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언론인들의 7년의 기록

 2008년,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언론 장악에 나섰다. 우선 공영방송인 KBS와 준공영방송인 MBC에 인사권을 휘둘러 사장 자리에 있던 정연주와 엄기영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병순과 김재철을 앉혔다. 뉴스채널인 YTN에는 자신의 대선캠프에서 언론특보로 일했던 구본홍을 내려 보냈다. 그렇게 이명박은 옳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에 재갈을 물리며 자신의 정권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YTN 노조는 공정한 보도를 위해 ‘낙하산 사장 취임 반대 운동’을 시작했고, MBC 노조 역시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중징계와 해고였다.

 그렇다. 김진혁 감독의 다큐멘터리인 ‘7년 - 그들이 없는 언론’(이하 7년)은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다가 해고된 해직 언론인들의 7년 동안의 기록이다.

 영화는 현재 시점에서 시작한다. 아파트 현관에서 집을 나서는 가장을 마중하는 가족의 모습이 보이고, 집을 나선 가장은 차를 몰아 어디론가 향한다. 그리고 영화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해고된 노조원들이 낙하산 인사들과 싸웠던 투쟁의 기록을 하나하나 펼쳐 놓는다.

 그렇게 관객들은 오랜 기간 동안 방송사 노조에서 찍은 생생한 기록들과 김진혁 감독이 추가촬영하고 편집한 영상들을 만나며, 때론 분개하고 때론 어처구니없음에 개탄하게 된다. 그 탄식의 중심에는 낙하산 인사들인 형편없는 인간들이 있다.

 이명박 정권 초기 YTN의 전무였다가 대표이사이자 사장을 지낸 배석규는 후배 기자들의 절박한 행동은 철저히 무시하더니, 말 잘 들었다고 주는 훈장을 수상할 때는 미소를 머금는다. 여기에다 MBC의 김재철은 비논리적이고 구차한 말들을 늘어놓기 일쑤고, 도망 다니는 그를 카메라가 다가가 당신이 김재철 씨가 맞느냐고 물어도 자기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민다. 이렇게 ‘7년’은 배석규와 김재철을 상식이 없거나 비겁자였음을 분명히 한다. 그러니까 영혼 없는 이들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내보내며, 시청자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이명박이 근간을 마련했고, 박근혜가 이어받은 기레기들의 집합소는 결국 대형 사고를 내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오보가 바로 그것이다. 권력의 눈치나 보고 있던 방송국의 간부들은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내용을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며 사건을 키웠던 것이다. 이들의 잘못된 보도가 정부의 세월호 참사 대응까지 바꿨다는 점에서 각 방송국의 오보는 치명적이었다.

 김진혁 감독은, 언론장악의 결과가 세월호 사건의 화를 키웠음을 힘주어 강조한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각 방속국의 거짓 세월호 보도를 연속해서 이어 붙인다. 그렇게 세월호에 대한 오보와 거짓말 퍼레이드는 계속되고, 결국에는 현장에 있던 기자가 거짓을 보도할 때, 그 거짓에 대해서 분개하는 시민의 고함소리를 듣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그때 시청자들은 진실이 침몰했음을 감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호 참사에서 제 역할을 못한 언론은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수치를 방조한 공범이 되었다. 방송을 통제하고 언론인의 입에 재갈을 물려 감시받지 않은 정권은 한계를 모르고 추락한 것이다.

 영화는 이제 아침에 집을 나섰던 YTN에서 해고된 조승호 기자의 승용차 안으로 다시 돌아와서 목적지를 향해간다. 그곳은 법원이다. YTN 기자들은 최종 3심 판결에서 절반이 해고 판결을 받았다. MBC 기자들은 2심에서 ‘해직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사측의 판결 불복으로 해직기자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복귀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7년’은,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부터가 참된 언론의 출발점임을 애써 강조하며 마침표를 찍는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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