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동물들 총출동 흥미진진 정글탐험

 나의 유년시절, 도심 가까이에 동물원이 있어 쉽게 야생동물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 야생동물들에 대한 애착과 관심은 대부분 ‘정글북’이란 책을 통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 작가 러디아드 키플링(1907 노벨문학상 수상)의 이 단편 소설은 세계적인 애니멀 스테디셀러북이자 그 분야 원조로서 지금도 여전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영국이 거대 대륙 인도를 지배했기에 이런 소설 출간이 가능했다는, 다소 슬픈 진실도 숨어 있다. 남아메리카나 인도 등 어떤 식민지에서나 문학가들이나 과학자들은 그들의 저술과 연구를 통해서 식민지 지배 체제를 공고히하는 보조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까. ‘정글북’은 영화로도 여러 버전으로 많이 만들어졌다. 실사나 CG가 없던 시절의 작품들은 소설의 상상력에 훨씬 못 미치는 조악한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완성도 높은 실사 버전들이 재탄생되고 있다.
 
▲늑대들 품에서 자란 인간 모글리
 
 ‘정글북’(2016·미국 월트 디즈니·감독 존 파브르)은 동물들이 현실같이 나오는, 잘 만들어진 가장 최신판 정글북 실사영화이다. 인간 동물인 모글리는 어렸을 적 호랑이 시어칸에게 부모가 살해되고 우연히 흑표범 바키라에게 발견돼 늑대들에게서 양육된다. 알파(대장) 늑대인 수컷 ‘아키라’와 그의 아내인 서열 2위 암늑대 ‘락샤’는 모글리를 마치 자기 자식인 냥 키워낸다. 가뭄이 계속되던 어느 날 동물들의 터전이자 식수원인 호수 한가운데 바위가 드러나면서 모든 동물들(호저, 인도코뿔소, 인도공작, 물소, 닐가이, 인도악어, 수달, 코브라 등)이 일시 ‘물 휴전’ 상태에 들어가고 포식자나 피식자 모두 싸움과 사냥을 중단하고 물가에 모여들어 평화롭게 물을 마시고 있다. 그런데 밀림의 왕을 자부하는 벵골호랑이 시어칸이 그 곳에 나타나 늑대들에게 모글리를 내놓으라고 위협한다.

 인간의 불로 인해 얼굴과 눈이 깊게 그을린 그는 인간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어 모글리에게 인간에 대한 복수를 하길 원한다. 늑대들이 모글리를 보호하자 시어칸은 늑대 무리를 와해시키려 한다. 모글리는 자기 때문에 무리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걸 볼 수 없어 스스로 늑대무리를 떠난다. 시어칸은 모글리를 몰래 떠나보낸 죄로 아키라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이고 늑대의 왕좌를 차지해버린다. 그리고 나서 흑표범 바키라와 함께 인간세계를 향해 떠난 모글리를 추적 끝에 공격하지만 모글리는 달리는 물소들 무리 틈에 끼어들어 가까스로 살아난다.

 하지만 그 여파로 모글리는 혼자 음습한 정글 깊숙한 곳에 내팽개쳐진다. 조용한 정글 속에서 어딘가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목소리는 모글리에게 부모님이 시어칸에게 희생당하는 과거의 한 장면을 회상시켜 준다.
 
▲벵골호랑이 시어칸에 맞서다
 
 그런 악몽 같은 환각에 빠진 모글리를 인도왕뱀 카는 점점 휘어 감어 급기야 입을 벌리지만 그 때 마침 불곰 바루가 나타나 뱀을 물리치고 모글리를 구해준다. 모글리는 생명의 은인인 바루를 위해 절벽 꼭대기에서 넝쿨로 줄을 만들어 타고 내려가 절벽에 달린 벌꿀이 담긴 벌집을 엄청나게 따준다. 바루는 겨울잠을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속이지만 사실 정글의 곰은 겨울잠을 자기 않는다. 가까스로 시어칸의 공격에서 살아난 바키라까지 나타나 셋은 서로 친구가 되고 모글리는 정글을 개척하는 위대한 동물인 코끼리 새끼를 밧줄을 이용해 구해주기도 하면서 한참 잘 어울려 지낸다.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어칸이 노리고 있단 말에 바루가 모글리를 인간세계로 떠나보내기 위해 매정하게 ‘이제 넌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내치고 좌절해있는 모글리에게 갑자기 랑구르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나 그를 납치한다. 긴팔 기본원숭이들이 모글리를 나무 사이로 옮겨 절벽 꼭대기에 있는 옛 인간들이 만든 거대사원인 원숭이 왕국으로 데려가 버린다. 여기에는 기번, 랑구르, 돼지꼬리, 사자꼬리, 히말라야 원숭이 같은 각종 원숭이들이 모여서 고대에 살았던 기간토피테쿠스의 현신 같은 거대 오랑우탄을 닮은 유인원 루이(키 3~4m, 몸무게 300~400kg)를 숭배하고 있다. 루이는 모글리에게 빨간 꽃 즉 인간의 불을 훔쳐 와서 자기와 함께 밀림을 지배하자고 회유하지만 그는 단호히 거부한다.

 그러자 루이는 그를 죽이려하고 절벽을 가까스로 타고 올라온 바루와 바키라가 원숭이들과 싸워 그를 구해낸다. 모글리는 아키라가 시어칸에게 죽었다는 말을 듣고 복수를 하려고 인간에게 횃불을 훔쳐 들고 늑대무리로 돌아온다. 시어칸은 단숨에 그를 죽이려하지만 늑대들은 그들의 맹세인 “무리의 힘은 늑대이고 늑대의 힘은 무리이다”를 외치며 일제히 시어칸에게 덤벼든다. 그래도 시어칸은 늑대들, 바루, 바키라의 공격을 차례로 물리치고 나무 위까지 모글리를 쫓아 올라간다.

 하지만 모글리는 불타는 나뭇가지에서 밧줄을 이용해 탈출하고 시어칸은 가지가 부러져 정글의 불꽃 속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리고 모글리가 새끼를 구해준 인연으로 알게 된 코끼리 가족들이 나타나 물길을 열어서 불타는 정글을 진화하고 모글리는 다시 늑대의 일원이 되어 바루와 바키라와 함께 신나게 정글을 누비며 끝난다.
 
▲동물들의 우정, 신의, 충성…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당연 동물들이다. 모글리 역시 인간이지만 인간 동물일 뿐이고 인간이 아닌 자기를 키워주고 가르쳐준 완벽한 늑대가 되기를 바란다. 이 영화를 보면 동물들의 우정, 신의, 충성 등에 너무 젖어 버려서 마치 잠시 떠나온 인간사회는 협잡과 투쟁으로 가득한 전쟁터 같아 돌아가기 싫은 곳으로 변해버린다. 비록 한 편의 영화지만 인도에 있는 모든 동물들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알차게 등장한다. 흑표범, 불곰, 늑대, 코끼리, 호랑이, 왕뱀, 코뿔새, 천산갑, 인도공작 등등. 참으로 인도는 아프리카 이상으로 생태계가 풍부한 곳이라는 걸 영화만 보아도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들의 감성을 이 영화처럼 잘 그려낸 수작도 없을 것이다. 비록 식민지의 지배계층이었던 키플링이 동화 같은 감성으로 인도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선한 원초적인 감성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혹시 정글이나 동물원 탐험을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이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정글북은 오래된 고전이지만 현대화 될수록 ‘버전업’돼 더 멋진 영화로 끊임없이 재탄생 되고 있다. 모글리는 아무나 될 순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보는 인간의 영원한 워너비 캐릭터이고, 정글북 소설과 영화는 그 꿈의 실사판이라 하겠다.
최종욱<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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