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북초 학생자치 의결기구, ‘아띠 두레’
“배움 전반, 학교 전체에 `자치문화’ 전파”

▲ 광주북초등학교에서 올해 첫 `아띠두레’가 열린 지난 14일 한 학생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빛고을 혁신학교’가 도입 8년째를 맞이했다. 공교육을 옭아맨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학교문화를 예고했던 혁신의 바람이 무르익어갈 때다. 하지만, 획일적 교육 커리큘럼에 균열을 냈다는 긍정적 평가 이면에 혁신학교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해서 지난해에 스무 차례 진행된 서부지역 ‘혁신학교’ 탐방이 올해 동부지역을 포함해 시즌2로 새롭게 시작한다. 유치원·초·중학교를 중심으로 서부 10곳, 동부 10곳의 혁신교육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장 취재를 늘리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크게 담을 것이다.

 학생의 개성이 모두 다르듯이 학교마다 혁신의 결은 다르고, 현장의 분위기는 매번 새로울 것이다. 객관적인 지표로 혁신학교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겠다는 시도는 결국 무색해질지 모른다. 대신, 변화를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그 한 걸음에 더욱 주목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40분의 중간놀이 시간이 아쉽게 끝난 후 맞이한 3교시, ‘아띠’들이 줄을 서서 회의장으로 모였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아띠 두레’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아띠는 광주북초 학생들을 부르는 용어로, ‘오래된 친한 친구’라는 순 우리말이다. 아띠 두레는 북초 학생들이 참여하는 의결 기구를 뜻한다.

 올해 첫 아띠 두레가 열린 지난 14일, 광주북초에선 소란스러움이 회의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모여도 60여 명에 불과하지만, 각자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하고 설득하는 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먼저 ‘생활규칙’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날 하이라이트 순서인 ‘동아리’ 정하기가 시작됐다. 일 년 동안 참여할 동아리인 만큼 신중하고, 또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학년별로 원하는 동아리를 제안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뒤 결과를 기다렸다.
 
▲올해 첫 두레 활동 게시…‘동아리 정하기’

 “운동부를 야구부와 묶고, 컴퓨터부를 동영상제작부(방송부)와 묶으니 댄스부가 살아남았습니다.”

 두레장이 최종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댄스부를 제안했던 4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탈락 위기의 댄스부가 커트라인을 통과해 살아남은 것이다. 새로 제안된 동아리들 가운데, 기존에 예정돼 있는 동아리들을 묶어 제외하니 예상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때 회의를 지켜보던 방주용 지도교사가 조언 한 마디를 던졌다.

 “투표에 앞서 두레장이 안건에 대해 설명을 해주거나 질문을 받는 게 더 좋았겠지? 안건을 받자마자 투표를 해버리니까 학생들은 안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게 된 거야.”

 내심 댄스부를 바랐던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이변에 쾌재를 부르게 됐지만, 안건에 대한 정리가 선행됐다면 회의가 훨씬 매끄럽게 진행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 부족했던 회의 진행 방식을 짚어주는 교사의 가르침에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날 처음으로 회의를 주재했던 이채민 두레장과 김예서 부두레장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자리였다. 가장 고학년이라고는 해도 3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의결 과정을 이끌어 가는 일이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던 것.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믿는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또 한 뼘 자랐다.

 광주북초가 ‘학생 자치’에 교육적 목표를 두는 것은 ‘배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다. 배움의 목적이 ‘학생 스스로 삶을 조직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에 있다면, 배움은 곧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전제다.
 
▲배움은 곧 참여로, 그리고 변화로

 학생자치를 담당하고 있는 광주북초 방주용 교육혁신부장은 “학생자치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 교육과정 전반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일반적인 교육과정에선 학생회의 시간이 아니면 학생자치의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아띠 두레라는 학생 자치 기구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의결 기구 역할뿐 아니라 직접 교육과정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어요.”

 북초 학생들을 지칭하는 ‘아띠’는 의결기구(두레)와 심의기구(학년별)를 통해 자치 조직을 구축했다. 매달 두레 활동이 있는 날에 회의장에 함께 모여 논의된 사항을 공유하고 안건을 의결하는 과정이다.

 또 ‘아띠 학생 가족’은 학년 구분 없이 10개 조를 이뤄 교육공동체의 날, 1박 2일 가족캠프, 운동회 등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팀구성이다. 학생을 빼고 ‘아띠 가족’을 말할 때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까지 교육 3주체를 일컫는다.

 “학생자치가 학생과 담당교사만의 노력으로 가능하진 않습니다. 학교 전체가 공동의 학습체가 돼 함께 변해야 해요. 아띠 두레를 마친 뒤에도 이를 교사협의회에 반영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참여’는 변화가 눈으로 확인될 때 더 큰 효과를 내니까요.”

 실제로 광주북초 학생들은 지난해 아띠 두레를 통해 ‘학교 앞 버스승강장 환경 개선’을 안건으로 의결하고 북구청에 건의해 쓰레기통이 설치되는 것까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또한 학생들 스스로 월 1회 ‘책 읽어주기’를 진행하며, 학년 구분 없이 어우러지는 것도 의결 결과다.

 한편 광주북초등학교는 1935년 지산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해 2005년 잠시 광주지산초 북분교장으로 편입됐다가 2015년 광주북초로 재승격되면서 동시에 빛고을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광주북초는 전교생이 111명(3월 기준)으로 소규모학교로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기반으로 학생자치, 교육과정 재구성, 지역사회 연계 등을 뿌리내리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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