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왜 미향(美鄕)이고, 의향(義鄕)이며, 예향(藝鄕)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광주시 문화유산해설사 양성교육을 마친 주부 김덕순(37·남구 주월동)씨는 묻혀있던 광주 문화유산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조선시대 사상가인 이황과 쌍벽을 이루며 사단칠정((四端七情)을 논했던 고봉 기대승 선생을 기리는 임곡 월봉서원의 가치가 격하돼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도산서원은 화려하게 치장해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반면, 빙월당(월봉서원)은 문이 굳게 닫혀 있을 뿐만 아니라 미리 연락을 해야 구경할 수 있는 정도죠.”
김씨는 문화적 가치가 충분한데도 이를 소홀히 여겨 아쉽다고 했다.
그가 광주 문화유산해설사로 나선 것은 최근 경주 가족여행을 다녀오고부터. 김씨는 경주 고분군이 있는 대릉원에 들렀을 때 많이 봤던 `천마도’를 감상하며 서성거렸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그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도우미는 바로 경주 문화유산해설사.
문화유산해설사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해 줘 경주 전반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
김씨는 이를 계기로 광주에도 문화유산해설사가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해설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
문화해설사 교육은 2개월간 코스로 금·토요일 집중적으로 받았다. 금요일은 이론 위주로 음악, 미술 등 전문가 강의를 받았으며 토요일에는 광주 시내를 샅샅이 뒤졌다.
“광주에 살면서 정작 광주 문화유산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는 우리의 문화를 하나씩 배우고 알았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했다.
그가 1차 지원한 장소는 광주향교. 도심에 있는데도 상당수가 향교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과 아이들 교육차원에서 우선 지원했다고 말했다. “향교에 대해서는 기둥이 몇 개인지까지도 외지인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다. 문화해설보다는 광주의 문화유산을 관광객들과 보면서 같이 느낄 수 있는 해설사가 되는 것이다.
광주시민들이 가볼만한 곳으로는 광산구 소촌동에 있는 용아 박용철 시인의 생가를 꼽았다.
“용아 생가는 강진 다산초당 못지 않은 광주만의 자원입니다. 문학기행 장소로 활용하면 훌륭한 관광코스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씨는 문화유산해설을 위해 산과 자연에 대해 별도의 공부를 했다. 국립공원 월출산 자원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무등산 해설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김씨가 외지인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무등산코스는 의재 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감상하고 증심사까지 간 뒤 광주의 5미(味) 중 하나인 보리밥을 먹는 `예향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코스’.
그는 “처음엔 관람객들에게 지역문화유적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면서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 4월부터 6월초까지 8주 동안 35명을 대상으로 문화유산해설사 양성교육을 실시했다. 문화유산해설사들은 증심사, 충효동 도요지, 국립광주박물관, 광주공원, 예술의 거리, 5·18자유공원, 포충사 등에 7월부터 투입,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지역문화유산에 대한 설명과 안내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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