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단속직 적용 허울뿐 근기법 제외 끼워맞추기”

▲ 아파트 경비원은 택배 업무로 휴게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임시방편으로 주민협조를 구하는 안내문을 써붙인 한 아파트 경비실.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는 어디까지일까? 이름은 ‘경비원’이지만 실제로 경비원들은 ‘경비’ 업무가 주가 아니다. 택배 보관에서부터 청소·화단관리·재활용 쓰레기 및 대형폐기물 관리·주차 관리… 심한 경우는 입주민 개개인의 심부름까지 떠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 상으로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 외의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불법’이다. 경비업법에선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난해 9월 시행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은 입주자나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등이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담겼다.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불법’이 일어나고 있는 셈.

 법을 지키게 되면 ‘경비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아파트관리신문이 지난해 3월16일자로 보도한 “경비원에 업무 외 지시 안 되면 해고할 수밖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사무총장은 “경비원은 대부분 고령으로 명칭만 ‘감시·단속적 근로자’일뿐 실제로는 경비 업무보다 택배 보관이나 주차관리 등 입주민 생활불편을 해결하는 보조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경비 업무만 보게 한다면 일자리를 잃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용자 스스로도 아파트 경비원이 명칭만 ‘감시·단속적 근로자’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경비원들은 왜 ‘명칭만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남겨져 있는 걸까? ‘감시단속적 근로자’일 경우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63조는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자”는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 적용에서 제외된다. 즉 야간근로수당이나 휴일ㆍ휴게ㆍ연장근로에 관한 규정을 적용 받지 않는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업무가 실제로는 감시단속적 업무가 아닌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 고용노동부가 무분별하게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5년간 전국 지방노동관청에 신청된 감시·단속적 근로자 21만9602명 중 무려 97.7%(21만4,565명)가 승인을 받았다.

 경비원들의 업무에 ‘감시’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실제로 감시단속적 업무가 주된 업무라고 볼 수 없음에도 ‘감시단속적 근로’에 포함시켜 왔던 셈이다. 때문에 무분별한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많은 경비원들이 자신들의 업무가 ‘경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도 고용노동부에 제출될 ‘감시단속근로자 동의서’ ‘감시단속근로자 승인 자술서’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고령 노동자인 경비원들의 경우 기간제법 기간제한 예외에 속해 1년 미만의 단기계약에 의한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55세 이상자의 노동자들은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 계약만료에 의한 쉬운 해고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무한 근로시간과 업무내용·제대로 쉴 수도 없는 무급휴게시간·저임금·인권침해·다양한 갑질·퇴직금과 실업급여 미지급·최소한의 안전시설과 편의시설도 갖추어지지 않는 열악한 근무지·용역회사의 잦은 변경과 고용의 불승계 등에 노출돼 있는 것은 경비노동자들이 각종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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