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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의 전설’
미하엘 엔데 글, 비네테 슈뢰더 그림 / 보림
정봉남
기사 게재일 : 2012-02-09 06:00:00

 진리에 이르리라고 의심치 않은 은자가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아버지가 파산하는 바람에 가난해졌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약혼녀마저 자신의 곁을 떠나자 모든 걸 접고 책 속에 파묻혀 신의 논리를 공부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허상임을 깨닫고 숲으로 들어가 수행을 했다. 그는 꿈에서 들었던 말을 늘 기억하고 기다렸다. “이 곳에 머물라! 내가 여기서 너를 만나고 싶으니라.” 은자는 그것이 성스러운 존재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무렵 한 도둑이 숲에 들어온다. 이 사내는 자신의 붉은 머리칼만큼이나 거칠게 살았다. 타인을 해하고 자신을 돌보지 않았으며,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숲 속에 도망쳐 들어왔다. 그런데 볼품없는 은자 앞에서 도둑은 마음의 독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감화를 받고, 은자 역시 도둑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은자는 보름달 밤에 일어나는 일을 말하는데, 그것은 성스러운 존재가 자신을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은자가 들은 예언이 실현된 것일까? 그러나 은자는 도둑 같이 미천한 자는 그 장면을 보아서는 안 되고 볼 수도 없다고 한다. 은자의 불안한 모습이 못내 걱정된 도둑. 보름달이 뜨는 밤 은자를 엿본다. 은자의 말과 달리 자신에게도 성스러운 존재가 보이는 것이 이상했던 도둑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빛나는 형체에게 활을 쏜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살에 맞은 것은 오소리에 불과했다. 은자는 진실을 보지 못했던 자신의 미욱함을 탓하고 도둑에게 배우기를 청하였다.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미하엘 엔데가 들려주는 보름달의 전설이다. 너무 오랫동안 영원의 논리에 갇혀 있던 은자, 영원함 자체를 잊은 도둑. 도둑과 은자는 삶의 서로 다른 극단에서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둘은 각각의 인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삶이 가진 양면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은자의 고결함뿐 아니라 도둑의 추함도 갖고 있으며, 그 마음에는 고요와 기도뿐 아니라 가시와 욕망도 들어 있음을. 도둑은 은자의 미망을 깨우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구도의 길 절정에서 자신의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새로 시작한다는 결말이 진리를 향해 가는 길의 막막함을 헤아리게 한다. 매 순간 진실을 추구하지만 중요한 순간 눈이 어두워지는 인간, 매 순간 어둠으로 눈이 가리워져 있지만 한 순간 어둠을 벗고 진실을 깨닫는 인간, 두 상황의 인물을 통해 진리란 무엇인가 하는 커다란 물음 앞에 서게 된다.

 `보름달의 전설’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수 있을까? 고결함과 추함, 커다란 착각, 한 길을 걷는 사람. 이야기가 모호한 만큼 그것은 읽는 이의 자유다. 의심도 못한 채 커다란 거짓 세계에서 아등거리며 살아가는 우리가 잃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아련한 슬픔 같은 게 배어난다. 진정한 깨달음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인간이 자기 속에 숨은 도둑과 성자라는 서로 다른 존재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야 참된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아닐런지. 전설의 상징과 은유를 고요한 달밤에 읽으며 진리에 이르러 보름달처럼 환해지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상상해본다.

정봉남 <아이숲어린이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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