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수’와 `영원히 확보’, 주어와 술어가 잘 안 맞아 비문

▲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대통령 개헌안의 전문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아래 헌법 전문은 이오덕이 우리말과 우리 말법으로 다듬어 놓은 것이다. 이오덕은 전문(前文)이란 말도 괄호 안에 한자를 쓰지 않으면 전문(全文)과 혼동이 되기 때문에 아주 ‘앞글’로 하자고 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이어받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 통일의 사명을 따라서 정의·인도와 동포 사랑으로 겨레의 단결을 튼튼히 하고, 모든 사회의 나쁜 버릇과 옳지 못함을 깨뜨리며, 자율과 어울림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의 기본 질서를 더욱 튼튼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마다 기회를 고르게 하고, 능력을 한껏 떨쳐내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을 고르게 높이고 밖으로는 오래 세계 평화와 인류가 함께 번영하는 데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 자손의 안정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마련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 제정하고 여덟 번에 걸쳐 고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따라서 고친다. (‘내 손 안에 헌법’ 26∼28쪽)
 
 이렇게 고쳐 놓은 것을 어떻게 볼지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읽어 보면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초등학생도 옛날 공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도 읽어 바로 알 수 있는 말로 되어 있다. 또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정신만큼은 받아 안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번 개정안 전문을 보면서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구절에서 ‘완수’와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에서 ‘영원히 확보’가 좀 걸렸다. 완수(完遂 완전할완·이를수)는 말 그대로 ‘뜻한 바를 완전히 이루거나 해낸다’는 말인데, 대한민국 국민에게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한다는 말은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 또 군사 정권 시절의 ‘권위’가 들어가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설령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과 안위와 복지를 살뜰히 챙기는 국가와 정부라 하더라도 그 나라 국민에게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다. 도가 지나친 말이다. 그리고 전문의 주어(주체)가 ‘대한국민’인데, 이 주어가 자기자신에게 “완수하게 하여”는 어울리지 않는다. 바로 앞 “발휘하게 하며”도 마찬가지이다. 또 뒤에 나오는 “제정되고”와 “개정된” 또한 그 주어는 ‘대한국민’이기 때문에 ‘제정하고’, ‘개정한’으로 해야 한다. 문장이 길다 보니까 주어와 술어가 잘 맞지 않은 것이다.

 ‘영원히 확보’한다는 말도 앞에 더한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와 어울리지 않는다. 확보(確保 확실할확·지킬보)는 말 그대로 확실하게 자신의 것(안위와 이문 같은 것,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을 지킨다는 말이다. 앞에서는 심각하게 ‘자연과의 공존’(엄격히 말하면 ‘자연환경과의 공존’이라 해야 한다)을 말해 놓고 뒤에 가서는 ‘딴소리’(인간 중심의 말)를 하는 꼴이 아닌가 싶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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