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앞산뒷산생태탐방 동행기

▲ 해발 338m 어등산 석봉에서 바라본 풍경.
 어등산 정상에 올랐다. 해발 338m. 우습게 봤지만 어등산은 정상을 쉽게 내주진 않았다. 땀범벅으로 석봉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이내 온몸을 감쌌다. 앞으로는 평동이, 광산의 들녘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이 우리 ‘뒷산’이구나.

 광주가 도시가 되기 전에는 마을을 제외한 모두가 숲이었을 것이다. 양림동, 운림동, 방림동 수풀 림 자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필시 그런 이유일 터. 하지만 지금의 광주는 60여 곳의 숲을 품은 ‘앞산뒷산’들이 녹지 섬처럼 도시 위에 둥둥 떠 있는 형상이다.

 이어져 있던 우리의 녹지, 지금은 섬이 돼버린 앞산뒷산들을 시민들과 올라보는 ‘광주 앞산뒷산잇기 생태탐방’에 참여했다. 광산구 편의 첫 행선지가 바로 어등산이다.

 광산구에서 가장 높은 산. 그 형상이 물고기의 등을 닮은 산. 물고기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산. 구한말 의병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어등산의 숲은 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선조들의 무덤, 서원 주변으로만 명맥을 유지하던 소나무들이 녹화사업이 진행되면서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갔던 것으로 보여진다. 어등산에는 리기다소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조선 소나무와 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위에 나무가 있으면 밑에는 풀들이 있다. 이삭여뀌, 개여뀌…. 종류도 수십가지에 이른다. 독립수들로만 이뤄진 도심의 휑한 공원들과는 달리 초목-아교목-관목-초목으로 이어지는 숲의 다층구조, ‘숲의 진짜 생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인 셈이다. 어등산은 멀리 나주 금성산까지 이어진다.

 탐방은 쉽지 않았다. 어등산은 해발338m의 정상을 가진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가량 걸리는 등반 시간과 높은 경사로 인해 쉽게 정복할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어등산 정상, 석봉에 오르면 아래로 푸르른 숲 대신, 광활한 골프장이 눈에 들어온다. 탐방단은 베어졌을 수많은 나무들, 풀들, 쫓겨났을 동물들을 생각해본다. 어등산은 관광단지(유원지)로 선정돼 앞으로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오래된 숲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실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숲에서 이뤄지는 생태계 순환을 눈으로 목격하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골프장을 확인한 탐방단의 시선은 다시 숲으로 향한다.

 ‘앞산뒷산잇기 생태탐방’에는 시민 8명이 참가했다.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 참여한 참가자,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활동가, 생태학과 전문가, 주부 등 직업군도 다양했다. 화정동에 사는 서영주 참가자는 “우리 집 앞 가까운 곳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참여했다”며 “설명을 들으면서 직접 느껴보니 다녀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탐방을 기획한 광주전남녹색연합 박경희 사무국장은 “이 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왜 지켜야 하는 지를 알기 위해 기획했다”라고 밝히며 “공원일몰제로 인해 녹지에 위기가 오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탐방에 안내로 참여한 김영선 생명을노래하는숲기행 대표는 “최소한 이정도는 남겨놔야 할 정도까지 녹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같은 활동들을 통해 우리가 지켜내자”고 당부했다.

 한편 광주전남녹색연합이 진행하는 ‘앞산뒷산잇기 생태탐방’ 광산구 편은 10월 10일 용진산, 10월 17일 석문산, 두 차례 더 산에 오른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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