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할 수 없는 어른들

▲ 축구를 잘했던 영인이 축구화를 담은 현수막이 팽목항에 걸려있다.

 따뜻한 햇살, 보드라운 바람, 살랑거리는 마음이 봄이었다.

 아니, 세상 온 천지, 오만것이 봄이 왔구나 아우성을 치며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분명 봄이었다.

 2시간을 걸어 도착한 진도 팽목항 방파제, 사람들의 옷들은 화사한 빛의 분명 봄이었다.

 기다림의 예술제가 시작되자, 바람이 차지기 시작했다.

 미수습자 가족의 말씀에,

 공연을 하는 공연자의 마음에,

 온 몸을 떨며 공연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물에는 아직 봄이 오질 못했다.

 2년 전, 사악한 어른들이 뚝뚝뚝 꺾어버린 꽃봉오리들의 피눈물은 아직 봄을 맞이할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상주모임에서 ‘세월호, 기억과 약속의 305일’을 진행하며 한 뼘 더 가까워진 아이들의 얼굴이 분향소 사진에서 눈에 띄었다.

 그랬지…네가 그런 친구였지…그렇게 어여쁜 친구들이였지…하며 걸어나온 걸음은 여느때보다 더 무거웠다.

 단원고 친구들에게,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오늘은, 이 시를 읽어 드리고 싶다.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지정남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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