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향토음식박물관 장원익 학예사

“음식문화라는 게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것이라 문서로 남아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맛과 향으로 기억되는 음식을 기록으로 전한다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특히 이런 문화를 박물관에 전시한다는 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예 못할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늘 바쁘다.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장원익(44) 학예사.

2004년 북구청에 기초자치단체로선 흔치 않은 학예직으로 선발돼, 북구 향토문화센터와 각화동 문화의 집을 거쳤다.

그리고 8개월간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준비작업을 해오다, 지난해 2월 이곳을 오픈하면서 함께 둥지를 틀었다.

일반 미술이론을 전공한 그가, 음식문화에 관한 박물관 업무를 하게 될 줄 누구도 몰랐을 터.

“큰 틀에서 보면 원리는 비슷해요. 일반적인 학예사가 하는 일의 연장이죠. 다만 음식분야는 제가 처음부터 알지 못했던 것인데, 준비해오는 동안 하나씩 배우면서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 내 학예사는 그 혼자다. 스스로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기획전시부터 음식만들기 체험이나 각종 행사 챙기는 일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이 없다.

바쁜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더 나은 박물관을 위해선 비슷한 시설들 간의 네트워크가 절실하다고 느낀단다.

“광주에는 국립광주박물관과 시립민속박물관 그리고 빛고을국악전수관 등 남도의 향토색 짙은 여러 기관과 시설들이 적지 않아요. 하지만 모두 따로 움직이죠. 향토음식과 국악, 민속자료 등이 무관치 않은데, 서로 비슷한 고민을 나누다보면 보다 좋은 기획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타까운 거죠.”

이곳 박물관 1층엔 기획전시실이 있다. 현재 광주전통공예문화학교 졸업생들의 졸업작품 전이 열리고 있는데, 음식박물관과 그닥 큰 연관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그 전에도 이곳 전시실에서 진행된 전시내용을 보면, 반드시 음식과 직결된 것만으로 한정돼 있지 않다.

“음식박물관이라고 해서 꼭 음식 관련 전시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시민들이 이곳에 왔다가 그림이건 설치건 음식이건 다양한 문화적 체험이 가능하도록 하는 거죠. 음식에선 양념이라고나 할까요.”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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