이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옹기를 팔러온 선원들은 바다가 잔잔해지자 다시 배의 돛을 올리니 또다시 역풍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점쟁이에게 물어보니 ‘당각시’가 총각의 피리 소리에 반하여 총각을 보내기 싫어서 바람을 일으켰다고 했다. 이에 선원은 총각에게 거짓 심부름을 시키고 서둘러 배를 출항하여 떠나버렸고 총각은 몇 날 며칠을 노송에 올라 피리를 불다 지쳐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노송 밑에 총각을 묻고 화상을 그려서 당각시 옆에 걸어 놓고 제를 지내주었다. <출처: 신(神)들의 정원. 흑산도 진리의 당숲에서 만난 동백꽃>
강민구 <렛츠고 신안>

※이 글은 신안군 공식여행블로그 ‘렛츠고 신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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