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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이만난사람] 림추섭 5·18민중항쟁 31주년 기념행사위 상임위원장
“오월광주정신은 역사의 이정표다”
강련경 vovo@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1-05-04

 오월이다.

 80년 오월이, 30년이 지나고 또 한 해가 흘렀다. 이를 두고 림추섭(68) 5·18민중항쟁 31주년기념 행사위원회 상임 행사위원장은 `31주년’이 아닌 `30+1주년’이라 했다.

 한 세대(30년)를 보내고 새롭게 시작되는 해를 맞아 오월정신과 항쟁의미를 새롭게 모색하기 위해서다. 또 그는 5·18이 `민중항쟁’이라 불리길 강조했다. 불의에 항거한 강력한 저항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올 행사의 총 지휘를 맡은 림추섭 위원장을 만나 이번 5·18행사가 갖는 의미와 정신에 대해 들어본다.





 올 5·18기념행사는 `민주주의 가치 회복과 따뜻한 공동체’ `오월 정신 계승 및 열사 추모·기념’ `오월의 소통과 연대’를 목표로 펼쳐진다. 현 시대 상황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함이다.

 림 위원장은 “현재 우리는 민주주의, 민중생존권, 생명환경, 남북관계 평화 등 여러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고 잊혀져가는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80년 오월이 주는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31주년 기념행사의 주제어를 `관심’으로 삼았다. 5·18이 세상과 타인에 대한 관심에서 촉발된 것처럼 최근 심화되고 있는 위기들을 다시금 시민들의 관심으로 극복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인류사에 다시 없을 혁명정신 재현하고 싶다”

 그래, 이번 5·18행사도 시민들의 참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모든 행사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에 대한 공모도 진행중이다.

 올해의 슬로건 `다시, 세상의 빛으로! 함께 역사의 중심으로!’ 역시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재능기부나 자원봉사 역시 관심의 또 다른 방법이다.

 림 위원장은 5·18의 위대한 정신이 점점 잊혀져가고, 희석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5·18은 인류사에 다시는 없을 민중혁명이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혼란 속에서도 절도나 갈취 등의 범죄 하나 없이 평화로웠던 것. 더욱이 군부독재와 싸우기 위해 진보·보수 너나할 것 없이 남녀노소가 한 덩어리로 똘똘 뭉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재현하고 싶어하는 광주정신이고 오월정신이다.

 이런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올해는 과거와 달리 4가지 행사가 차별화됐다.

 그 중 첫번째가 오월의 나눔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 행사다. 그동안은 행사위원회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제공해 왔지만 올해는 시민과 행정기관· 기업·노조 등에 협조를 구해 자발적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다. 학교와 관공서 등에서 한 끼의 식사를 주먹밥으로 대신하고 남은 식재료 차액을 기부하는 모금운동을 펼치는 것.



 시민·기업·노조가 주먹밥 만들고 헌혈하고 모금 참여하고

 이어 17일 오후 1시 금남로 일대에서는 대대적인 헌혈 캠페인을 진행한다. 80년 오월당시 수백명의 광주시민들이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나누며 하나의 공동체로 뭉쳤듯이, 올해도 그 때의 정신을 이어받아 518명의 헌혈자를 모집해 금남로 일원에서 집단 헌혈행사를 진행한다.

 그런가하면 29일 `광주시민 아름다운 나눔의 날’ 행사를 마련해 최근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어린이 등을 돕는 모금행사를 실시한다. 수익금은 북한어린이 의료품 지원과 독거노인 및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쓰이게 된다.

 림 위원장은 “80년 항쟁 당시 광주시민들은 피흘리고 쓰러진 이웃을 위해 자신의 피를 뽑았고, 식량부족과 공포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쌀을 내어 주먹밥을 나눴다”며 “역사의 비극인 5·18을 가슴 뭉클한 공동체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주먹밥과 헌혈 속에 담긴 시민들의 나눔의 정신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지난 1991년 이른바 `분신정국’의 희생 열사들을 기리기 위한 11열사 추모 행사를 처음으로 함께 실시한다. 5·18 정신계승과 학살자 처벌, 진상규명 투쟁을 위해 싸우다 운명한 `강경대·김귀정·김기설·김영균·김철수·박승희·박창수·손석용·윤용하·이정순·정상순·천세용’ 11열사들의 뜻을 5·18행사기간 중 91년 열사 추모문화제와 학술세미나 사진전 등을 통해 91년 5월 대투쟁의 의미와 20주기를 맞는 열사들의 삶을 담은 것이다.

 그는 “현재 11명의 명단만 기억되고 있지만 11명이 아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함께 했었다”며 “이들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이번 행사를 통해 더욱더 관심 갖고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31주년기념행사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가치회복을 다짐해 다가오는 2013년의 새로운 민주평화체제와 6·15 정신계승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오월 정신으로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올바름에 대한 열정으로 광주시민 모두의 힘을 모아 나아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내에서부터 제대로 된 역사교육해야”

 80년 당시 광주중앙여고 국사교사였던 림 위원장은 그해 오월을 잊지 못한다.

 특히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휴교령도 끝나 학교로 돌아 간 후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단다.

 휴교령 이후 학교로 돌아가 첫 수업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한 학생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평소 그렇게 민주주의를 외치고 가르쳤는데 왜 다른 시민군처럼 잡혀가지 않았어요?” 한 학생이 지나가는 듯 가볍게 던진 한 마디였는데 그에게는 날카로운 칼이 돼 폐부를 찔렀다.

 그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대신 한마디 말만 전했다. “지금에 와서 어떤 말을 하던 변명밖에 될 수 없을 것이다. 대신 앞으로 내가 죽을 때까지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가는지를 보라. 그게 내가 너희들에게 가르치고, 외치는 것이 될 것이다.”

 그 때 받은 충격은 그의 가슴 깊은 곳에 응어리가 됐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지금까지 그의 삶에 채찍이 돼주고 있다. 그렇게 그는 전교조 활동과 7년 해직생활 등의 삶을 살아왔다.

 이처럼 오랫동안 교육계에 몸 담아왔던 그는 “5·18민중항쟁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이 학생들에게 조금 더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직도 겸하고 있는 림 위원장은 “젊은 학생들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광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5·18을 떠올리지만 정작 당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광주와 5·18이 같은 선상에 있는지 아는 사람이 적다”며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그 당시 상황·정신·교훈을 일깨워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지금의 위기를 해쳐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내에서부터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덕정신, 민주민족정신을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껏 제도권 교육에서 학생운동이나 4·19, 5·18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있었냐”며 “알맹이 없는 암기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이 지속되는 한 아이들의 인성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그는 이번 행사에서 80년 이후 세대에게 오월의 의미를 심어주기 위한 다앙한 교육과 문화행사 등을 통해 내실화를 꾀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단순히 제도화, 의례화 된 기념행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5·18행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시대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항과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장엄한 행진이었던 31년 전 5월은 모든 이들에게 평화와 민주 그리고 비폭력이었다면, 지금의 5월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후퇴 되고 국민들의 기본 생존권마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위협 받고 있다.

 림 위원장은 “역사와 세상을 진보와 변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5·18광주정신을 역사의 분명한 이정표로 세워야 한다”며 “80년 당시 광주시민들이 군부독재 탄압에 맨손으로 일어난 것처럼, 바른 교육과 정직한 언론 보도를 통해 시민들이 이 시대에 관심을 갖도록 `시대정신’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글=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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