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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이만난사람] 신은정 감독
“내가 관심 있는 건 현상의 이면” 다큐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신은정 감독
황해윤 nab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1-05-25
5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한 중소기업 공장의 파업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멈췄단다. 용역깡패 동원에 기습폐쇄에도 불법파업이란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현실은 점덤 더 혼탁해진다. ‘그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진다. 언로가 막힌다. 언로가 막힌 억울한 사람들은 더 늘어난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현실. 누구의 목소리일까? 가려진 것은 없을까?
그럼에도 의심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들만의 무기를 들고 나온다. 누구의 목소리일까? 가려진 것은 없을까?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파헤친다.

 그래서 반갑다. 한 편의 독립다큐를 들고 나타난 신은정 감독. 그로선 첫 장편 다큐 데뷔작인데 문제의식이 만만치 않다. 하버드의 이면 들춰낸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이제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그래서 눈치 볼 일이 없다. 그래서 누구의 목소리가 개입될 여지도 없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이름들은 끼어들 틈도 없다. 물론 돈은 안된다. 돈이 안된다고 그의 카메라가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신은정 감독을 지난 16일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벤치에서 만났다.

 

 ▶하버드의 이면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잘 됐네요. 이곳 벤치에서 맘 속으로 다큐멘터리 소재를 정했거든요.”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은 지난 11일 광주 상영회를 통해 처음 관객과 만났다. ‘베리타스…’는 포장된 하버드의 어두운 이면에 주목한다. 이번에도 미디어의 역할이 크겠지만, 우리가 하버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전세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선망의 대상, 학문 탐구의 요람 같은 것들일 터.

 그러나 다큐는 말한다. “하버드대학은 미 지배계급이 필요로 하는 지적 노동을 수행하는 사명을 지닌 조직”에 다름 아니다. 그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다큐는 하버드가 생겨난 이래 역사적 사건들을 하나 하나 더듬는다. 우리에겐 알려져 있지 않는 내용들이다.

 예컨대 냉전시대 미 정부가 필요로 하는 냉전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정보기구로서의 하버드의 모습이다. CIA의 전신인 OSS요원들이 하버드를 비롯한 미 대학들의 지역학 연구소를 어떻게 확장시켰고 이들이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추적한다.

 부자들의 대학으로서 하버드가 학생들을 파업진압에 동원하고, 인종주의의 근원지화된 하버드가 우생학을 어떻게 촉진시키고 이것이 나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남성중심 대학이었던 하버드가 여성을 어떻게 소외시켰는지 고발한다.

 “‘하버드’라고 하면 암묵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강제되는 것들이 있어요. 이게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지식인들의 허위의식 같은 것들도 봤구요. 벗겨보면 이면이 많은데 그걸 밝히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미디어가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사실 지금 그가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이면을 밝히는’ 작품과 함께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은 예정된 것일 수 있겠다.

 그는 항상 이면이 궁금했다. 미디어가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을 궁금해 했다.

 그의 집은 전남대가 바로 코 앞인 북구 중흥동. 그가 어렸을 때 봤던 것들이 그랬다. 80년 5월, 외출하신 어머니를 기다리던 9살 어린 아이였던 그에게도 담장 밖으로 넘어오는 두려운 분위기를 읽었다. 남편을 기다리다 공수부대의 총격으로 임신 8개월 째인 아이와 함께 생을 마감한 최미애 씨는 그의 동네 언니였다. 최루탄 냄새를 맡고 살았다. 87년 6월 항쟁 때 그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저들은 왜 저렇게 싸우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궁금했지만 알 수가 없었다. 언로가 막혀 있었다.

 “궁금했어요. 그래서 금남로에 나갔어요. 당시 남동성당에서 80년 5월에 대한 사진전이 열렸었는데 그 때 처음 봤습니다. 충격이 컸었죠.”

 그렇게 광주를 삼켰다. 항상 얹힌 듯 명치께에 통증으로 남았다. 대학에 와서도 항상 의심하고 반문했다. 많이 배웠으며, 또 많이 대들었다.

 사회에서는 지역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했다. 틈틈이 광주인권영화제 자원활동을 시작으로 인권영화제 준비위원을 하기도 했다. ‘영상’이라는 것에 친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했고 ‘영상’의 힘에 주목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 그럴듯한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채 나뒹굴고 상처받고 억압받고 있는 약한 자들의 이야기를 알아나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어요. ‘판단’이라는 다큐로 한 장의 사진이 미디어에 의해 어떻게 왜곡돼 전파되고 이용되는지를 다루고 있는데 그 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방 언론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보여주는 한 편의 다큐는 ‘이면’에 대한 그의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영상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작가를 하면서 기본적인 것들은 알고 있었지만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했죠. 그러다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촬영과 편집을 배울 기회가 생겼죠.”

 기술적 문제가 해결됐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인생에 있어 사건은 사건이었을까. 지역 사회에서 자기 영역을 지키며 활동을 해오던 그가 어느날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낯선 땅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그는 ‘하버드’를 붙잡았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하버드 섬머스쿨에 다니면서 그는 또 의심하기 시작했다. 왜 하버드에 열광할까. 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하버드에 인사를 올까. 하버드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독립다큐 감독으로 첫 발

 이제 시작이다.

 첫 장편 다큐를 통해 그 스스로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을 터.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역사적 퍼즐을 맞추고 시각의 균형을 맞추는 영상 작업을 하고 싶어요.”

 민중을 중심으로 역사를 들여다 보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언제가 될지는 장담 못하겠다고는 했지만 세계 민중운동의 흐름 속에서 5월항쟁의 의미를 다뤄보고 싶다고도 했다.

 오래 기다려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또 다른 ‘그’들이 각자 다른 무기들을 들고 각개전투하고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 돈이 안된다고 그의 카메라가 멈추지는 않을 테니까.

 돈 많은 ‘공룡’들은 살아남고, 약한 것들은 죽어가는 정글 시대라고 해도 말이다.

 글=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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