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왕이 제석천과 싸운 마당

 무섭다. 놀랬다. 마치 아수라왕(阿修羅王)과 제석천(帝釋天)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웠던 마당과 어쩌면 그렇게도 흡사한지 모르겠다. 그그그긍~ 하는 굉음과 함께 밀려드는 10미터 높이의 물기둥이 마을을 삼켜버렸다. 물기둥 지나는 곳은 하늘을 호령하던 비행기, 바다를 누비던 배,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애써 지어놓은 집들도 성냥곽처럼 부서졌다. 차가 다니던 길은 두 동강났고, 정답던 해변마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불길이 사그라진 도시의 잔해를 딛고 서서 울부짖는 주민들의 공포에 질린 모습들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처참한 장면들이다. 이 같은 자연의 변란을 보면서 세계에서 3번째로 힘이 세다는 일본도 150년만의 초대형 지진 앞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열도는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렇게 지진과 쓰나미는 도쿄 옆 지바부터 이바라키·미야기·후쿠시마·이와테현 등 일본 동쪽 연안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희생자가 4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날이 갈수록 희생자의 수는 증가해 1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보도다. 또 여진과 원전의 추가폭발이 더 큰 문제다. 11일 지진 이후로 강도는 덜하지만 계속해서 여진이 발생했다. 13~14일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방사능 극한 공포로 떨고 있다. 주변 20킬로미터까지 소개령이 내려져 인근 주민 20만 명이 긴급 대피했다.

 놀랬다. 물도 전기도 대부분 끊기고, 전화까지 불통되고, 생활 필수품 마저 바닥이 나 건빵으로 연명하면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는 주민들의 의연한 대처를 보고 말이다. 이들은 물건을 사기위해 가게 앞에 200~300 미터씩 줄을 서있으면서도 새치기나 소동이 없다. 사재기도 없다. 이런 아수라장에서도 질서를 지킬 줄 아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고서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이 저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침착성을 잃지 않고 질서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사재기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런 상상과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것만은 분명하게 새겨두자.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왜 그들은 한반도를 발판으로 거대한 중국과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동남아시아를 먹고 거대한 미국에 맞서 세계를 지배하려 했는지를….

 희망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모금 청원 게시판에는 ‘이웃의 고통, 한(韓)네티즌이 돕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지진피해를 겪고 있는 일본인들과 동포들을 위한 모금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어떻게 보면 일제의 앙금이 남아있는 적대국임에도 갑자기 닥친 불행에 인도주의적으로 이웃을 돕겠다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에 희망의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이런 희망에 어느 종교인과 정치인이 찬물을 뿌려대는 발언을 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겨레 14일 이승준 기자가 쓴 내용이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이번 일본 지진이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일본 국민들이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갔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주님께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 대지진으로 사망, 실종만 2500여 명 연락불통이 1만여 명입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이렇게 안전하게 해주시는 하느님께 조상님께 감사드립니다” 라는 글을 올렸다.

 조용기 목사나 김문수 경기지사나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야 자유겠지만, 이런 참사를 같이 아파하지는 못할망정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 일어난 재앙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종교 지도자로서 할 말은 아니다. 이들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민판기<(사)금계고전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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