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서울시민을 위한 알기 쉬운 복지법률- 장애와 권리’를 출간했다. 장애인 당사자가 참고할 수 있는 최신 법률정보를 담은 이 책은 구청·주민센터·장애인 복지관·자립센터 등에 배포되고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장애인이 장애인복지법 등 각종 법률을 비롯해 자립지원·일자리·주거문제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누릴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모든 시민이 헌법상 보장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 정보가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정보정근권이 약한 장애인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장애인이 복지권을 누리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간략히 살펴보자.
 
▶법정 장애인만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은 장애 유형을 점차 확대시켜 15가지로 규정한다.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은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등 눈에 쉽게 보이는 외부 신체 기능장애와 지능지수 70 이하인 정신지체(지적장애)를 포함하여 5가지만 규정했다.

 1990년 장애인복지법은 뇌병변장애(뇌성마비, 뇌졸중), 발달장애(자폐증), 정신장애와 내부 기관의 장애인 신장장애, 심장장애 등 5가지를 추가하여 모두 10가지를 규정했다.

 2003년에는 호흡기장애(폐), 간장애, 안면장애(얼굴의 변형과 흉터), 장루·요루장애(인공항문과 인공요루), 간질장애 등이 추가되어 15가지가 되었다.

 이처럼 법정 장애는 법률의 변화에 따라 확대되었고, 향후 치매, 암, 알콜중독 등도 일정한 범위에서 장애로 규정될 가능성이 있다. 법정 장애인만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기에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틱 장애’는 법정 장애인가?

 일상생활 속에서 혹시 장애가 아닌가 의심되는 경우도 법정 장애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해당 상태가 법정 장애로 규정되고, 그 장애를 가진 사람이 등록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하고, 법으로 정한 등록절차에 따라 등록할 때에만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초등학교 때부터 ‘틱 장애’로 고생한 사람이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낸 바 있었다. 틱 장애는 신체 일부를 빠르게 움직이는 이상 행동이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증상으로, 눈·코·입을 찡긋거리거나 기침 소리를 내는 일상적인 행동에서부터 욕을 하거나 남을 때리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증상까지 다양하다.

 당사자는 ‘틱 장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며 장애인등록을 신청했는데, 행정당국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틱 장애’는 규정되어 있지 않기에 반려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할 경우 장애인등록신청서 반려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틱 장애’도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정도이면 법정 장애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백반증은 안면장애인가?

 안면장애인은 화상, 사고, 유전적 원인으로 인하여 얼굴을 비안면장애인과 똑같은 상태로 되돌리기 힘든 장애인이다. 이들은 성형수술로 치료를 받을 때 ‘단순 미용을 위한 시술’이 아니기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안면장애인은 주로 화상으로 인한 얼굴 변형이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안면에 큰 흉터가 있다고 장애인이 되는 것은 아니고, ‘노출된 안면부의 45% 이상이 변형된 사람’, ‘코 형태의 1/3이상이 없어진 사람’만이 안면장애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한때 멜라닌 세포의 파괴로 백색 반점이 피부에 나타나는 탈색소성 질환인 백반증의 안면장애 여부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실제 전신백반증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장애인등록을 신청했으나 행정청으로부터 ‘장애등급 외’ 결정을 통보받자 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백반증도 안면 부위 변형으로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았다면 백반증도 증상에 따라 안면장애인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2014년 이후에는 얼굴 부분에 백피를 가진 사람도 안면장애로 인정받았다.
 
▶장애인이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

 법정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이 장애인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자신이 살고 있는 읍·면·동 주민센터에 진단서 등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장애인등록을 신청하고, 법적으로 등록 장애인이 되어야 복지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복지급여를 받을 수 없고, 등록 장애인이 되어야 하며, 360가지가 넘는 각종 복지급여 중 본인에게 해당되는 것을 찾아서 스스로 혹은 가족이 신청해야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장애인이 알아야 할 법은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활동법, 장애인고용법, 특수교육법, 발달장애인법, 정신건강복지법 등 매우 다양하다. 거의 모든 법에는 시행령, 시행규칙이 있고, 법령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지침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장애인이 각종 법률을 비롯해 장애등급 판정기준, 복지시설 이용, 자립생활 지원, 일자리·주거문제, 발달장애인·정신장애인 권리를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이점에서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가 만든 ‘장애와 권리’라는 책은 장애인과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복지시설 이용, 일자리와 주거문제 등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내용 등이 함께 담겼으니 더욱 기대가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홀히 취급됐던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자세히 다룬 점이 돋보인다.
 
▶‘장애와 권리’ 책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장애와 권리’ 1천권을 제작하여 서울시청·구청·주민센터·장애인 복지관·자립센터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서울시민은 가까운 행정기관이나 자주 이용하는 복지시설에서 책을 열람할 수 있을 것이다.

 160쪽에 이르는 책을 한 번에 볼 수는 없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열람해야 할 것이다. 공익법센터는 이 책을 홈페이지 http://swlc.welfare.seoul.kr 에 수록하여 누구든지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추가로 시각장애인용 오디오 파일로 제작해 시각장애인 복지관, 오디오도서관 등에도 연말까지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관심있는 사람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해당 파일을 내려받기 바란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1670-0121)는 시민들의 사회보장 분야 법률상담, 공익소송, 공익입법, 제도개선을 위해 2014년 7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설치되었다. 센터장을 포함한 변호사 5명과 사회복지사 5명 등 총 10명이 근무한다. 이러한 기관이 다른 시·도에도 있어서 시민이 꼭 필요한 법률정보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도 복지재단이 이 일을 주도하고, 다른 지역에서 개발된 정보라도 필요한 시민에게 널리 알리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복지정보는 인권이다.
참고=서울시복지재단 http://www.welfare.seoul.kr

이용교 ewelfare@hanmail.net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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