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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삶]영화 속 동물세상-‘늑대와 춤을’ 늑대
외로운 늑대와의 우정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7-12-04 06:05:02
 비록 영화 제목이 ‘늑대와 춤을’이지만 이 영화에선 늑대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는 떼로 몰려다니며 하울링(울음소리)을 길게 뽑는 그런 늑대를 상상하면 바로 실망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늑대는 몇 번 비쳐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늑대는 늑대가 개가 되기 전 단계쯤 되는, 무리에서 밀려나 인간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기는 하지만 아직 개처럼 인간에게 완전히 자존심을 넘겨주기 전 단계쯤 되리라. 이런 늑대를 어디서 찾아내서 이렇게 잔잔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대서사시 같은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저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다.

 케빈코스트너 감독 케빈코스트너 주연…북 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이 영화 ‘늑대와 춤을’(1991. 3월, 미국)은 말하자면 액션배우 케빈 자신이 꿈꾸는 삶을 그린 자서전 같다.

 남북전쟁(시빌워어) 당시인 모양이다. 북군과 남군이 대치하고 있다. 서로 소모적인 대치 전에 질린 나머지 ‘존’ 중위는 이 죽기보다 힘든 공포와 지루함을 못 견디고 말을 몰아 남군 진지로 달려가 자기를 쏘라고 일부러 시위를 한다. 하지만 총알이 그런 그를 기적처럼 피해간다. 이렇게 두 번 정도 시위를 하자 존의 용감한 행동에 용기를 얻은 북군이 진지를 박차고 나가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그는 일약 영웅이 되고 부상을 입어 위험이 덜한 한지로 발령을 받는다. 그곳은 인디언들의 영토인데 백인군인들이 그들의 영토에 소위 알박기를 하고 있다. 그가 부임하는 곳도 원래 병사들이 몇 명 있었지만 이미 위험과 지루함을 못 견디고 다 탈영한 상태였다. 오랜 전쟁에 지친 그는 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초원이 오히려 좋다.
 
▲주변 서성이는 하얀발 늑대

 그가 혼자 지내기 시작하자 이상한 비쩍 마른 늑대 한 마리가 그의 주변을 떠돌기 시작한다. 그 늑대는 하얀 발을 가지고 있다. 그도 처음에 경계하지만 그 늑대가 위험이 없음을 알고 늑대와 친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늑대는 개처럼 그에게 확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 늑대의 의도는 끝까지 아무도 모른다. 마치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와 비슷하다. 그러다 어느 날 인디언 수족의 주술사가 자기 캠프에 들어와 말을 훔쳐가려는 걸 발견하고 그를 내쫓는다. 수족의 전사들은 주술사의 말을 듣고 그를 죽이려 하지만 추장은 백인 한 사람을 죽이면 여러 백인들이 몰려온다며 그를 죽이지 말고 누군지 한 번 알아보자고 선발대를 내보낸다. 그는 그들을 환영하고 커피까지 대접한다. 그들은 커피 잔을 하나씩 선물로 받고 그와 친해진다. 그 와중에 그는 영역을 순찰하다가 다친 수족의 여인을 구해서 마을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그들과 여러 번 만나면서 그들의 공동체 유목 생활에 동화되고 선물도 교환하게 된다. 그는 자기 군복을 벗어 주고 수족의 옷을 받기도 한다. 그들과 함께 들소 사냥도 나간다. 그리고 들소에 공격당할 뻔한 수족의 소년을 구해준다.

그 일로 인해 그는 당당한 수족 전사의 일원이 되고 자기가 구해준 수족의 백인 여인과 마침내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 여인의 이름은 어렸을 적 인디언들에게 부모님이 희생당하고 인디언마을에서 자란 소녀로 ‘주먹 쥐고 일어서’이다. 그녀는 그에게 인디안 말을 가르친다. 여전히 하얀 발 늑대는 그의 주변을 떠돈다. 어느 날 수족들은 그가 늑대와 초원에서 노는 걸 보고 그에게 ‘늑대와 춤을’ 이란 인디언식 이름을 붙여준다. 그는 결혼 후 초소를 떠나 마을에 살며 행복감을 만끽한다. 어느 날 인디안 전사들은 그들의 숙적인 포니 족을 토벌하러 떠난다. 그는 같이 가려하지만 그건 수족 전사들 몫이라며 마을을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포니족이 역공을 하여 마을을 공격한다. 그는 숨겨둔 총을 가지고 와서 마을청년들, 노인들 그리고 부녀자들과 용감히 싸워 그들을 물리친다.

 겨울이 오고 있다. 인디언들은 겨울나기 거주지로 거처를 옮겨야 할 때다. 함께 동행 하던 중 그는 초소에 일기장을 놔둔 걸 기억하고 그걸 가지러 간다. 하지만 이미 초소는 백인군인들이 차지하고 있고 그들의 목적은 인디언을 토벌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인디언 옷을 입고 있는 존을 발견하고 그를 포로로 잡고 배신자라고 모질게 굴다가 결국 그를 교수형에 처하려 다른 기지로 보낸다. 존의 수송마차가 한참을 가자 언덕 위에 흰 발 늑대가 따라온다. 병사들은 총을 쏘아 그 늑대를 쓰러트린다. 그 장면은 마치 존이 쓰러진 것 같은 안타까운 인상을 남긴다. 그 늑대의 생사는 모른다. 수송 중에 존은 수족에게 구출되고 수송 병력 들은 모두 죽는다. 수족의 한 소년도 병사를 한명 죽이고 마침내 전사가 된다. 하지만 그건 참변을 예고하는 예고편으로 존은 스스로 인디언 아내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멀리 언덕에서 그를 항상 멀리했던 ‘머릿속의 바람’이 ‘우린 친구인가?’를 계속 외치지만 존은 말없이 떠난다. 수족의 겨울야영지에 병력이 들이닥치지만 이미 그들은 다른 곳으로 피하고 없다. 그러면서 영화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자막으로 수우 족은 그 후 몇 년 후에 백인들에게 항복하고 말았다고 전해준다.
 
▲개처럼 자존심을 완전히 넘겨주지 않는

 인간의 전쟁이야 어느 영화든 볼 수 있으니 차치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두 가지 장면을 들자면 하나는 인디언들의 들소 사냥 모습과 존에게 ‘늑대와 춤을’이란 이름을 짓게 만든 늑대와 초원에서 함께 장난치는, 늑대가 주인공의 다리를 툭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이다. 정말 둘은 장난꾸러기들처럼 천진난만하게 어울린다. 늑대는 여러 마리로 다닌다는 상식도 깬다. 그 늑대는 줄곧 동료 없이 혼자서 나타난다. 마치 존이 동료들과 동떨어져 혼자 초소에 사는 것과 그 늑대의 생은 동일시된다. 늑대는 독특한 동물이다. 개처럼 생겼지만 결코 개는 아니다. 눈은 호랑이 같이 누렇고, 귀는 작고 쫑긋하며 주둥이는 쭉 뻗어 날카롭다. 꼬리도 항상 엉덩이를 가리고 있고 매우 길고 탐스럽다. 무리 내에서 서열도 엄격하다. 무리를 배반하거나 따르지 않는 개체는 스스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쫓겨나야 한다. 아마도 이 늑대 역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외로워서 역시 자기처럼 홀로된 사람을 보고 먼저 다가왔을 것이다. 늑대들은 적과 친구를 냄새로 식별한다. 혹시 주인공이 배척했더라도 그 늑대는 이미 냄새로 이 사람은 좋은 바보이고 자기에게 넘어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참으로 독특하다. 다큐 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하다. 늑대, 인디언, 그리고 주인공의 처지가 동일선상에서 맞물린다. 아무도 무시당하거나 차별받지 않는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도 하나로 잘 어물려져 서로의 비중을 비슷하게 나누어 갖는다. 2시간 반짜리 이 롱타임 영화는 우리의 아름다웠던 한 시대와 추억과 작별을 고하는 슬프고 아름다운 대서사시이다.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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