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적봉 그 능선 끝자락을 눈으로 따라가다 골메저수지를 만났다. 평소에 순환도로를 지날 때마다 눈여겨봐 둔 저수지와 숲이라서 그런지 정감이 더 든다.
논어에 나오는 <智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仁者靜, 智者樂, 仁者壽>(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 어진 자는 고요하며, 지혜로운 자는 즐기고 어진 자는 오래 산다)라는 공자님의 글귀가 절로 생각나는 곳이다. 산봉우리에서 시작된 단풍은 이미 절정을 이루고 있고, 골메저수지에 그 봉우리 안고 있는 물그림자는 맑고 고운 하늘까지 담아내고 있다.
주변 억새꽃은 흐느적거리며 바람따라 피어대고, 저수지 물속에서는 연이 올 한 해도 어김없이 연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광주의 앞산 뒷산 중 지혜로운 자와 어진 자를 동시에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가을풍경을 가진 아주 매력적인 곳이 노적봉과 골메저수지인 듯 싶다.
가을끝자락에서 만난 저수지 풍경은 역시나 연밥들의 행진이다. 이미 연잎은 낙엽이 되어 물속 풍경이 되었다. 낙엽이 숲속에서만 지는 게 아니라 물속에서도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은 아시아 남부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가 원산지이다.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식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온 식물이다. 주로 저수지나 연못에서 자라고 논밭에서 재배하기도 한다. 잎자루는 겉에 가시가 있고 안에 있는 구멍들은 땅속줄기와 연결하여 산소를 공급, 썩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맑은 꽃을 피우는 모습 때문에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상징하고 나아가 연꽃은 빛과 극락정토를 상징하기도 해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연꽃은 씨주머니 속에 많은 씨앗을 담고 있으므로,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며 그림이나 건축물, 의복, 자수 등에 연꽃을 많이 새기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 들어온 불교에서는 극락세계를 신성한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라고 생각하여 사찰 경내에 연못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았다.
인도와 이집트가 원산지인 백련은 7월과 9월 사이에 하얀꽃을 피우는데 일시에 피지 않고 석 달 동안 계속해서 피고 진다. 연꽃은 붉은 꽃을 피는 홍련이 대부분이고 백련은 귀하다. 연꽃의 꽃말은 `순결’ `청순한 마음’ 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연잎에 떼구르르 물방울을 튕기며 온갖 먼지를 함께 떨어내는 모습처럼 항상 세속에 물들지 않고 청순한 마음으로 이 가을풍경을 내 안으로 모셔보자. 김영선 <생태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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