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청소년 300여 명이 참여한 `광주청소년 촛불문화제’가 금남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자유발언에 참여한 두 청소년이 연단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광주청소년촛불문화제’ 자유발언
-“세월호 참사가 수학여행 때문인가?”

 태어나 처음으로 연단에 선 청소년들이 떨지 않는다. 오히려, 분노와 슬픔에 목이 메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남 탓만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누려야 하는지’ 당당하게 외친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39일째인 지난 24일 저녁 7시, 청소년 300여 명이 광주 금남로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청소년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광주 청소년참여위원회, 각 구 수련관운영위원회, 흥사단과 YMCA 청소년 단체들이 청소년촛불문화제 추진위원회를 꾸려 2주 전부터 기획, 준비했다.

 이날 오후 문화제 홍보와 게릴라 시위, 퍼포먼스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광주 시내 곳곳에서 진행됐고, 저녁 7시부터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자유발언, 관련 영상 시청 등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백 민 학생도 태어나 처음으로 무대 위에 오른 학생 중 한 명이다. 그는 “처음으로 연설을 하는 것이 떨리다”면서도 꿋꿋하게 이번 세월호 사고를 보며 느낀 바를 털어놨다.

 “무책임하고 직업의식 없는 선장, 전원구조 됐다는 언론, 늦장 대응한 정부까지…. 돈과 부패로 썩어문드러진 사회를 봤습니다.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겠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어른들, 그리고 그 돈을 받아먹고 입을 닦는 어른들이 있는 사회에서, 그것도 이런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분노합니다.”

 세월호 사고의 모든 정황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사회의 일면을 접한 백 민 학생에게 사회는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관중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 추악한 사회에서 가장 먼저 변해야 할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우리 청소년이라고 생각해요. 이 슬픔을 그대로 물려줄지 아니면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지 우리에게 달렸어요.”

 어른들이 아니라 이제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첨단중학교 2학년 정연지 학생도 “어른들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는 것도 잘못”이라고 주장하며, “아무리 어려도 정신적으로 성숙하다면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나라가 국민을 지켜줄 수 없다’는 허탈감과 함께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학생들에게 뿌리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생들은 수학여행과 체험학습 등의 학생들의 야외활동에 제약이 이뤄지고, 폐지론까지 나온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심을 표했다. “어른들의 잘못을 또 다시 학생들에게 물게 한다”는 것.

 송원중 3학년 이수아 양은 “세월호 사고의 근본 원인이 `수학여행’이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 년에 한 번 뿐인 친구들과의 단체 여행을 없애는 것만이 이번 사고의 해결책”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문정여고 2학년 신설아 양도 `국가의 역할’과 함께 `청소년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사고가 난 후 수학여행 중단 소식을 들었을 때,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국가가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니까 우리의 권리를 빼앗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덧붙여 그는 “UN 조약에도 `청소년은 쉬고 놀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청소년들이 제도 하에서 필요 이상의 억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여 명의 청소년들이 작은 몸으로 금남로를 울리는 동안 몇몇 어른들은 복합적인 감정으로 이들을 지켜봤다.

 길을 지나다 “감정이 동요”돼 문화제에 들렀다는 시민 조기남 씨도 그 중 한 명.

 “가슴 아픕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웃음도 나와요. 어른으로서 죄책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행동에 나서는 청소년들을 보니 희망이 느껴져요.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구나, 일어나야 하는 구나’.”

 이날 행사의 마지막은 청소년 지도자를 비롯해 학부모, 교사 등이 참여한 자유발언으로 끝을 맺었다. 이들은 청소년들을 향해 하나같이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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